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변사’라는 무성영화를 해설해 주는 예능인을 이야기할 때 흔히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오래된 영화가 이야기되고는 한다. 한국 무성영화 중에는 유일하게 영화진흥공사 필름보관소에 보존돼 있는 이 작품은 약자를 보살피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과, 억울함을 해결해 주는 관료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오래 전 은공에 대해 열심으로 보은하는 도리 등을 담았다는 점에서 오래도록 회자되는 게 아닌가 한다.
여교사가 탈옥수를 숨겨주고, 여기에 그의 딱한 사정을 알고는 어린 딸까지 도와주다가 오랜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의 오해를 받는다는 줄거리다. 흥분한 남편은 칼을 들었다가 실수와 사고가 겹쳐 스스로 찔려 숨을 거두는데, 이에 대한 살인 혐의를 검사가 벗겨준다는 내용이다. 공판정에서 여교사에게 죄가 없음을 논하는 검사는 다름아닌 고학생 시절 도움을 받은 바 있는 옛제자다.
공판검사의 역할과 수사검사의 역할에 대한 이해에 대한 이야기나, 검사는 죄를 묻는 게 본업이 아니냐는 지적 등 여러 논제가 있을 수 있는 점도 흥미롭지만, 검사의 역할은 ‘공익의 대변자’로 진실을 규명한다는 점에 있으니 정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어찌 되었든 이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그리고 론스타펀드의 비금융주력자 판단 등 지난한 마라톤이 사실상 종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27일 금융위원회 회의 결과 발표로, 이제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만 남았지만 대부분 그림은 완성되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듯 싶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많은 쟁점과 논란을 겪으면서 ‘검사와 여선생’의 줄거리를 떠올려 보았다.
잘못 꿰어진 단추를 다시 풀고, 문제를 처리하는 검사로서는 보통 하지 않는(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관할이나 역할 사무처리 분장 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을 열성을 다해 처리한 영화 속 검사의 역할을 금융당국과, 각종 사법당국 더 나아가서는 국회에 기대한 분들이 많았을 줄로 믿는다.
하지만 금융위로서는 아마 절차적인 판단과 행정처분의 엄중성 요청에 있어 비금융주력자 문제에 ‘산업자본임’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컸던 것 같다.
저런 영화 속 상황에서 누명을 쓰면 죄를 벗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우리는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생각하고 사는데, 이런 보통의 상황을 벗어나는 역할론을 경우에 따라서는 무리수라고 보는 이도 있겠으나 기대하여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생각하건대, 검사가 돼 나타난 고학생이 억울함을 벗겨준다는(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그런 기대감을 갖고 살기에는, 세상은 특히 금융 시스템은 너무도 복잡하고 비정하다고 하겠다. 특히 우리로서는 해외 무대를 주름잡는 해외 펀드자금에 맞서기도 쉽지 않음을 지난 9년간 우리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그게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그간 흘려온 눈물을 닦아주는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이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