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분주했던 지난해 이맘때와는 달리 올 초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물량 감소에 따른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산은지주, 현대오일뱅크, 카페베네 등 '대어급 업체'들이 공개를 앞두고 있어 IPO 갈증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IPO 숫자에 치중하지 말고 규모와 질적 측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1월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리츠인 케이탑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까지 포함해 동아팜텍과 남화토건 3곳뿐이다. 전년 동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두산엔진과 중국고섬, 코스닥시장에서는 티에스이, 인텍플러스, 씨그널정보통신, 엘비세미콘, 딜리 등에 케이비글로벌스타게임앤앱스스팩까지 모두 12곳이 신규 상장했다.
전체를 놓고 봐도 지난해 코스닥시장엔 모두 57곳이 입성해 2010년 74곳에 비해 신규 상장 업체가 크게 줄었다. 올해 사정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수요조사 결과 2012년 코스닥 상장예정 업체는 50~60여 곳으로 조사됐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경우 130개 업체가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혔지만 일반적으로 이 중 절반가량만 상장에 성공하는 전례를 볼 때 65개사 정도가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IPO시장이 위축된 데 대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조차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리스크를 위시한 대외적 경제여건 악화로 실적을 예측하기 힘들어졌고 실적 또한 악화된 것이 시장 분위기를 위축시킨 요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세부적 분석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 2010년 이전 1~2월은 전년도 결산과 맞물려 연간 예상 수치를 제시하는데 애로가 따라 IPO시장의 비수기였으나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3분기 결산 자료로도 공모가 가능하게 돼 시기적 요인은 사라진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대외 악재로 변동성이 극심했음에도 불구, 전체적인 IPO시장은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올해 IPO는 전년도의 시장 분위기 영향이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IPO 신청 기업 수 보다는 IPO 예정 업체 규모에 관심을 두라는 입장이다. 올해 IPO시장에는 대어급 업체가 유독 눈에 띄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IPO담당자는 "올해 IPO시장에서 지켜봐야할 것은 숫자가 아닌 질"이라며 "작년보다 규모도 커지는 만큼 상장될 기업의 질적 측면도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재 IPO시장에서 대어급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산업은행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무려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강만수 회장이 밝힌 대로 여기서 10%인 1조70000억원을 공모하면 전년 코스닥 전체 공모액인 1조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차순위 다크호스는 현대오일뱅크다. 이 업체의 시총은 5조~10조원, 공모 규모는 최대 2조원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 2010년 IPO 최대어인 삼성생명 이후 최고 수준이며 같은 해 상장한 대한생명과 맞먹는 규모다. 현대오일뱅크는 대우증권, BofA메릴린치 등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우리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낙점해 오는 5월 상장을 기대하고 있다.
또 LG그룹 태양광 사업 핵심계열사인 LG실트론과 CJ헬로비전의 재도전 및 LS그룹 계열사인 LS전선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커피전문점의 강자로 부상한 카페베네도 대우증권이 상장을 주관하며 코스닥시장 입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 미래에셋생명, 롯데카드, 코카콜라, 더페이스샵, 코오롱패션머티리얼, 애경화학 등도 연내 IPO를 거쳐 증시 문턱을 넘는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김재우 연구원은 "해묵은 악재인 유럽발 재정위기도 기세가 약해져 IPO시장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경기가 좋아지면 예상 밖의 업체들도 상장을 준비할 수 있는 만큼 올해 IPO시장 규모는 더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