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희섭이 연일 화두다. 지난해 주장 반납에 이어 전지훈련 불참, 그리고 사과에 이르기까지. 왜 이럴까. 최희섭의 연약한 마음가짐, 팬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 선수단과의 불화 온갖 평론들을 내놓고 있지만, 필자는 같지만 다른 해석을 하고 싶다.
기아타이거즈의 팬들은 196cm, 109kg 내 외의 광주출신 메이저리그의 2007년 귀환을 두고 열광했다. 거대한 체구에서 품어져 나오는 장타력,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하는 정확한 타격, 유연한 수비 모든 면에서 기아타이거즈의 홈런 부재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희섭의 국내 성적을 살펴보면 홈런타자라기보다는 33홈런, 타율 3할 8리에 100타점을 기록했던 2009년을 제외하고 홈런왕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본인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하겠지만 사실상 최희섭을 움츠러들게 하였던 것은 당시 기아타이거즈의 상황과 분위기였다.
최희섭은 2009년 100 타점을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면 2007년 46타점, 2008년 22타점, 2010년 84타점, 2011년 37타점에 불과했다. 규정타석에 못 미쳤던 해를 고려하더라도 2007년 3할 3푼 7리, 2009년 3할 8리, 2010년 2할 8푼 6리를 기록했던 4번 혹은 3번 내지 5번 타자가 이토록 홈런과 타점이 부족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 필자는 기아타이거즈 공격력의 부재에서 이 해답을 찾고자 한다.
출루한 주자가 없고 선두타자로 나온 최희섭은 큰 것 한방 즉 홈런을 노리기보다 출루를 해서 후속타자들에게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다. 당연히 스윙 폭은 줄어들었고 스윙도 작아졌다. 큰 덩치의 호쾌한 스윙이 사라져 버렸다.
메이저리그의 공격적인 투구패턴과 다른 국내야구에 적응하려는 방편이었다고 할 수 있으나 최희섭을 변화하게 만든 것은 최악의 공격력이었다고 평가받는 당시의 기아타이거즈의 현실적인 한계에서 비롯되었다면 너무 최희섭을 편들기 위한 것일까.
그런데 최희섭은 한 가지 망각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안타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가 이용규와 최희섭의 안타이다. 최희섭의 안타는 안타로서 그치지만, 이용규의 안타는 상대팀에게 상당히 치명적인 안타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 6월 4일 SK전에서 보여준 이용규의 안타를 살펴보면 이용규와 최희섭과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당시 경기에서 이종범의 솔로홈런을 앞세워 2:0으로 앞서가던 기아는 5회말 SK 최정의 솔로홈런과 7회말 기아타이거즈 차일목 포수의 실책으로 2:2 동점을 맞은 상황에서 나온 8회 이용규는 내야안타로 1루 출루 후 SK 글로버의 폭투로 2루 진루, 신종길의 볼넷 때 3루 도루를 감행, 결국 SK 포수 최경철의 3루 악송구로 인해 홈까지 파고들어 결승타를 올리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에 반해 2011년 단 1개의 도루에 그친 최희섭은 안타를 치고 1루로 살아나간다고 해도 이후 작전에 의한 점수를 기대하기 보다 장타에 의한 점수를 낼 수 밖에 없어 더욱 무거운 짐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로써 최희섭은 기아타이거즈의 계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먹을 것은 없고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 홈런을 못치는 홈런타자, 발이 늦어 작전수행을 막고 있는 3할 타자, 타점이 지극히 적은 중심타자를 무엇에 쓸 것인가.
우리가 최희섭에게 바라는 것은 살아나가서 작전을 불가능하게 하는 무거운 짐으로 작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거대한 덩치와 호쾌한 스윙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홈런보다 삼진이 많은 것은 홈런타자에게 짐이 아니다.
타석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상대투수에게 부담을 갖게 한 2007년 국내복귀 당시의 위력을 스스로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최희섭의 존재는 이용규의 건재와 안치홍의 발전, 이범호와 김상현의 파괴력과 함께 국내야구 가장 강한 타격으로 손꼽힐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지난 잘못을 깨닫고 팬들이 원하는 선수, 구단이 필요한 위치에 있는 선수로 거듭나길 바라며 따뜻한 애정으로 2012년을 지켜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