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설 연휴를 이용해 오랜만에 고향땅을 밟았다. 장시간 여정에도 그리운 부모님과 고향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들뜨기만 했다. 그러나 마을에 도착한 직후 초입에 검게 붙은 현수막에서 고향은 지금 원전유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됐다. 원전유치 문제는 단순 찬반 의견을 떠나 지역민들의 인심까지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내건 삼척시청 측 찬성파는 고용창출, 복지증진 등을 찬성의 근거로 들었다. 원전유치를 통해 낙후된 지역경제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반대파는 사회혼란을 일으키는 원전은 청정 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아름다운 고향을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전 찬반 논란은 지역 내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삼척여고 동문회는 원전백지화 투쟁위원회에 1000만원을 전달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동문들은 성명을 내고 거세게 반발, 총동문회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원전을 둘러싸고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자 삼척시청은 28~29일 양일간 원전과 관련된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개별 광고업체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삼척시가 원전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이는 도리어 반대파의 입막음을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현행법상 정치적 목적을 제외하면 지정된 장소에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해 현수막을 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척시의 강압적인 태도는 볼썽사납기만 하다.
엊그제 같았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1여년 가까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일본정부는 원전 사고가 수습됐다고 발표했지만 방사성 물질 방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의 1~3호기에서 방출되고 있는 방사성 물질의 양은 시간당 약 7000만 베크렐(Bq)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1000만 베크렐 가량이 증가했다.
방사선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악마의 입김이다. 원전사고 장기화는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일본으로써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미해결 과제다.
원자력을 통해 에너지 생산이 청정에너지라니…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그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내 고향 삼척이 맑고 깨끗한 산골로 남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과한 욕심이 되기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