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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체들의 신사업 돌파구…‘쓴맛 단맛’ 사연

“의욕만 앞섰다간 실패, 구체적 계획과 인프라 구축 우선돼야”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1.26 13: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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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원자재가격 상승’, ‘가격담합’, ‘물가안정 정책’ 등 지난해 식품업계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슈가 유난히 많았다. 이를 반영하듯 다수 식품업체의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크게 밑돌았다. 이 가운데 여러 식품사들은 사업다각화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이들의 신사업 추진은 또 다른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만큼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 같은 식품업체들의 신사업 개척은 지난해 연초부터 활발했다. 남양유업(003920)과 동서식품, 웅진식품, 삼양사(145990) 등이 지난해 신사업을 추진한 대표적인 업체다.

◆‘부진 돌파구’ 신사업 주력

첫 스타트를 끊은 곳은 남양유업(003920).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앞세워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했다. 유가공시장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매년 성장을 거듭하는 커피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택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또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건강기능식품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웅진식품이 원두 로스팅에서부터 RTD(Ready-To-Drink), 에스프레소머신 렌탈 등 커피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기존의 음료, 주스사업을 넘어서 커피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커피믹스시장의 절대강자 동서식품도 사무실 및 업소 전용 캡슐커피 머신 ‘타시모 프로페셔널’을 출시하며 캡슐커피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10월에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를 선보이며 커피전문점과의 본격 경쟁을 선언했다.

12월에는 삼양사가 ‘큐원 BDlab’을 론칭, 뷰티∙다이어트 시장에 진출하며 지난해 신사업 진출 막차를 탔다.

◆첫해 기반 닦았다…본격 사업은 이제부터

이들 업체는 무난히 신사업 기반을 다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장 진출에 앞서 소비자 니즈 분석과 철저한 시장조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사업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영역확장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한 것도 시장 안착에 한몫했다.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특히 이들 4개 업체 중 현재 큰 성과를 거둔 곳은 지난해 가장 먼저 신사업에 뛰어든 남양유업이다.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는 지난해 1월 시장 진입을 시작했으나 대형마트 등 매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데 6개월여가 소요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됐음에도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는 경쟁사 비방에 가까운 마케팅과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 누적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시장점유율도 당초 목표치였던 20%에 근접했고 커피믹스시장 2위인 네슬레를 제쳤다. 독보적 1위 동서식품마저 위협했다. 남양유업은 이미 커피믹스 시장에 안착했다고 판단, 여세를 몰아 올해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로 커피믹스 시장점유율 30%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커피믹스로 신사업에 탄력을 받은 남양유업은 건강기능식품, 그 중에서도 임산부용 비타민 시장에 진출했다. 임산부용 비타민 시장 규모는 300억원에 불과하지만 남양유업은 이를 통해 추후 대상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우선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처음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작은 (분유 제조업체인) 전공을 살려 산모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선보인 것”이라며 “임산부, 태아 관련 제품 노하우를 살린 제품인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서식품도 지난해 캡슐커피 머신과 인스턴트 원두커피, 2가지 신사업을 전개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동서식품 캡슐커피 머신 '타시모프로페셔널'(좌)과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
캡슐커피 머신인 타시모프로페셔널은 업소용과 사무실을 대상으로 한 캡슐커피 머신이다. 동서식품은 여기에 이어 지난해 가정용(개인용) 캡슐커피 머신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지연돼 올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가정용 캡슐커피 머신까지 출시되면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도 지난해 10월 출시되며 60억원 매출 달성을 기대했다. 그러나 출시 두 달만에 100억원 매출을 올리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동서식품은 올해 600억원으로 목표했던 ‘카누’ 매출을 상향 조정 중이다. 
 
◆신사업 계획수정 있지만 “인프라 구축 과정”

웅진식품은 당초 지난해 원두 로스팅부터 RTD, 에스프레소머신 렌탈 등 전체 커피시장을 아우르는 사업 전개에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500억원 매출을 목표했다. 그러나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으며 당초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가동하려던 기존 유구공장 내 로스팅 설비가 기계 설치 등 문제로 지연되며 전반적인 커피관련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아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해당 로스팅 설비는 오는 3~4월경 완공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에스프레소머신 렌탈 사업은 현재 편의점과 오피스를 중심으로 1600여대가 운영 중이다. 이 사업 역시 3~4월경 로스팅 설비가 완공되면 시너지 효과에 힘입어 본격 매출이 증진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웅진식품은 이와 함께 보다 활발한 커피사업 추진을 위해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와 RTD 제조 제휴를 철회했다. 회사 관계자는 “할리스커피와의 제휴로는 마케팅 등 여러 부분에서 제약이 많았다”며 “커피시장이 크면서 웅진식품만의 브랜드를 키우며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웅진식품의 커피 브랜드는 기존 ‘할리스커피온바바’에서 ‘바바커피’로 변경됐다. 

한편, 커피사업의 기반이 될 로스팅공장 설비가 지연되며 당초 목표와 사업계획도 수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현재 커피사업 관련 사업계획이 변경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목표도 산정하지 못했다”며 “로스팅설비가 완공된 이후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뿐 아니라 B2B, 원두판매 등 커피사업이 본격 추진될 것이다”고 말했다.

   
삼양사가 ‘큐원 BDlab’(사진)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삼양사는 ‘큐원 BDlab(큐원 비디랩)’을 론칭하며 뷰티∙다이어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큐원 BDlab’은 시리얼 등 한 가지 제형만으로 구성된 원푸드 다이어트 일변도인 경쟁사 제품과 달리 바, 시리얼 등 다양한 제형으로 차별화를 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마트에만 입점돼 있으며 시리얼 제품군 점유율 25%를 차지하며 성공적인 시장 진입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양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또 다른 제형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현재 이마트에만 한정돼 있는 유통채널을 확대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해나갈 것이다”며 “이로써 올해 100억원을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들었다간 ‘낭패’

앞선 기업들처럼 신사업을 별탈 없이 진행하거나 또 신사업으로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소비자와 시장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시장조사 등 준비 없이 무턱대로 사업 확장을 꾀했다가는 실패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리한 사업 확장 욕심에 신사업을 추진했다 철회한 업체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빙그레(005180)다. 유가공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빙그레는 유가공시장이 포화상태로 점쳐짐에 따라 이미 2000년대부터 신사업 개척에 힘써왔다. 그러나 의욕을 앞세운 무리한 사업전개로 냉동식품과 라면, 베이커리 사업에서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 최근에는 2008년 설립한 실버사업(노인 대상 건강식 배달사업) 전담법인 ‘예담(예가든)’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사업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법인을 청산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매출 부진 등으로 단종된 제품들. 삼양식품 '오렌지-고' 시리얼(좌)과 코카콜라 '두유 해브 모조'.
삼양식품(003230) 역시 신사업으로 사업영역 확장에 실패한 케이스다. 지난 2010년 9월 ‘오렌지-고(Orange-go)’ 브랜드를 론칭하며 시리얼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제품이 단종 되며 마무리수순을 밟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라면 사업 외에도 다른 사업을 한 번 전개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으나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사업을 접게 됐다”며 “시장진출에 앞서 나름대로 준비를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삼양식품은 이로써 당분간 기존사업이자 핵심사업인 라면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코카콜라도 2010년 두유시장에 진출했다. 건강기능식품에 가까운 기존 두유제품과 달리 음료에 중점을 둔 가벼운 질감의 두유 ‘두유 해브 모조(두유 have mojo)’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총 3종(허니, 바나나, 카카오) 중 허니는 소비자 니즈가 없어 단종됐다. 바나나와 카카오는 계속 판매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두유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만으로도 신사업 전개에 있어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어려워 몇몇 업체들이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신사업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존 주력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에서 사업을 진행하면 그만큼 위험부담이 적지만 그것만 믿고 시장에 진출했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적극 투자에 앞서 구체적인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