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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터지 대작 '에라곤', 내년 1월 11일 한국 공습

1억2000만 달러 들여 베스트셀러 소설 영화화

김정환 사외기자 기자  2006.12.28 1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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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가 없는 이 겨울을 노리는 팬터지 영화들의 각축전이 뜨거운 가운데 또 한 편의 헐리웃 팬터지 대작이 출사표를 던진다.

내년 1월 11일 개봉하는 ‘에라곤(Eragon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이 그것.

   

아주 오랜 옛날 드래곤 라이더들이 평화를 지켜가던 ‘알러게이자’라는 나라에서 사악한 라이더 갈버토릭스(존 말코비치 분)가 반란을 일으켜 정의로운 라이더와 드래곤을 몰살시킨다.
왕이 된 갈버토릭스의 폭정 아래 알러게이자엔 빈곤과 고통 밖에 남은 것은 없다. 왕을 몰아내고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은 반란군 본거지 바르덴에 모여들고 왕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계속 전쟁을 벌인다.
이즈음 왕이 감춰뒀던 ‘돌’이 요정 아리어(시에나 길로리 분)에 의해 빼돌려진다.
그 돌은 우연히 시골에 사는 17세 소년 에라곤 (에드 스펠리어스 분)의 손에 들어가고, 부화한 돌에서 드래곤 ‘사피라’가 태어난다. 에라곤은 사피라와의 텔레파시 대화를 통해 자신이 운명적으로 라이더로 선택됐음을 알게 된다.
드래곤이 더 강해지기 전에 라이더가 될 에라곤을 없애기 위해 왕의 심복인 흑마술사 더르자(로버트 칼라일)는 자객을 보낸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떠돌이 노인 브롬(제레미 아이언스 분)이 에라곤을 구하고 그가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 라이더’임을 알게 된 브롬은 에라곤과 함께 바르덴으로 향한다.

   

 

미국의 천재 소년작가 크리스토퍼 파올리니가 쓴 2004년 세계적 베스트셀러 ‘유산(3부작)’의 1편을 1억2000만 달러를 들여 영화화한 이 작품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퍼펙트 스톰’ ‘마스터 앤드 커맨더’ 등의 시각효과 감독으로 이름을 날리던 스테판 팽마이어의 연출 데뷔작.

여기에 전세계 시각효과계의 양대 산맥인 인더스트리얼 라이트&매직(ILM. 대표작 ‘스타워즈’ ‘쥬라기공원’)과 웨타 디지털(WETA. 대표작 ‘반지의 제왕’ ‘킹콩’)이 힘을 합쳐 컴퓨터 그래픽(CG) 등 시각효과를 담당해 실사와 CG의 자연스런 조화를 일궈냈다.

‘에라곤’의 시각효과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 또 하나의 주인공 ‘사피라’다. 제작사 이십세기폭스사가 '영화 사상 가장 화려하고 신비한 드래곤’이라고 자랑하는 이 사피라를 탄생시키기 위해 제작진은 총 520개의 시각효과 중 약 400개를 투자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표정을 통해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드래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알에서 깨어난 아기 드래곤의 표정과 행동은 너무나 귀엽고 깜찍해 관람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경이로운 디지털 작업에 힘입어 이 영화는 제79회 아카데미 시각효과 부문 후보에 올랐다.


주연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1만8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꿰찬 영국 출신 신예 에드 스펠리어스의 풋풋한 매력은 관록의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의 힘있는 연기 위에서 만개하고, 악역을 맡은 존 말코비치는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으나 특유의 카리스마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한편 앞으로 나올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 사피라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레이첼 와이즈는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명배우답게 첨단 디지털 기술이 탄생시킨 사피라의 연기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에라곤’은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올 겨울 나온 팬터지물 중 ‘반지의 제왕’과 가장 코드가 비슷한 작품이다.
‘엘프(요정)’ ‘드워프(난쟁이)’ ‘매직(마술 요술)’ 등 ‘반지의 제왕’을 통해 익숙해진 단어가 등장하는 것도 반갑고, 그 작품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WETA가 참여해서인지 영화 속 여러 요소들이 낯설지 않다.
또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의 때묻지 않은 자연 풍광을 통해 신비로운 고대 유럽을 표현한 것처럼 ‘에라곤’은 슬로바키아 헝가리 캐나다를 잇는 광활한 로케이션을 통해 경이로운 고대 유럽을 우리 앞에 펼쳐놓았다.

다만 스케일이 ‘반지의 제왕’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그 작품에서 관람객들을 열광시킨 ‘공성전(攻城戰)’의 경우 이 작품에도 나오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치열한 전투신을 원한다면 오히려 ‘중천’에서 이곽(정우성 분)이 3만 원귀병과 벌이는 천기관 전투가 오히려 낫다.
그래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원작에 충실한 영화답게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어린이는 물론 성인에게도 상영 시간 내내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를 열어준다.

지난 14일 우리나라를 제외한 76개국에서 개봉된 ‘에라곤’은 4일간 529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세계 종합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선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박물관이 살아있다!’ ‘록키 발보아’ 등 신작들의 잇따른 개봉 속에서도 전미 박스오피스 6위 자리를 고수했다.
이 같은 저력이 ‘박물관이 살아있다!’ ‘중천’ ‘미녀는 괴로워’ 등이 선점한 우리 극장가에선 어떤 흥행 기록으로 표출될지 궁금해진다.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