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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우헌기 코치 기자  2012.02.06 14: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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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국제협력단 연수센터 건물 벽에는 최영 장군의 부조가 있다. 매년 개발도상국 70여 개국에서 온 약 5000명의 공무원이 이곳에서 연수를 한다고 한다. 한국국제협력단이 최영 장군을 선택한 이유는 이러하다.

최영 장군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긴 했지만, 공무원인 그들에게 청렴과 부패방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를 배우겠다고 오는 그들에게 청렴과 부패방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본다. 이 메시지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내부를 향한 외침이기도 하다.

최근 나이가 들면서 돈에 대한 나의 생각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여러 번 가졌다. 돈에 대한개념을 최초로 만들어 준 것은 초등학교 때 배운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 아버지의 가르침이었다.

그 이후 알게 모르게 ‘아, 돈이라는 것은 돌같이 봐야 할 나쁜 것’이라는 의미로 내면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60년대 서구 매판자본의 사악한 면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대학 시절을 보낸 나는 ‘내 재능을 재벌 돈벌어주는 데 보태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민간 기업에 들어가는 걸 외면했다. 25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10년간 민간기업을 경영했지만 돈에 대한 나의 생각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내면에는 ‘돈이란 너무 가까이 하면 화상을 입게 되고, 너무 멀리 하면 동상을 입게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고, 무의식적으로 돈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해왔음을 알게 되었다.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기업을 경영한 10년 동안 나는 여전히 돈에 대해 불가근 불가원의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이다.

나는 신입사원 면접 때 돈과 기업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반드시 물어봤다. 그들의 대답에서 나는 몇 가지 점에서 실망하고, 또 놀랐다. ‘직장생활의 의미가 뭐냐’는 물음에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대다수 피면접자의 대답에 난 적잖이 실망했다. 나는 보람 같은 대답을 하는 젊은이를 기대했는지 모른다. ‘기업과 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의외로 부정적인 대답이 많았다. 매사에 돈, 돈 하면서도 정작 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우리는 싫든 좋든 하루의 대부분을 돈과 관련된 일에 시간을 보낸다.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서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의 대부분은 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간의 대부분을 돈과 관련된 것에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은 돈과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돈을 벌기 위해 보내는 그 많은 시간에 어떤 느낌을 가질까? 그리고 그런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을까?

문제는 교육이다. 요즘 사회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돈과 기업의 부정적인 얼굴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젊은이들의 좌절, 절망과 공명을 일으키면서 기업과 돈, 가진 자에 대한 분노로 자라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다. 세상만사 다 그러하듯 돈과 기업 역시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돈, 기업, 기업인,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면을 이야기하는 건 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타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혹시 나의 경우처럼 최영 장군 아버지의 유언이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잘 못 이해되고 받아들일 여지는
   
 
없을까? 더구나 요즘처럼 취업과 미래에 대한 중압감과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라면 더 더욱 그러하다. 나쁜 짓을 저지르는 기업과 기업인을 미워해야 하지만, 돈 그 자체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약이 건강 회복이 도움이 되지만, 신체에 독을 남기기도 한다. 개도국 공무원들은 자기 나라가 더 잘 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런 그들이 청렴은 배우되 ‘돈이란 나쁜 것’이라고 배우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헌기 ACC 파트너스 대표코치 /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전) 택산상역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