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국인이 13거래일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발을 뺐다. 미국 GDP 성장률 부진과 이탈리아 국채 교환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대두됨과 동시에 연초 단기급등의 주인공이었던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1940선까지 밀렸다.
30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4.28포인트(1.24%) 하락한 1940.55로 마감했다. 단기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시장을 장악했던 외국인의 '팔자' 전환과 기관의 매도물량 출회가 낙폭을 키웠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은 개인이 1716억원어치를 쓸어 담으며 저가매수 공세를 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76억원, 197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대조를 이뤘다. 특히 투신이 2000억원 가까이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에 부담을 얹었다. 프로그램매매에서는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의 명암이 엇갈렸다. 차익거래는 1207억3100만원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비차익거래는 767억4000만원 순매도를 이뤘다.
업종별로도 대부분 파란불이 켜졌다. 운수장비, 화학이 2% 이상 약세를 보였으며 건설업, 기계, 서비스, 제조업, 보험, 유통, 은행, 의료정밀업종 등도 1%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전기가스업과 섬유의복 업종은 각각 1.01%, 0.95%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대부분 약세였다. 삼성전자가 0.89% 밀린 111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차와 현대중공업도 2% 이상 밀렸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악화로 각 증권사들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추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이 집중돼 이날 하루 동안에만 7.59%나 주저앉았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45%, 3.20%의 높은 하락세를 보였다.
주요종목 가운데서는 메리츠화재가 증권가의 저평가 분석이 두드러지며 4.93% 치솟았다. 현대증권은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5%, 영업이익은 62% 증가했다”며 “기대에 부응하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2월 대규모 국채만기 도래를 앞두고 국내 증시도 숨고르기 장세에 돌입한 모습이다.
하나대투증권 이영곤 차장은 “유로존을 비롯한 대외 주요 이벤트로 인해 코스피가 200일 이평선에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며 “지수가 하락 반전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조정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차장은 “4분기 실적 모멘텀이 있는 기존 주도주에 대한 압축적인 대응과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업종 중심의 트레이딩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13개 종목을 비롯해 301개 종목이 상승했으며 532개 종목이 하락했다. 71개 종목은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 역시 외국인의 팔자공세에 밀려 1% 이상 밀렸다. 30일 코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5.48포인트(1.06%) 하락한 510.33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오름세로 출발했던 코스닥 지수는 개장 초 외국인의 물량 출회에 내림세로 돌아섰고 상승반전의 기회를 놓쳤다.
이날 개인과 기관이 각각 159억원, 3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이 137억원의 물량을 쏟아냈다.
업종별로는 11.67% 급등한 에스엠과 6% 이상 상승한 제이엠아이 등에 힘입어 출판/매체복제 업종이 5.61% 치솟핬으며 종이목재, 섬유의류, 오락/문화업종 등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제약과 의료/정밀기기, 소프트웨어, 화학 업종 등은 2% 이상 내림세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약세로 마쳤다. 다음을 제외한 시총 10위권 전 종목에 파란불이 켜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SNS 관련주의 강세가 돋보였다. SK컴즈, 네오위즈인터넷, 이루온 등이 2∼4% 강세를 보였다.
한편 국가균형발전 기대감에 세종시 관련주도 급등했다. 전일 충남 연기군 연기문화예술회관에서 노무현재단 등이 주최한 ‘국가균형발전선언’ 8주년 기념행사에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가치를 짓밟았다”며 “오는 4월 총선을 통해 빼앗긴 정권을 되찾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대전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선포한 뜻 깊은 날”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균형 발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대감에 유라테크, 영보화학, 프럼파스트 등이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선 상한가 17개 등 333개 종목이 올랐다. 하한가 5개를 비롯해 616개 종목이 내렸고, 72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