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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어젠다, 숙박산업에도 도입한다면?

관광진흥법 복마전 우려에 전경련 호텔규제 완화 주장…‘저변 확대’는 미흡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2.07 13: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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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회적 관심이 온통 ‘공정사회’와 ‘대기업의 폭주 억제’에 쏠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명문 ‘경주 최부잣집’을 직접 언급, 대조하면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가운데, 삼성그룹에서 빵집 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대기업 역시 이에 대한 제스처를 일부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10대 그룹이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과 매출액 비중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상황(6일 재벌닷컴·에프앤가이드 발표)에서 아직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비스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요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상황에서, 탐욕을 자제하려는 대기업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이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공정사회에 대한 열망을 이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3일 GS그룹 신임임원 교육 발언)”고 고백하는 등 여러 기업 총수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대기업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빵집 등 골목 상권에까지 대기업이 손을 뻗는 데 대해 불만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일부 대기업이 주춤하는 상황임에도 진정성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골목 상권’ 업종 외에도 대기업이 문어발식 확장과 각종 혜택 제공을 당국에 원하는 이른바 3공화국식 재벌 중심 성장 시스템의 근간이 바뀌지 않고서는 시장 집중 현상 개선이 어렵고, ‘강소(强小) 기업의 폭발적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비단 빵집 등으로 대변되는 자영업 외에도 각종 서비스업 등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통한 메스대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숙박업은 블루오션, 파이 키우기 위해 각종 무리수 두자?

관광·레저와 문화콘텐츠는 일명 ‘굴뚝 없는 산업’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각광받아 왔다. 주 5일제 근무 시대의 개막 등으로 일찍이 주목받아 온 데다, 앞으로 산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세계경제 국면 등 여러 요구 사항에 따라 이 분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두 영역, 즉 관광과 문화콘텐츠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숙박업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지난 세모에 나온 경기개발연구원 이슈&진단 28호 ‘5대 서비스산업 발전전략’이라는 보고서는 서비스업에서 일자리 창출이 상당히 기대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농림어업과 제조업 고용이 각각 25만8000명, 14만3000명 감소했으나, 반대로 서비스업에서는 167만2000명이나 늘었다.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고용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 2007년에 이미 OECD 평균 수준인 68.7%를 넘어섰다.

보고서는 이처럼 서비스업이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라고 설명하며, 특히 외국관광객 증가와 한류문화 확산, 지식 융·복합사회 기반구축 등 향후 수요를 고려하면 5대 서비스업(△의료 △문화콘텐츠 △관광·레저 △사회 △비즈니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상황에서 의료 산업 등에 대기업이 진출하도록 하는 문제는 초기 투자비용의 거대성 및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화콘텐츠나 관광(숙박업) 등에서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육성 등을 할 수 있는 경쟁력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대기업이나 대기업 중심의 논리 구조를 갖고 있는 이익집단 등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상황의 틀 속에서 또 환경 보호 등 사회적 어젠다에 부합, 교류하면서 발전하는 레저(및 숙박업)라는 밑그림에 동의하기 보다는 ‘규제 개혁’을 통한 대형화를 원하는 시각 역시 표출되고 있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일 내놓은 호텔 규제 완화 요구가 대표적이다. 전경련은 수도권 자연녹지권역 내 호텔 용적률(100%) 제한 완화 등을 포함한 규제개혁과제를 법제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자연보전권역 내 3만㎡ 이상의 개발사업을 진행하려면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풀어 달라는 것 등이 골자다.

이런 개발 만능 논리는 ‘호텔 만능’으로도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논리에서 보면 서울 시내에 호텔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각종 문제를 빚으면서라도 고급 시설을 새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 그것도 여학교 근방이기도 해 학교보건법상 숙박시설을 짓는 데 규제가 따르는 지역에 7성급 호텔을 세우겠다고 해 행정소송(2심도 패소)으로 치달은 것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이해된다. 문제는 각종 입법 활동 등으로 이러한 논란 호텔에 날개를 달아주려는 듯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법 개정해서까지 편의 제공? 해당법안 추진 의원은 종로 출마

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조윤선 의원 발의로 관광시설 확충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된 바 있고, 본지에서는 지난해 이 법 발의 직후 이 법의 문제점과 대한항공 호텔의 수혜 가능성 등을 가장 먼저 우려,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관광진흥법의 개정 추진도 병행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비공개 당·정·청 회동에서 경복궁 옆 7성 호텔을 허용하려는 내용이 포함된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 중 처리하는 문제에 대한 교감이 오갔다는 상황에 대한 보도가 일간 경제지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맥락 이해는 온당하거나 문제를 100% 해결할 방안이 아니라는 반론 역시 만만찮다.

우선 확충지원법과 관련된 조 의원의 경우, 오는 19대 총선에 종로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공교롭게도 대한항공 호텔이 자리 잡을 구역에서 배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는 상황이 연출되는 게 아니냐는 구설수가 나온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대기업 계열이거나(예를 들어, 호텔신라) 대형 업체 중심으로 판이 짜여져 온 현재 호텔 상황에 불만이 높은 데도, 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앙시앙 레짐(구체제)을 이어가자는 구상은 옳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예를 들어 보자. 한국관광공사와 매일경제신문이 공동으로 세계 19개국 28개 관광공사 해외지사장들을 대상으로 ‘관광 실태 전문가 그룹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을 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때 가장 불편해 하는 사안’에서 설문 응답자 26명 중 88%인 23곳의 지사장들이 비싼 호텔 방값을 꼽았다. 다음으로 언어 소통과 함께 음식, 종업원 불친절이 뒤를 이었다.

현재 시스템이 독과점에 가깝다 보니 오는 배짱장사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5성급 호텔의 방값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지경이다.

호텔스닷컴이 조사한 세계 주요 도시 호텔 가격 순위(작년 기준: 세계 약 12만개소 샘플조사)를 참조해 보자. 5성급 호텔의 경우 서울의 평균 가격이 32만2175원으로 세계 5위권 수준이다. 등급을 나누지 않은 일반 호텔들의 평균 가격도 높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체 호텔의 평균 14만7324원으로 전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일본의 도쿄(13만3183원)를 추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박업 블루오션, 소규모 특색 업소로 뚫자 논의 지방서 등장
   
일본은 전통 여관인 로칸에 많은 해외 및 내국인 관광객이 관심을 갖는 것은 문화 스토리텔링을 숙박과 결합, 성공적으로 관광·레저 콘텐츠로 만들어 낸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일본 아키타현 한국내 공식블로그.

요는, 대기업 중심 발전 아이디어를 레저 및 숙박 등 영역에까지 답습하기에는 이미 노정된 문제점이 많고 굳이 이런 구도를 구집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 확인을 재점검할 필요가 높은 바, 공정사회론이 힘을 얻는 작금의 사정에서 관련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1일, 대구광역시가 내놓은 방침, 즉 일명 러브호텔 등 음습한 이미지로 대변되던 소규모 숙박업소(통칭 모텔)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대구시는 지역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편리하고 안락한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 우수한 모텔 12곳을 ‘일반호텔’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객실을 35개 이상 확보하고 안내실 개방과 휴식공간 확보에 동의하면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다. 일반호텔로 전환하면 기존 모텔의 폐쇄형 안내실을 개방형으로 바꾸고 주차장의 차단막도 철거하게 된다. 또 현관 로비에 의자와 쇼파 등 휴식공간도 갖추어야 한다. 일반호텔은 숙박객의 편의를 위해 아침에 빵과 커피, 주스 등 간단한 다과류도 제공한다.
전라북도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침이 세모부터 진행 중이다. 전북도는 수학여행단 유치 등을 위해 숙박시설을 개선하는 업소에 최고 2억원을 지원할 구상을 지난해 말 내놨다. 지원 대상은 30실 이상의 일반 숙박시설 중 관광호텔(3등급 이상) 또는 굿스테이 시설로 전환하고자 하는 숙박업소로 개선비용의 50%인 업소당 최고 2억원을 지원한다.

이런 대구시나 전북도 구상이 수학여행단 내지 일반 내국인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면, 외국인 관련 수요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미 적지 않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011년 도시환경협약 광주 정상회의에 참가한 일본·인도·태국·스리랑카 등 6개국 50명이 지난 12일 함평 상모 행복마을에서 전통문화를 만끽했으며 이 상황에서 한국 고유의 미적 감각을 살린 숙박 아이디어에 대해 호평이 나왔다는 것이다. 일본 모리야마시에서 온 야마다 시장은 “일본의 전통여관인 ‘료칸’처럼 전통 한옥을 고유문화와 접목해 관광자원 브랜드로 활용한 사례는 매우 훌륭하다”고 말해 향후 관련 산업으로의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숙박업 영역에 있어서 전통있는 소규모 업체들도 잘 관리, 육성하면 즉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해 나가는가에 따라서는 호텔 중심의 대규모 접근보다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일본의 오래된 료칸들이 좋은 관광 산업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는 일본의 전례상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논의 진행과 함께, 기존 시장의 양과 질에서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대규모 호텔업계의 일정한 양보를 통한 구도 개편 작업의 접근 행보가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