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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빼가기 관행’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유재준 기자 기자  2012.01.25 17: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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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IT분야 연구원들이 퇴직한 이후 경쟁업체 이직을 금지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법원은 연구원들이 상당 기간 동안 기술을 기획·개발하는 등 핵심기술을 다뤘던 만큼 그 기술에 대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LG에릭슨의 경우가 그렇다. LG에릭슨에서 3G와 4G LTE 분야를 연구하던 전문가들이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코리아로 옮긴 사례다. LG에릭슨은 경쟁사로 이직한 연구원을 상대로 제기한 전직금지 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IT 핵심기술을 다루는 인재들 이직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은 임원급이 아닌 연구원의 이직이었음에도 이례적으로 LG에릭슨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동안 업계에서는 경쟁사의 핵심인력을 스카우트함으로써 ‘기술 빼가기’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었다.

해외에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플과 구글 등 미국의 주요 IT업체들이 ‘기술 빼가기’를 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그럼에도 해당 업체들은 ‘빼가기’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재직 당시 퇴사 이후 경쟁업체의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겠다는 전직금지계약을 체결했지만 번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한 연구원이 타 업종에 취직했다지만 경쟁사 A업체의 계열사에 취업한 것으로 등록됐을 뿐 사실은 A업체에서 근무를 하는 등 여러 편법들이 난무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기술 빼가기’의 대상이 중소기업들이었다. 때문에 기업들은 기술은 물론 인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연봉을 올리는 등 근무조건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이젠 중소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대기업 연구원들의 이직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어 씁쓸함은 더하다. 그 이유가 연봉·근무조건 비중이 높게 차지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앞선다.

현재 통신시장은 4G LTE로 세대가 교체되는 과도기 시점이다. LG에릭슨의 사례도 LTE시장에서의 급증한 수요에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이런 저런 정황을 뒤로 하고, ‘기술 빼가기’를 한탄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 아닐까, 라는 원론적인 생각을 새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