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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파울로 코엘료 소설 ‘연금술사’

최보기 칼럼니스트 기자  2012.01.27 17: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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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화 ‘댄싱퀸’. 대학생 때 춤으로 신촌의 나이트클럽을 주름잡았던 여주인공 엄정화. 댄싱 가수가 꿈이었던 그녀는 변호사와 결혼, 아이 낳고, 살림하고, 돈 벌기 바쁜 평범한 아줌마, 주부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수퍼스타K’가 낳은 스타 가수 ‘허각’처럼 그녀 역시 자신의 잊혀진 꿈에 당차게 도전하는 것이 줄거리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의 꿈에 뒤늦게 도전하게 되기까지는 스포츠클럽 댄스강사였던 그녀의 직업, 도전의 계기를 제공하고 부추기는 미용실 단짝 친구, 그녀를 기억하는 가요기획사 실장, 그녀를 이해해준 서울특별시장 후보 남편과 유권자 등 많은 사람들의 직접적 지원과 간접적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파울로 코엘료가 그의 대표소설 ‘연금술사’를 통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다. ‘누군가가 무엇을 이루기 위해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힘을 합해 도와주게 되어있다. 그것이 꿈의, 삶의, 우주의, 그리고 신의 섭리다’ 파울로 코엘료는 양치기 청년이 꿈에 나타난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 죽음의 사막을 건너는 여행을 따라다니며 간절히 원하는 꿈의 성취를 온 우주가 어떻게 나서서 돕는지 감동적으로 입증한다.

이집트와 지중해를 두고 두세 시간 거리로 마주보는 스페인 시골, 가난한 집 아들 산티아고. 그의 부모는 그가 신부가 되어 가문의 자랑이 되기를 바라며 라틴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신학공부를 시킨다. 그러나 16살 소년이 된 산티아고는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은 소망을 담아 양치기가 되겠다고 나선다.

대번에 난리가 날 일이다. 대원외고에 다니는 아들이 서울법대를 나와 판검사가 되는 걸 포기하고 세상 구경 차 관광가이드가 되겠다고 한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아버지! 그렇다. 산티아고에게는 비범하신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조용히 금화 3닢을 내놓으며 ‘지금 네가 있는 이 곳이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돌아다녀 보라’고 한다. 선견지명이다. 신의 중재자 살렘의 왕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보물을 찾아 이집트 죽음의 사막을 건너 피라미드까지 간 산티아고. 결국은 자신이 양들과 함께 잠을 자던 스페인 초원의 부서진 교회 무화과 나무 밑에서 그의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에는 산티아고가 그의 보물을 발견하기까지, ‘자아의 신화’라 불리는 삶의 진리를 깨닫기까지 집시 점장이, 살렘의 왕, 연금술을 익히려는 영국 신사, 사막의 연금술사, 그리고 마지막의 강도 군인까지 수많은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돕는 섭리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도움은 삶의 중간 중간에 신의 계시나 싸인 정도로 나타나는데 번역가는 이를 ‘표지’라고 해석했다. 자아의 신화와 표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럴 때마다 원문을 직접 보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사람마다 물질, 물체마다 끝없이 이루려고 노력하는 ‘자아의 신화’란 삶을 대하는 ‘해탈의 경지, 영혼(靈魂)의 삶’ 정도로 이해하면 의미가 통하는 것 같다.

표지는 이렇다. 어떤 사내가 에메랄드를 캐기 위해 5년 동안 99만 9천 9백 99개의 돌을 깨뜨렸지만 허사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돌 한 개만 더 깨뜨리면 에메랄드는 나오게 되어 있었다. 신이 그의 삶을 그렇게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꿈을 포기한 사내, 5년 간의 허망한 고생에 화가 나 돌 하나를 세차게 집어 던졌다. 그런데 어머나! 그 돌이 깨지면서 꿈에 그리던 에메랄드가 빛난다. 그가 직전에서 포기하는 것이 안타까워 신이 ‘던져지는 돌’로 변해 그의 삶에 개입한 것이었다.

자아의 신화와 표지,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현재’다. 자신의 미래를 묻는 전사에게 점장이는 말한다. 자신이 언제 죽을 지 알면서 전장에 나가야 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겠냐고. 그러니 이미 지나버린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를 알려 하는 대신 오직 현재를 아름답게 하면 그 다음에 다가오는 미래도 아름답게 이어지리라는 삶의 진리, 신의 섭리에 충실 하라고.

연금술. 간단하게는 납이나 구리 같은 흔한 광물을 귀한 금으로 바꾸는, 일확천금의 기술이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면 화학, 종교, 철학적으로 아주 심오하고 복잡하다. 구리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연금술사는 공식적으로 없는 것 같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명이 난지도 오래다.

그럼에도 사막의 연금술사는 우주를 이루는 물, 불, 흙, 공기의 근원 중 근원인 ‘만물의 정기’를 찾아낸다. 만물의 정기는 고체인 ‘철학자의 돌’과 액체인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나뉜다. 철학자의 돌이 납을 금으로 바꾸는 핵심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만물의 정기’의 핵심 인자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가 말하는 사랑은 대상을 알려고 노력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진실로 사랑하면 연금술사라는 단어를 모를지언정 누구나 위대한 연금술사라는 말이다. 그리고 사막의 연금술사가 유일, 진정한 연금술사로 남을 수 있게 된 것도 납을 금으로 바꾸는 그의 기막힌 재주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막에서 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금술사’의 일관된 메시지는 진정한 삶의 가치와 꿈의 성취에 대한 성찰인데 종착지는 사랑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들어있고, 차동엽 신부의 ‘무지개원리’가 들어있다. 단지 책을 읽고 배우기 보다 꿈을 위한 행동으로 배우라고 한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야말로 꿈의 성취에 가장 큰 적이다. 간단히 영어로 Just do it now!

   
 
누구든 간에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면 그것이 이뤄지도록 온 우주가 나서서 돕는다. 신께서 그렇게 기록해 놓으셨기 때문이다. 그게 인간 삶의 섭리이다. 마크툽! 모든 일은 신께서 기록해 놓으신 대로 되리라. 이 또한 지나 가리라.

사족, 전에 없이 서평이 두서가 없다. 언뜻 쉬운 것 같지만 찬찬히 두 번을 읽으니 그제서야 파울로 코엘료의 깊고 깊은 삶의 성찰이 제대로 손 안에 올라오는 이유다.

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