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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TX민영화와 경쟁체제도입의 '허와 실'

이기호 철도퇴직자 목포협의회 기자  2012.01.20 16: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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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는 2004년 역사적인 KTX의 개통으로 소위 ‘생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으며, 2005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출범과 2011년 전라선 KTX의 개통으로 또 한번의 교통혁명을 이루었다.

그러나, 2012년 임진년 새해부터 ‘KTX 민영화’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해양부에서 ‘고속철도(수서-목포, 수서-부산)운영을 민영화 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2012년 상반기중에 민간운영자를 선정해서 2015년부터 소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과 단체에서도 민간개방을 주장하는 이유는 코레일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조직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철도운영의 경쟁체제로 조성해 운영의 효율성을 증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레일은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익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불가피하게 운영하고 있는 적자노선과, 비교적 인력의존도가 높은 새마을, 무궁화, 화물열차 등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미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속철도와는 무관하다.

2011년 현재 공사의 영업적자는 약 4,700억 원대로 전망되고 있으나 선진화 계획 추진 이전인 2008년과 비교해 보면 3년간 약 2,600억원이 개선되는 등 많은 자구 노력이 있었다.

현재 추세라면 2013년 또는 신규고속철도가 개통되는 2015년에는 영업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영업적자 비효율적 경영을 이유로 민간에 개방한다는 논리는 모순이다.

철도의 운영구조상 수익을 창출하는 열차는 KTX만이 유일하다. 일반열차(새마을호, 무궁화호)는 적자운행을 하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KTX를 민영화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의 구조가 ‘KTX에서 수익을 창출하여 적자 운영중인 일반열차를 보전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산간 벽지 일반열차 노선의 경우 하루 이용객이 20명 안팎임에도 불구하고 운행을 계속하는 이유는 서민의 발인 철도의 공공성을 위해서다.

이용객의 수가 적다고 하여 버스운행마저 하지 않는 곳을 기차는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 PSO보상을 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PSO보상을 더 늘리면 된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도 있지만 결론은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만큼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구간은 민간에게 주고 일반열차의 적자는 국민의 혈세로 메우겠다는 식의 논리는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철도와도 부합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서민들에게는 또한번의 상처를 주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코레일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자력갱생을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놀라운 성과들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2년 연속 무쟁의 임금협약 체결’ 이라는 진화된 노경상생은 철도의 자구 노력도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며, 민간전문가를 기반으로 철도안전위원회를 구성하는가 하면, 사장직속의 안전관리 총괄 전담조직까지 설치하고 ‘세계1등 국민철도’ 실현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2011년 사자성어에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되었다.
이는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소통부재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KTX 민영화’에 ‘경쟁체제도입’이라는 화려한 옷만을 입히고 선전할 것이 아니라 그 화려함 뒤에서 고통받을 서민의 교통인권을 위해서라도 ‘민영화 철회’라는 통큰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10명중 7명이 ‘KTX 민영화’를 반대한다고 한다. 이는 급박하게 밀어붙이려는 민영화논리가 대다수의 국민여론과도 맞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물며 정부여당에서조차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엄이도종’의 우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결국 KTX민영화는 ‘경쟁체제도입’이라는 달콤한 여론몰이로 서민을 볼모로한 대기업과 힘있는 자의 목에 진주목걸이를 걸어주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정부정책은 한번 실행하면 다시 되돌리기에는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소요된다. 지금이라도 ‘엄이도종’의 우를 범하지 말고 국민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 ‘민영화 철회’라는 통큰 결단을 내리기를 다시한번 기대해본다.

철도산업을 진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경쟁은 수익노선을 민간기업에 거져주는 방식이 아니라, 해외사례와 같이 공익적 적자노선을 포함한 비수익노선에 대한 민간참여가 필요할 것이며, 나아가 코레일은 수익노선으로 부채를 메우고, 공공성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하여 서민의 발역할을 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보답을 해야 할 것이다.

성급한 경쟁도입 보다는 과거 구조개혁에 대해 면밀한 성과평가를 진행한 후, 철도산업구조에 대한 향후 정책방향 결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