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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더 어렵다는데… 고용창출 질 높이려면?

[심층분석] ‘묻지마 창업·취업’ 대신 일자리창출 효과 높은 업종 지원 뚫어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1.25 1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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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자리 창출이 목표치를 웃돌았다고 하고, 고용탄력성이 높아졌다고도 한다. 부도업체 숫자는 줄어 11년래 최소 수준이고, 신설 법인수는 상승 기로에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대로 마냥 좋은 것일까? 회복되는 듯하던 세계경제 상황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실물경제로의 위기 전이가 금년에 본격화되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언급되고 있다. 이렇게 금융위기에 이어 실물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는 현상황에서 경제 정책의 ‘알파요 오메가’인 ‘일자리’를 점검할 필요가 다시 요청되고 있다.

현정부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심판한다는 명분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며 집권한 데다, 2008년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유례없는 위기 국면을 임기 중 소화하면서 경제 난국을 푸는 데 많은 공을 들여왔다. 이런 사정은 금융의 위기 징후를 관리하는 문제나 부동산 등의 경제 현안뿐 아니라 국민들이 경제 사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고용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을 조성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2012년 제2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해 취업자 증가수가 정부 목표치를 넘어서 41만5000개 늘어나며 7년 만에 최대 규모로 증가했으며 △경제의 고용창출력을 보여주는 고용탄력성, 즉 경제성장률 대비 고용증가율은 0.46으로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났고 △지난해 새로 늘어난 일자리 가운데 인구효과에 의한 체계적인 편의를 차감하면 대부분 20대를 비롯한 청년층에서 만들어졌다고 언급한 점도 현 정부의 고민 초점이 좀처럼 늘지 않는 고용, 청년실업 등에 맞춰져 왔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또 이런 박 장관의 발언에 소개된 지표(통계청 ‘2011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반영)를 보면, 일말의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또 19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부도업체 통계와 신설법인 수 등 ‘기업경기’도 일단 이것만 보면 기업경기가 호황에 달한 것으로까지 보일 만 하다. 한국은행은 작년 부도업체(법인+개인사업자)가 1359개라고 19일 밝혔다. 2010년 1570개보다 13.4%(211개) 줄어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6만5110개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계상황서 버티기? 우려 고조…‘질 낮은 고용’ 문제

   
금년에 실물경제 위기 전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일자리 창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나, 막상 우리 한국의 고용과 창업 상황은 외화내빈 사정이라는 우려가 높다. 사진은 채용박람회장을 찾은 인파.
하지만 통계청 연간 고용동향과 한국은행 부도율 통계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부 상승 화살표만으로 환호하기에는 일러 보인다.

우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인 고용탄력성을 보자. 이번 통계청 고용동향에서는 고용탄력성이 최근 수년간 0.2 수준(2009년 제외)에서 작년 0.46으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고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이미 2007년경부터 추락을 시작해 2009년 무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으로 처졌다는 수준에서 원상회복을 한 데 그친다. 2004년 고용탄력성 값과 유사한 값으로 이번에 올라선 데 그친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나마도 금년 들어 다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고용탄력성이 0.289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3분의 2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뜻이다.

법인(및 개인사업자) 부도 통계가 줄고 있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 뒤에 한계기업을 무리하게 부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늘 따라붙고 있다. OECD가 지난해 봄에 내놓은 ‘한국 구조개혁평가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중소기업에 대한 무리한 지원에 대한 경고음이 담겨 있다. OECD는 “경제 위기 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너무 확대됐다”며 ‘지원책 축소’를 주문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위기가 본격적으로 심화되던 2009년, 신용보증기금 등 중소기업 정책금융기관들이 공급한 자금은 약 21조원이다.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과 대출 만기 일괄 연장, 기업대출에 대한 보증기관의 보증 비율 확대 등 지원 일변도의 여러 정책이 많은 유망한 기업을 구해냈지만, 한편 능력 없이 지원으로 연명하는 일명 ‘좀비기업’들을 양산하기도 했다는 우려다.

한국은행 통계에서 부도업체 숫자가 2008년 2735건에서 2009년 1998건, 2010년 1570건 등으로 대동소이하거나 소폭 감소로 유지되는 것도 이 같은 지원에 힘입은 바가 없지 않고, OECD 보고서 역시 이 부분을 지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법인 관련 통계 축에 못 드는(각종 중소기업 대책 등에서 배제되는 규모의) 영세한 개인사업자(자영업자)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이들은 상당한 부침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04~2009 사업체 생성·소멸(생멸)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평균적으로 한해 117만2837개의 사업체가 신설 또는 휴·폐업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절반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이며, 특히 신규 사업체의 3년 생존율은 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지원의 손길을 거둬들일 경우 많은 중소기업이 쓰러질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른바 ‘고용의 질’과 관련한 해석은 더 암담하다. 지난해 통계청 통계에서 취업자 증가 규모가 가장 컸던 10월 사정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자.

LG경제연구원 이지선 연구원은 지난해 11월16일, 10월 고용의 상황을 분석해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 연구원은 여기서 “서비스업 고용은 10월 들어 55만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서도 도소매업, 운수업의 신규취업자가 20만명 증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면서 “대표적 자영업종인 도소매업, 운수업의 신규 취업자수 증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 근거로는 대형 유통업체 매출 증가가 둔화되는 와중에도 도소매업 취업자수 자체가 느는 점을 들었다. 이 연구원은 베이비 부머 세대의 자영업 창업 증가도 추론했다.

아울러 청년층의 고용률이 최근 높아진 것 또한 하나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면서도 “청년 구직자들이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졸업을 미루는 등 자발적인 실업 상태를 유지하기 보다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일단 소득 창출을 위해 당장 취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저비용 고용과 자영업으론 버티기 어려워

이쯤 되면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해 고용현황이나 한국은행의 기업 부도율 등이 경제의 내실을 완전히 담아내는 잣대로 완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한국 근로자 4명 중 1명은 중간임금의 3분의 2 이하를 받는 저임금 근로자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선진국의 저임금 노동: 경험과 교훈’ 보고서,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2011년 실업률이 평균 3.4%로 완전고용에 가까웠으나 체감실업률은 11.3%에 달했다고 지적한 현대경제연구원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고용한파 지속’ 보고서(19일)가 주는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현재 호조를 보인 취업자 증가의 효과는 이제 금년 경제 성장 여력 감소로 상당 부분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그 대부분이 서비스업 가운데서도 부가가치가 낮은 도소매업이나 운수업, 월 36시간 미만 근로자 등에 기반해 쌓은 것이기 때문에 와해 속도 역시 빠를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고용의 질이 매우 취약한 이들 일자리는 경기가 둔화될 때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낮은 임금과 취약한 자영업, 그리고 당국의 도움에 기대 버티는 기업들로 쌓은 고용의 지표인 만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 침체라는 유례없는 위기를 대면해야 할 2012년 한국 고용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한 해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이미 사실상 한계 상황에 다다른 대기업들을 위주로 한 고용의 신규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청년고용 등도 거론되고 있으나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일단 창업을 통한 고용창출 효과 제고가 길이라는 해석인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업종에 전방위 지원을 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제조업은 고용유발효과가 둔화되는 업종이라는 지적이 있고, 무엇보다 미래에도 좀처럼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개별연구원(KDI)은 12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능력과 관련해 “제조업의 경우 중국의 부상 등으로 구조조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고용탄력성이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경준 선임연구위원 등은 이 같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제조업 고용탄력성의 추락에도 그나마 고용탄력성이 유지됐던 것은 사회간접자본(SOC)분야와 서비스업의 고용탄력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실적 부진은 정부 설계 잘못 때문”

하지만 서비스업 중에서도 영세 자영업 수준의 창업은 그 주체가 청년층이든, 베이비부머이든 간에 소규모 밑천으로 ‘묻지마 창업’에 나섰다간 ‘언 발에 오줌누기’ 효과에 그칠 공산이 크며 그 효과는 작금의 상황에서 더더욱 기대할 바가 못 된다는 점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경기개발연구원은 ‘5대 서비스 산업 발전 전략’ 보고서에서 서비스 산업이 일자리 창출의 보고라고 강조했는데, 여기서는 △의료 △문화콘텐트 △관광·레저 △사회복지서비스 △법률·회계·컨설팅 등 아이디어를 밑천으로 하는 일명 벤처 속성이 강한 서비스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IBK경제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창업·중소기업 금융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기업들이 담보·외형 위주의 보수적 여신심사 관행 등으로 인해 은행 대출시 애로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애로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일수록, 또 서비스업 중에서도 벤처 성향이 강할 수록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제도의 개선이 주문되고 있다.

더욱이 당국이 벤처 지원을 위해 길을 만들면서도 그 설계를 잘못해 무용지물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민주당 김진표 위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중소기업청이 창업 3년 이내의 초기벤처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보증연계형 승수투자제도’의 실적 미비를 지적했다. 이 제도는 벤처캐피털이 창업 3년 이내인 초기 벤처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할 때 기술보증기금이 투자금액 50%를 보증해 주는 제도로, 초기 벤처 입장에서는 보증금액의 2배가 넘는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김 의원은 “정부 정책 설계의 잘못 때문에 실적이 부진한 것”이라며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제16조2항에 의해 기술보증을 받으면 벤처투자로 인정되지 않는데, 어느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일갈했다.

결국 대기업이나 당국 지원에 기댄 중소기업의 외형적 고용 효과만으로 버티기에는 금명간에 닥칠 실물경제 침체 위기가 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풀뿌리에 해당하는 영역을 강화하거나 새롭게 깔 필요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영세성과 묻지 마 방식으로 선택하는 창업 내지 취업과 같은 단편적 대책이 아니라 고용을 창출할 효과나 향후 경제구조나 주변 국가들과의 경쟁 가능성 등을 감안해 거시적 관점에서 장래 한국의 먹거리 창출을 어느 영역에서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지금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