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정치권의 화두는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 되는가 하면 통합진보당 역시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 체제로 여야 할 것 없이 여성 정치인이 대표를 지내고 있는 이유에서다. 특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사사건건 서로 비교되는 분위기다. 이는 두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판이하게 다른 점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오는 4월 총선이 주요 정당의 당권을 모두 여성이 장악한 가운데 치러지기 때문에 총선 이후 한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의 정치력에 대한 비교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사에서 여성 정치인들은 어느 정도 비주류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당당히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박 비대위원장과 한 대표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대통령의 딸’과 ‘재야여성 운동가’라는 대척점에 섰던 두 사람이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 최대 현안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형국이다.
◆독보적인 경력 대결
먼저 박 위원장은 고 육영수 여사 서거 후 퍼스트 레이디로 나섰다가 고 박정희 대통령마저 세상을 떠난 후 은둔생활을 했다. 이후 위기에 몰린 보수 정치권의 구원 투수로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사사건건 비교되고 있다. 4월 총선을 어떻게 치뤄내느냐에 따라 두 대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
특히 2004년 탄핵 후폭풍 속에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재보선에서 ‘40대 0’의 신화를 만들어 내며 그 영향력을 확인시켰다.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라는 이미지 역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고, ‘박사모’라는 확고한 지지세력을 갖춘 것도 정치권에서는 커다란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한 대표 역시 뒤지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시절 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로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으며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한 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정통성을 잇는 대표적 여성 정치인으로 꼽히며 자리매김해 왔다. 초대 여성부장관, 환경부장관, 여성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줬지만,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는 포용력과 여성으로서의 섬세함 등으로 어머니 같은 푸근함을 도시에 지닌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법 차이 ‘흥미 대결’
그런가 하면 박 비대위원장과 한 대표가 가장 비교 되는 부분은 바로 화법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필요한 말만 짧게 하는 ‘카리스마형’ 화법인 반면, 한 대표는 상대방의 가슴을 울리는 ‘감성형’ 화법이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여성단체 등에서 생활을 오래한 탓에 감정적인 동시에 대중들에게 호소하는 목소리가 짙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 대표는 지난 17일 신임 대표 인사차 박 비대위원장을 찾은 자리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할 말은 다 하는 등 감정적으로 접근했다.
특히 정봉주법에 대해 거론할 때 한 대표의 감정적 화법이 두드러졌다. 이날 한 대표는 “정봉주씨가 감옥에 들어간 것은 표현의 자유와 연계된 정치탄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소위 정봉주법이 발효되어 있는데 여야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한 것이 논의되면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2월 국회에서 이 부분이 해결됐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반대로 박 비대위원장의 화법은 짧고 간결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필요한 말만 하는 스타일인 것.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면도칼 피습으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직후 “대전은요?”라고 짤막하게 던진 질문은 전국 판세를 완전히 뒤집었고,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제안 때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한마디로 정국을 돌파했다.
◆‘쇄신 스타일’ 결과물 관건
마지막으로 박 비대위원장과 한 대표는 정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화두로 각각 ‘정책쇄신 박차’와 ‘진보적 정권교체’를 내세우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구성 이후 국민의 삶을 챙기는 정책 쇄신에 박차를 가할 것을 끊임없이 주장했고, 재창당을 원하는 일부 당내 의원들에게 “재창당을 능가하는 쇄신을 이루겠다”고 공언해왔다.
결국 좋은 기준과 룰을 만들고 이를 지키며 실천하는 것으로 당내 정책쇄신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돌려받겠다는 복안이다.
한 대표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국민들의 정권심판 요구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마침내 이루겠다는 것. 이와 관련 한 대표는 “총선승리,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한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은 이미 여성을 넘어 여야를 대표하는 인물로 우뚝 섰다. 두 사람의 정치적 업적과 활동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두 사람의 활동에 눈길을 쏠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끊임없는 비교와 라이벌 부추김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두 사람의 정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기본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