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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장기·가치투자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시 짜야”

허황된 정치테마주의 정체, 유동성 아닌 투기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이사 기자  2012.01.22 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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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기분’으로 새로운 결심을 하거나 계획을 세운다. 새해 성인 남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결심이 바로 금연이다. 그 영향으로 담배회사의 매출은 5% 정도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 새해를 맞이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나버리기 일쑤다.

여성들의 경우 다이어트 결심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새 다이어트를 까맣게 잊고 늦은 밤 치킨을 맛있게 먹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맛있게 치킨을 뜯고 담배를 피운 다음 만족스럽고 즐거운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은 뒤 이윽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약한 자신에 대한 환멸과 절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증폭된 환멸은 마침내 죄책감으로 변해 스스로 한탄한다. 다시 새로운 결심이 이어지고 환멸에 이르는 이 과정은 계속 반복된다.

언뜻 쉬워 보이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그것들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중독이란 ‘특정한 물질이나 행동에 대한 지속적이고 통제가 불가능한 의존 상태’를 말한다.

중독은 발생 원인과 형태를 불문하고 생물학적 차원에서 보면 일종의 정신질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모든 중독은 거의 동일한 과정을 거쳐 시작되는데 핵심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우리가 특정행동을 할 때 대뇌 번연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게 되며 그 순간 우리는 극적인 ‘감정상승’과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얼마 후 이 도파민 수치가 정상으로 낮아질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도파민 분비를 자극했던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려고 한다. 술, 마약, 식품, 흡연, 도박, 쇼핑 등 중독을 일으키는 모든 것이 동일한 생화학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설상가상으로 중독을 유발하는 행동이나 물건을 반복해서 경험할수록 우리 몸에는 강한 내성이 생기게 되며 불행히도 이것은 이전과 같은 수준의 쾌감을 경험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행동과 물건이 필요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혼자 그리고 의지력만으로는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기가 대단히 어렵다.

객장에서 마주치는 개인투자자들 중에도 간혹 이런 중독 성향을 보이는 분들이 있다. 우연히 매수한 종목이 연일 상한가를 치고 올라갈 때의 그 짜릿한 희열, 쾌감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쓰나미가 되어 그 기억을 잊지 못해 오늘도 이리저리 종목을 갈아타지만 결국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장이 열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과거의 황홀한 우연이 다시 한 번 찾아와주기를 희구하며 단타매매에 몰두하고 주말에는 곧장 경마장으로 향하는 투자자들까지 있는 형편이다.

사실 이들은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를 하는 것이고 이미 투기에 중독된 것이다. 특출한 실적도 뚜렷한 비전도 없는 코스닥 종목들이 하루아침에 정치 관련 테마주로 둔갑하며 증시를 어지럽히는 것을 그저 풍부한 유동성 덕으로만 돌릴 수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상당 부분 투기에 열을 올리는 개인투자자 덕분이라는 것이 시장참여자들의 인식이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
이성을 잃은 투자자들이 어지럽게 폭탄을 돌리고 있고, 그 폭탄돌리기는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멈추게 될 것이다. 다만 폭탄돌리기가 멈추는 순간 내 손 안에는 폭탄이 없으리라고 막연한 희망을 갖는다.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듯 투기에 중독된 투자자에게도 도움과 조언이 필요하다. 장기투자와 가치투자, 이 두 가지 투자전략을 축으로 삼아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새롭게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잠시 증시를 떠나 있을 일이다. 그간 소원했던 가정도 돌아보고 교우관계도 점검해 볼 일이다. 세상에는 투자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전진오 굿세이닷컴(www.goodsay.com)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