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간이 지구에 해로운 ‘종(種)’이라는 관점이 존재한다. 달리 말하면, ‘인간은 지구라는 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병균이나 세균’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언뜻 생각하기엔 좀 과격해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요즘 시대의 주된 패러다임 속에 이 관점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 지구파괴’의 패러다임이 그것이다. 우리 인간이 이제까지 저질러 왔고 또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실제 자연과 환경에 대한 파괴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여기엔 다른 식물, 동물 종들의 멸종에 대한 책임과 자원낭비, 지구 온난화 등의 실제 심각한 문제들이 포함된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지구에 해로운 종”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지 않더라도 이런 관점은 은연중에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쉽게 받아들이기엔 뭔가 불편한 구석이 있다. ‘인간은 지구에 해로운 종’이라는 이 말은, 우리 인간들로 하여금 겸손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또 지구와 자연에 대해 좀 더 조심하고 미래를 대비하게 하는 경고처럼 보이지만 이런 의도와 정반대 의미도 숨어 있다. 이 시각엔 두 가지 심각한 ‘자기 모순점’이 있는 것이다.
우선, 이런 관점은 겸손하지 않다. 겸손함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만심의 표출 같다. 인간은 지구, 혹은 자연과 다른 별도의 존재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자연과 동떨어진 존재로 몰아붙이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인간도 돌, 나무 등과 같은 그저 또 하나의 자연의 일부다. ‘겸손’은 인간 스스로 자연의 일부로 여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겸손한 관점’으로 볼 때 인간은 자연 속 존재이고, 그 자체로 자연이다. 이런 맥락이라면 인간이 자연을 해친다는 관점은 온당치 못하고, 이런 관점은 또 다른 모순된 행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관점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게 한다. 마치 지구의 자녀인 인간이 어머니 지구를 해치고 있는 것이 기정 사실인양 단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은 지구에게 이미 개선의 여지가 없는 패륜아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인간종 스스로도 심리적으로 괴롭게 되고, 또 인간과 지구의 미래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모순을 지적하는 것 자체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인간은 계속 자연과 지구에 해왔던 ‘짓’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지구에 해로운 종’이라는 관점의 모순점를 제대로 보는 것은 왜 필요할까? 인간은 지구에 전혀 해로운 존재가 아니란 것인가? 아니다. 그러기엔 여태껏 인간들이 저질러온 파괴적 행위들은 너무나도 명백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첫째, 먼저 인간은 자연에 대해 진정한 겸손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인간도 그저 ‘자연의 한 요소’일 뿐이다. 그저 ‘자연’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지구, 자연을 욕망의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자연과 별도의 존재라고 인식해서도 안 된다. 특히 두 번째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제대로 서 있어야 인간의 일방적인 자연파괴는 지양될 수 있다.
둘째, 인간-지구간의 새로운 긍정적 관계의 확립을 위해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것이 맞다. 우리 인간종에게도 좋다. 인간이 스스로를 지구에 대한 상징적 패륜아로 몰아가선 어떤 식으로도 해결이 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을 적대적 차원으로 놓고 무슨 발전적 관계를 모색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자연과 화해를 해야 한다. 인간과 지구, 인간과 자연은 그냥 본래 하나다. 분리된 존재도 아니고 서로 해치거나 하는 존재 도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절대적인 적대적 관계도 아니다.
이경희 ‘필로 현대최면NLP 심리상담센터’ 원장· ‘필로 & 이시스 센터’ 및 ‘힐링서클’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