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부산지역 영업사원인 강모씨. 강씨는 지난 2010년 7월 부산 백병원 교수에게 골프 접대를 하기 위해 동승해 가던 중 빗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이에 강씨 유족은 회사 측에 산재처리를 요구하고 근로복지공단 측에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2. 지난해 11월 현대약품(004310) 신입 영업사원 이모씨가 자살하는 일이 있었다. 이씨는 목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채까지 끌어다 썼고, 이 돈으로 약품대금을 결제했다. 또 의약품 판매 이후 반품이 들어온 제품도 실적을 위해 회사에 반품처리하지 못한 채 자신의 집에 2000만원어치의 의약품을 쌓아두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은 이씨가 영업실적에 대한 중압감을 견디다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제약사들의 영업사원 관리에 허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막상 제약사들은 이를 ‘나 몰라라’ 식으로 방치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과도한 영업압박에 내몰리거나 암묵적으로 리베이트를 허용하고 있음에도 이로 인해 영업사원이 사망하거나 논란이 불거지면 영업사원 개인의 문제라며 회사는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앞선 두 사례에서도 공통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영업활동’을 벌이다 사망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영업사원들이 속해 있는 두 곳 제약회사는 영업사원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모르는 일이다. 회사에서 지시한 일이 아니다’고 딱 잘랐다.
제약회사 영업사원과 관련한 사망 사고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제약회사들은 쉬쉬하기에 급급한 반면 대책 마련에는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영업사원인 강씨 유족은 우여곡절 끝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사노피아벤티스 측은 “내부적으로 골프접대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영업사원에게 골프접대를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리베이트 의혹 먼저 불식시키기에 급급했다. 또 강씨의 사망 사건이후에도 영업직원들에 대한 영업 지침 등 별도의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약품 영업사원인 이씨도 뒤늦게나마 언론을 통해 자살 소식이 알려지며 동정론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현대약품도 회사에서 영업실적을 압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 영업사원들에 대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회사에서 만약 영업사원들에게 푸시(실적압박)을 가했다면(이씨의 자살 이후) 영업사원들에 대한 조치를 취했을 텐데 이씨같은 신입사원들은 1년간 실적목표를 정하지 않기 때문에 실적압박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씨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실제 회사의 영업실적 압박으로 자살이유를 몰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영업사원과 관련한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고 있는 제약회사는 전무한 상태다. 언론을 통해 사실이 알려지면 그나마 여론을 형성해 재정적인 보상 등을 받기 수월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경우다.
국내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영업사원 자살 등 문제가 불거지면 다른 영업사원들이 동요하는 등 영업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되도록 감추려고 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또 “모든 제약사가 영업목표를 세운 만큼 실적에 대한 압박이 없을 수는 없지만 또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제약사들의 숙제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