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010년에 23.5%로 OECD 회원국 중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2005년 이후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을 지속해 수를 줄여왔지만 2010년부터 만 55세에 이른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자영업자 비중이 다시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실패율이 너무 높다는 데 있다. 주로 생계형 창업으로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다 주저앉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만 55세 은퇴 후 기대여명 27.6년을 살아야하는 베이비부머들은 창업 실패라는 벼랑 끝에 놓여있다.
#1. 유통업계에 종사하던 53세 김모씨는 퇴직 후 자신이 종사했던 유통과 관련 있는 무한리필 고기점을 창업했다. 40평 점포와 시설구입에 1억8000만원을 투자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1년 6개월 만에 가게 문을 닫았다.
#2. 중소기업 식품업계 종사하다 창업에 나선 53세 오모씨. 부장 진급 후 월급이 오르지 않아 희망퇴직 했다. 집을 담보로 2억원을 빌려 노래방을 인수했지만, 1년 6개월 만에 폐업했다.
#3. 회사원이던 61세 전모씨. 인천 연수동 산업단지에 35평 점포 막걸리 주점을 창업하는 데 2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경영난을 겪다 결국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관계자가 전해준 창업 실패 사례들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12월중 어음부도율 동향’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 5년간 신설법인수를 살펴보면, 2007년 4249개, 2008년 3797개, 2009년 5424개, 2010년 5459개, 2011년 6645개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 지난해의 경우 한국은행이 신설법인수 통계자료를 내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러한 신설법인수의 증가 추세는 은퇴 후 창업을 시작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주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55~1963년생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 재취업이 어렵자 생계형 창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자영업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실패 위험에 직면해 있다.
◆베이비부머 생계형 창업, 늘어만 가는데…
지난 1월 한국노동연구원이 자사 발행 ‘월간 노동리뷰’에 발표한 ‘2011년 노동시장 동향과 2012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래 꾸준히 감소했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2011년 8월부터 전년 동월대비 증가세로 전환, 4개월 연속으로 고용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주로 베이비부머 세대인 50세 이상의 중·고령층을 주축으로 한 도매 및 상품중개업과 음식점 및 주점업 등 생계형 서비스업 창업이 크게 늘어난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경쟁적으로 생계형 창업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50대 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은 2008년 53.4%, 2009년 54.0%, 2010년 55%, 2011년 상반기 기준 55.7%를 차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선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LG Business Insight’의 동향자료에서 “은퇴시기에 직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길어진 수명과 부족한 은퇴 준비 때문에 재취업을 희망하는 50대 이상 구직자들은 늘고 있지만 고령 노동자를 위한 제도적인 준비가 없다”며 “이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고용인원이 5인 미만의 영세 도소매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하지만 자영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인데다 부채비율이 높은 자영업자의 경우 갑작스러운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파산하거나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며 “창업을 시작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2010년에 실시한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부채가 있는 자영업자들은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중이 106%로 집계돼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간행하는 ‘고용·노동 리포트’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 폐업한 자영업자 7만7000여명 중 고용원이 없는 영업자가 6만1000여명으로 전체의 79.2%나 차지했다.
◆예비창업자 10명 중 8명, 창업교육 받아본 적 없어
지난해 7월9일 서울시에서 공모한 ‘창업 실패 수기’에서 총 52건을 접수해 분석한 결과, 창업실패 원인으로 창업 준비 부족이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경영미숙이 23% 그리고 직원관리소홀 1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창업 준비 부족이 가장 짧은 기간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 창업성공이 철저한 사전준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서울시 창업소상공인과 관계자는 “지난해 창업교육수료현황을 조사한 결과 창업 예비자 중 80% 이상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지인의 경험이나 개인적인 판단에만 치우쳐 창업을 하게 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다양한 창업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여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후에 창업을 시작하는 것이 창업 실패율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창업에 관심이 있는 40대 이상의 퇴직한 전문 경력자와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장년창업센터를 운영 중이다. 상·하반기에 각각 250명씩 연간 500명을 6개월간의 창업지원프로그램을 거쳐 예비창업자를 배출하고 있다. 또한 500명을 초과하는 창업예비자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27개의 강좌로 이루어진 온라인 강의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창업소상공인과 측은 “창업을 고려하는 고령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추진해 창업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