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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연임론 탄력받고, 제도 개선 갈길 분명해져

[론스타와의9년이 남긴것] 변양호신드롬부터 법개정론까지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1.27 17: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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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많은 것을 남긴, 그리고 많은 수업료를 낸 시간이었다. 론스타펀드가 오랜 시간 발목을 잡혀 온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족쇄가 사실상 모두 제거됐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통해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에 대해 '아니다'라는 판정을 해 주고,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 처리하는 것을 승인, 하나금융과 론스타간의 매매 계약에 대해서도 모든 장애물을 치워줬다.

이로써, 한국 금융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지난했던 논란을 일으켜 왔던 외환은행 매각 문제와 론스타펀드의 은행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일단락되게 됐다.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청사 건물과 건물 경비에 나선 경찰 모습.
당국, 행정처분 신중론에 방점

금융위는 27일 이번 결정에 대해 상당한 고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위의 설명을 들어보면, 상당히 정교성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어 주목된다.

금융위는 비금융주력자 해당 논란, 즉 은행 대주주 적격성 없음 주장이 일각에서 대두된 상황에 대해 치밀한 논리적 설명을 통해 해결을 시도했다.

금융위는 "2010년말 기준으로는 론스타펀드Ⅳ의 비금융계열회사 자산합계가 2조원을 초과하므로 법문상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입법취지, 신뢰보호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시 시점에서도 단순히 법문상 비금융주력자에 해당된다고 하여 주식처분명령 등 조치는 부적절하였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당국, 법적 안정성 면밀히 꼼꼼히 집착한 까닭은? '변양호 신드롬' 아쉬운 봉합

금융위는 이른바 PGM 건과 관련, "당국은 외환은행 주식 취득승인시와 매 반기 기준의 정기 적격성 심사시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확인하여 왔으며 이를 위해 론스타펀드Ⅳ(대주주), 외환은행 주식취득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계열회사(수직관계에 있는 특수관계인) 및 국내 소재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론스타측으로부터 확인자료를 제출받았다"고 기본적인(총론적인) 문제점 스크린의 적법한 집행을 설명했다.

아울러 각론에 있어 금융위는 "(논란의 대상물이 된) PGM이 매각된 현 시점에서 론스타펀드Ⅳ는 비금융주력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서 따라서 "동 펀드에 대한 주식처분명령도 곤란하다고 사료된다"고 결론냈다. 아울러 인수 당시 자격 기준에 대해서는, "2003년 9월 외환은행 인수당시에도 론스타펀드Ⅳ를 비금융주력자로 볼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PGM은 2004년 12월에 설립됐다.

금융위는 또한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 당시 법령과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반영해 신중한 태도로 결정짓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위는 설명 근거로 판례를 제시하는 등 상당히 적법성 논리 구축에 매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외환은행 논란으로 이미 검찰에 의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구속괴고 김석동 현 금융위원장도 조사 대상이 됐던 '트라우마'가 관료 사회에 깊이 각인돼 있고 이에 따라 상당한 고심과 돌 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태도,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는 상황 인식에 따라 문제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풀이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에 이렇게 치밀한 논리 틀을 구축함으로써, 당국은 론스타와 외환은행 등 이슈에 대해 일단 짐을 내려놓게 됐다. '변양호 신드롬'으로까지 불리는 이른바 보신주의(self-protectionism), 복지부동(apathetic attitude)에 지배당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워진 것인데, 그 과정에서 상당한 논리적, 물리적 노력을 기울이면서 변양호 신드롬을 나름대로 해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대의멸친'을 택하지 않고,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판단에 있어 일부 문제가(2010년경 기준으로) 있었음을 스스로도 인정하면서도 결국 기계적 절차 단계 밟기를 택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총체적인 실체'보다 '부분적인 절차를 통한 그림 맞추기'에 매몰됐다는 논란으로 2% 부족했다는 평가를 완전히 떨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나금융, 만년 4등 지주에서 당당한 금융리더로…'김승유 연임론' 탄력

하나금융은 이번에 순조롭게 모든 절차의 장애물이 제거되면서, 가장 큰 수혜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4대 지주로 일컬어지면서도 신한지주와 KB금융, 우리금융 등 경쟁사들에 비해 작은 외형으로 경쟁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소되는 계기를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은행은 외국환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는 데다, 그간 론스타의 고액 배당 방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경영 성적표를 기록해 오고 있는 실력파 은행이다. 여기에 기업 금융에 있어서도 강점을 갖고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고, 하나금융 산하 하나은행과도 포트폴리오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중복 점포 처리 등 난제가 상당히 적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외환은행 노조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완전히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간담회를 통해 듀얼뱅크, 인위적 구조조정 미집행 등 미전을 제시한 상황이나, 이미 상당 기간 하나은행측과 온-오프라인에서 대결해 온 외환은행 구성원들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데에는 상당한 공력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도약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껴안기에 앞으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한편 바로 이 문제 때문에 '김승유 연임론'이 탄력을 한층 더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을 김 회장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인데, 물을 건널 때 말을 바꾸지 않는 것처럼 김 회장이 외환은행 사령탑으로 등장한 윤용로 행장(전 기업은행장)을 통해 하나금융의 새 전기를 확실히 정리하고 나가야 한다는 논리가 내외에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자리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대업을 이룬 상황에서 연임에 대해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 전망해야 한다는 해설이 제기되고 있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 고치자' 논의 계기로

한편 이번 론스타 논란은 우리 금융의 시스템에 상당한 과제를 남겨주고 있다는 미래지향적 해석 또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금융위가 27일 종합적 판단이라는 스스로의 평가에 덧붙인 지적은 우리 당국은 물론, 사법기관 및 법을 만드는 국회, 그리고 국민 모두가 상당한 고심을 앞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금융위는 "앞서 언급한 비금융주력자 제도의 내용과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개정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는 당국에서 은행법 개정 등 여러 문제 개혁 요구를 간명히 제시한 것이다. 은행법 규정이 문제가 있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했으므로 제도를 뒤늦게라도 고쳐야 한다는 실무가 입장에서의 쓴소리이기도 하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이면 은행을 소유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일각에서는 세계 무대에서 일하는 국제적 기업 내지 펀드 등이 재산을 판단한다는 점에 상당한 애로가 있고, 그런 점을 미리 에상해 놓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번 론스타 골프장 논란은 언제고 한 번은 터질 일이었다고 해석한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학술적, 실무적 논의가 지속되어야 하고, 이에 대해 각종 시스템 개선 노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 도출 과정 역시 중요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탄탄한 금융기관을 외국에 헐값으로 넘기면서 많은 교훈을 얻은 만큼,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 전반에 대한 감독 체제, 위기 대응 능력 등을 모색하는 데이터로 승화시키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