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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승용디젤 선구자 한국GM의 ‘디젤 현주소’는?

고급세단 로얄 레코드 최초 시도…크루즈5 디젤, 전체 10% 차지

전훈식 기자 기자  2012.01.31 16: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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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승용부분에서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 디젤 열풍을 몰고 온 수입차 브랜드와는 달리, 국산 브랜드들은 디젤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국산 브랜드 중에서 유일하게 승용 디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한국GM의 지속적인 공세가 눈길을 끌고 있다. 국산 승용 디젤의 자존심이라 부를 수 있는 한국GM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해 국내서 팔린 수입차 3대 중 1대는 디젤 차량. 이처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엔진을 탑재한 수입차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정작 국산차 브랜드들의 디젤 판매 비중은 1% 가량으로 저조하다.

이는 가솔린 차량 대비 높은 가격과 함께 승차감과 정숙성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에 디젤 모델의 경쟁력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검은 매연을 뿜는 버스나 트럭에서 연상되던 디젤의 이미지는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 최근 출시된 디젤 차량의 엔진들은 소음이 심하고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향상된 과학 기술을 통해 한 층 진보했다.

이렇게 발전된 디젤 엔진을 앞세운 수입차 브랜드들이 잠식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한국GM이 국산 승용 디젤의 입지를 지키고 있다. 국내 최초 디젤 차량 출시와 더불어 해치백 차량을 겨냥해 내놓은 크루즈5 디젤 모델이 수입 승용 디젤 ‘대항마’로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국산 최초 디젤 모델 ‘로얄 레코드 디젤’

국산차 최초의 디젤 모델은 한국GM(당시 새한자동차)가 1980년대 출시한 로얄 레코드 디젤. 당시로서는 고급 차량인 ‘로얄(중형 세단)’에 디젤 엔진을 얹은 로얄 레코드 디젤은 유지비가 적게 들면서 가솔린 엔진의 대체물로 부각되기도 했다.

   
국산 최초 디젤 모델인 로얄 레코드 디젤은 심한 소음과 진동, 매연 등의 문제로 9년간 1만2000여대 판매에 그치며 결국 단정되고 말았다.
하지만 경제성으로 덮을 수 없는 문제점이 너무 많았다. 엔진 크기가 기술상 상당했던 나머지 본네트를 솟아오르게 제작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심한 소음과 진동, 매연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9년간 1만2000여대 판매에 그쳐야만 했다.

하지만 한국GM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1986년 당시 최고급인 로얄 살롱의 디젤 버전을 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64마력이라는 저조한 출력과 함께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으로 판매한지 불과 3년만인 1989년에 단종 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내수 시장서 승용 디젤 전망 점쳐

그 후 20년이 지난 2009년 2월, 한국GM(당시 대우GM)은 유로 IV(4)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가변형 터보차저 커먼레일 디젤(VCDi) 엔진을 탑재한 준중형 ‘크루즈(당시명 라세티 프리미어)’를 출시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준중형 2000㏄ 디젤 모델인 크루즈는 미미한 디젤 모델 비중을 차지했던 내수 승용차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승용 디젤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반떼가 지난 2008년 전체 판매 대수 8만7579대 가운데 디젤 모델이 2890대로 3.3%에 머물렀고, 쏘나타의 경우, 불과 780대를 판매했다. 기대치 보다 못한 실적 때문인지 아반떼와 쏘나타 등 준중형 이상급 세단들은 후속 모델부터 디젤을 채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GM의 생각은 달랐다. 국내 승용 디젤 시장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 및 푸조 등 일부 수입차를 중심으로 승용 디젤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내수 시장에서도 준중형과 소형차를 중심으로 디젤에 승부를 걸 때가 됐다고 본 것.

크루즈 디젤의 연비는 5단 수동변속기 장착 차량이 ℓ당 19.7km(수동), 국내 최초로 준중형 차량에 적용된 6단 자동변속기 차량은 ℓ당 15.0km로 뛰어난 경제성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디젤엔진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유해가스를 대폭 줄여주는 첨단 분진필터(DPF)와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저감시켜 주는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등이 채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디젤 엔진과 트랜스미션 연결 부위에 듀얼 매스 플라이휠(DMF: Dual Mass Flywheel)과 밸런스 샤프트 모듈을 적용해 디젤 엔진의 소음 및 진동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기존처럼 차체 전체가 덜컹거리는 느낌이 아닌 ‘부드럽게’ 나아가는 느낌으로 진화한 것이다.

◆3년간 크루즈 디젤, 전체 판매 중 11% 기록

이러한 변화로 크루즈 디젤 모델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으로 다가왔다. 첫 출시된 2009년에는 전체 크루즈 판매량(4만4463) 중 약 8%를 디젤 모델이 차지했으며, 2010년의 경우 3만3237대 중 약 7%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유로 Ⅴ(5)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시킨 크루즈 디젤 모델(2011년 출시)은 전체 판매량 2만6990대 중 20%가 디젤 모델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승용 디젤 시장 을 긍정적으로 분석한 한국GM이 선보인 크루즈 디젤 모델은 출시 첫해 전체 크루즈 판매량중 약 8%를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크루즈 ‘더 퍼펙트 블랙’ 모델)

2009년부터 3년간 평균 크루즈 전체 판매량 중 약 11%가 디젤 모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5월 출시된 해치백 모델인 크루즈5 역시 전체 판매량의 10% 이상이 디젤 모델이 차지하면서 국산 승용 디젤의 인기를 견인했다. 물론 지난 9월 출시된 i30 디젤(현대차)이 전체 판매 중 70%에 육박하는 판매세를 보였지만, 실제 판매 대수는 907대(전체 1296대)에 불과해 아직 그 영향력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한국GM의 도전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디젤 선호현상이 보편화되면서, 향후 말리부와 소형차 아베오의 디젤 모델 판매를 검토하고 있는 것. 우선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말리부 2.4ℓ 디젤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인도와 유럽에서 각각 판매되고 있는 경차 스파크 디젤과 소형차인 아베오 디젤 역시 국내 출시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승용 디젤 부분에서 ‘선구자’ 역할을 맡아온 한국GM이 올해 국내 시장에서 펼칠 승용 디젤 경쟁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모두의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