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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험난한 i40 해외 진출기, 시기·질투 탓?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1.26 17: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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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보무도 당당하게 세계경제 위기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연말 “위기를 직시하자”는 주문을 내놓는 한편 여러 지역에서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여기에 26일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5.7% 증가한 429만대로 제시하면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자는 적극적 공세 전략을 펼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장기간 신화를 써 온 소나타의 위상이 이제 저물어가는 양상이라는 소리도 없지 않지만 이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아울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마케팅 전략을 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지난 세모에 BMW 출신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채프먼씨를 미국 캘리포니아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한 것을 두고, 토요타의 렉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따로 만들려는 포석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 양쪽의 공략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평가 문제에서 현대차라는 브랜드가 아직 모호한 입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풀이입니다.

매력적인 가격에 한국소비자 불만 높은 까닭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i40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나타 신화를 뒤이어 나갈 새 모델이라는 극찬과 함께, 세단과 왜건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을(국내에서는 왜건만 판매 중이나 곧 유럽 시장처럼 세단도 판다고 함) 선보이는 점이 매력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평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왜건이라는 차종 자체가 국내에서 인기가 그다지 없었던 점이 일차적 요인이겠지만, 문제는 가격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2775만~3075만원선인데, 이 정도면 준대형급으로 분류되는 그랜저2.4와도 거의 비슷해진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왜건은 패밀리카 개념이 강해 세컨드카 시장에서 강점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 고급 세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그랜저와 맞먹는 차를 소화할 시장이 크겠냐는 점은 의문입니다.

문제는 위에 드러나 있는 이러한 가격 불만은 일각에 지나지 않으며, 그 수면 아래에 크고 복잡한 반발 심리가 숨어있다는 데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i40 가격이 왜 대체 저 모양이냐는 물음들을 공공연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포털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국내 시장에서 비싸게 팔고 외국에서는 싸게 파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데, 차량옵션이나 환율 등을 비교해 보면 외국에서 i40가 싸게 판매되고 국내에서는 속칭 덤터기를 씌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간 현대차에 대해 누적되어 온 ‘국내 고객은 호객님 취급한다’는 선입견이 고급차 가격에 맞먹는 가격에 덧씌워지면서 표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 i40 왜건

호평 해외언론, 하지만 우호적 기사들 중간중간에 여전한 ‘비수’

i40 이야기만 할 것은 아니니, 이야기를 좀 더 넓혀 ‘i40 및 현대차’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을 살펴볼까요?

일단 영국 매체 ‘가디언’은 i40와 관련한 기사(2011년 12월18일)의 마무리를 “시승차를 타본 입장에서 많은 질문에 사람들의 질문에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많이 컸네’라고 말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독일 ‘오토빌트’는 제목 자체를 ‘한국이 파사트에 답하다’라고 달아 일개 카 메이커가 아닌 한국 자동차의 폭스바겐에 대한 도발로 i40 문제를 보고 있다는 의중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i40 내지 현대차에 대해 의견이 일치돼 우호적으로 호평 일색으로 나오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사이드 라인’에서는 i40에 대해 다루면서 “이런 장난감들(‘toys’로 표현)을 경쟁차 파사트 구매자금 정도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는데, 굳이 그 앞에 많은 i40 기능과 디자인 등 많은 장점들을 상세히 길게 묘사해 놓고 나서 ‘toys’ 표현을 써 읽기에 따라서는 효과가 반감되거나 묘사의 진정성이 상쇄돼 보이기까지 한다면 지나친 평일까요?

미국 매체인 ‘디트로이트 뉴스(1월23일)’가 현대차의 경쟁력과 성장세에 대해 소개하면서 “어떻게 그들이 그걸 할 수 있을까? 우리(폭스바겐)도 BMW도 못 한다”는 CEO 발언을 소개한 다음에 골프보다 10%나 낮은 가격에서 출발하는 i30라는 부연 설명을 적어 놓은 점은 약과입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낮은 가격과 5년 보증기간은 매력적이나, 퍼포먼스와 색깔(캐릭터)이 부족하다. 보기엔 ‘럭셔리 카’ 같고 라인이 잘 빠졌지만, ‘진짜 개성’이 없다(2011년 12월29일)”이라고 혹평하듯 했습니다.

해외 판매가와 환율을 기준으로 생각해 볼 때 국내에서는 적당한, 또 해외에서는 싼 가격이 매력적인 i40가 국내에서는 백안시하는 시각을, 해외에서는 “그래도 막상 산다면 파사트”라는 평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또 나아가 현대차가 파격적인 워런티 정책에도 불구하고 색깔이 없는 차, 그저 싸게 판다는 뉘앙스의 평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동안 쌓아온 ‘업’을 이제야 돌려받는 게 아닌가 싶다면 너무 앞서나가는 해석일까요?

민주당 박선숙 의원이 지난 2010년에 미국 딜러들을 상대로, 국내 생산 수출차량인 아반떼 S16 럭셔리(수출 모델명 엘란트라 2.0 블루)의 판매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45개 주 89명의 현지 딜러에게 문의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자료에서, 딜러들은 아반떼 S16 럭셔리의 경우 1단계로 미국 현지법인에서 공급하는 할인가격이 대략 1500달러(응답자 평균값)이고 2단계로 자신들이 자체 할인해주는 금액이 1675달러가량이라고 답해 왔다는 것입니다.(하지만 현대차는 1월26일 IR을 통해 미국 현지법인 공급 할인가를 1000달러선으로 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정가의 최소 20%에 이르는 3175달러가량이 할인된 수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위에서 언급한 외신의 경쟁 차종 대비 10% 낮은 출발선이라는 평가가 그저 경탄만이 아니라 ‘비아냥’임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i40는 왜건 시장이라는 모호한 시장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언제까지 세단만 만들어 팔 것이냐, 경제가 어려운 지금 탄탄하게 다진다면 왜건 시장 개척에 지금처럼 좋은 때가 없다고도 항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언제고 전인미답의 시장을 남겨둘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은 현대차가 이탈리아 디자이너에게 맡겨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포니1을 시장에 선보였던 때와는 다릅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꼬리 빠진 장닭 같다”면서도 포니1의 시장 공략을 밀어붙이고 그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드럼통을 펴 만든 원시적 수준의 차나 일본에서 거의 대부분 들여온 무늬만 한국차들만 있던 ‘초인이 오지 않은 땅’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서나가는 컨셉트카’인 동시에, 나쁘게 평가 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 ‘무균질’의 차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i40는 상황이 다릅니다. ‘원죄’가 너무 많다고나 할까요? 이런 총체적 난국을 당면한 i40, 그리고 현대차 자신에 대해 어떤 답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