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달 초 광주 광산구의 복지대상자 확인조사를 받은 김은정(가명·수완동·14) 양은 가슴이 철렁했다.
부양의무자인 아버지의 소득이 포착돼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양은 아버지 얼굴을 모른다. 태어나자마자 할머니에게 자신을 맡긴 아버지는 지금껏 김 양을 찾은 적이 없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 때문에 근근이 버텨가던 생활마저 포기해야만 하는 김 양은 억울한 심정이었다.
김 양의 걱정은 곧 해결됐다.
복지대상자 확인조사에 나선 공직자들이 김 양의 딱한 사정을 듣고 발 벗고 나선 덕분이었다.
공직자들은 △통화내역 확인 △입출금 내역 △이웃의 증언 등을 토대로 김 양과 아버지 사이의 단절된 관계를 확인했다.
이로써 김 양은 생계비, 학비, 의료급여 등을 그대로 지원받아 공부에 열중할 수 있게 됐다.
광산구는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관내 복지대상자 3291세대에 대한 확인조사를 추진했다.
확인조사는 부정 수급자를 판별해 한정된 복지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에 위임해 진행됐다.
조사 후 부양 의무자가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면 지원에서 제외된다.
이 과정에서 가족관계 단절 등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해 ‘억울한’ 탈락자가 많이 생겨난다는 지적도 있다.
조사 결과를 보건복지부의 기준에 따라 분류한 결과 562세대가 급여중지, 1931세대가 급여감소, 243세대가 자격 변동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291세대의 약 71%에 해당하는 2천571세대의 지원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확인조사를 담당한 공직자 등 11명은 데이터 이면에 숨은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해당 가정을 방문해 가족을 돌보지 않는 부양의무자의 사정과 상황을 확인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증빙자료를 준비하는데 휴일까지 반납하고 늦은 밤까지 작업을 계속했다.
특히 본인의 사정을 상세히 밝히기 힘든 장애인, 노인 세대에 각별한 관심을 두었다.
이렇게 해서 김 양 등 급여 중지 451세대, 급여 감소 239세대, 자격 변동 168세대가 등 모두 858세대가 위기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또 555세대에 그친 급여 증가 판정 세대가 200세대 늘어난 755세대로 결정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광산구는 불가피하게 지원에서 제외되거나 축소된 세대는 민관공동복지망 ‘투게더광산’에 의뢰해 다른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확인조사는 국세청의 신고자료와 재산변동자료 등 6500여 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기초생활수급자와 부양의무자, 10종 복지급여대상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광산구 관계자는 “사무실에 안주하지 않고, 현장을 발로 뛰며 일군 성과여서 소중하게 생각된다”며 “어려운 주민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고, 더 나아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좀 더 현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 마련 등 이번 조사에서 파악된 문제점들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