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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최부잣집’ 정용진-정유경 ‘동상이몽’

대기업 서민장사 속속 철수해도 정유경 부사장 ‘골목장사’ 고집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2.01 16: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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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의 ‘아집’이 꽤나 질기다. “대기업이 할 게 없어 서민장사까지 하느냐”는 대통령 불호령에 삼성을 시작으로 현대차‧범LG(아워홈)‧대명‧롯데그룹이 차례로 가게 문을 닫은데 반해, 유독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만이 꿋꿋이 ‘골목장사’를 접지 않은 까닭이다. 더욱이 이는 오빠 정용진 부회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소신과도 거리가 있어 눈길을 끈다.


국민 대표 간식거리인 빵‧떡볶이‧순대 등을 팔아 짭짤한 수익을 거둬온 재벌 2~3세들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혼쭐이 났다.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있었던 지난달 25일. 불쑥 ‘경주 최부자’ 얘기가 나왔다. 말을 꺼낸 이는 다름 아닌 이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경주 최씨 가문은 ‘흉년엔 어떤 경우에도 땅을 사지 말라’는 가훈을 지켜 존경을 받았다”며 소상공인 영역에 진출한 대기업을 호되게 나무랬다. 

꾸짖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기업 2‧3세들의 소상공인 업종진출 실태를 파악해 보고하라고까지 지시했다. 

◆하루 만에 사업 철수 선언…‘깨갱’

이 대통령의 불호령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삼성이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는 26일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하고 있는 커피‧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최부자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결정이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
뒤이어 LG그룹 방계기업인 종합외식업체 아워홈도 순대‧청국장 사업을 접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같은 날 계열사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 중인 베이커리 ‘오젠’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대명리조트로 유명한 대명그룹 역시 퓨전떡볶이 사업을 하는 ‘베거백’을 철수했다.

대기업들이 하나 둘 ‘빵집 문’을 닫자 사업유지를 고수했던 롯데그룹 또한 뒤늦게 ‘백기투항’을 선언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는 31일 롯데그룹을 통해 “롯데백화점에서 운영 중인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며 “곧 프랑스 포숑본사와 협의해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저 ‘항복’을 선언하자 눈길은 자연스레 경쟁사 신세계로 쏠렸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조선호텔베이커리를 통해 빵집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부사장은 조선호텔베이커리 지분 40%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철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는 지난 1996년부터 시작해 하루 이틀 한 사업이 아니다. 최근 없어진 곳은 거의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다른 대기업 사업과는 차이가 있다”며 “게다가 로드샵에 진출하지 않아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이슈와 큰 상관이 없다”고 다소 억울해 했다.

하지만 신세계 측 입장과 달리 매장 수와 사업기간만 제외하곤 다른 대기업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제일 먼저 사업철수를 외친 삼성의 경우 ‘아티제’를 연 것은 2004년으로, 지난해 생긴 곳이 아니다. 27개 매장 또한 호텔신라, 삼성사옥, 삼성서울병원 등 주로 삼성관련 건물에 입점해 있어 ‘골목상권 침해’도 아니다.
 
최근 백기투항한 롯데의 ‘포숑’ 역시 롯데백화점 내에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골목상권 침해’와 거리가 멀며, 구내매점 형식의 현대차 ‘오젠’ 또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돈 앞에는 오빠도 대통령도 없다?

신세계 베이커리 사업이 유독 눈에 띄는 점은 또 있다. 골목에서 재벌 2‧3세들을 내몬 건 이 대통령의 ‘최부자 발언’ 덕이 컸다. 그러나 이 대통령에 앞서 ‘최부자 발언’을 한 사람이 또 있다. 바로 정유경 부사장의 친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이다.

지난해 초 정 부회장은 전 계열사 임원 워크샵 때 ‘400년 부자의 비밀, 경주 최부자’ 다큐멘터리를 틀었다. 400년 동안 부와 명성을 이어가며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한 경주 최부자를 본받아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을 이루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에서다.

이날 정 부회장은 “협력회사는 신세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파트너로 상생이 정해진 파이를 나누는 것이라면 동반성장은 파트너와 함께 손잡고 파이를 키워서 같이 성장하고 성과를 나누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이라며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요구를 적절히 조화시켜 큰 틀에서 동반성장 전략을 실천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