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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CJ프레시웨이 이천물류센터 ‘유일무이 자랑거리’ 직접 보니…

85개 도크 통해 하루 150~160대 차량 전국에 식자재 배송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1.20 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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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지난 18일. 날씨도 설을 반기는 것인지 매서운 겨울추위가 한풀 꺾였고 겨울 햇살도 따가운 날이었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지 않길 바라며 서울을 빠져나왔다. 고속도로를 한 시간 이십분여 달려 경기도 이천에 다다랐다. 흔히 이천하면 쌀과 도자기를 떠올리지만,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CJ프레시웨이 이천물류센터가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교통 요지로서, 어떤 지역이든 신속한 운송을 최우선하는 물류센터가 자리하기 좋은 인프라를 갖춘 탓이다. 

그 때문일까. 평일임에도 서울에서 이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차들이 줄지어 달렸다. 앞차의 꽁무니만 보며 한 시간여 달린 끝에야 덕평IC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쌀과 도자기가 유명한 이천이니만큼 주변은 논과 쌀밥전문점, 도자기 굽는 집 들이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었다.

이를 뒤로 한 채 덕평IC를 나오자마자 펼쳐진 두 갈래길 중 왼쪽으로 운전대를 틀었다. 키 큰 가로수들이 늘어선 이차선 도로에 진입하자 오른편에는 나지막한 담장이 둘러져 있었다. 이 길을 2~3분 정도 달렸지만 담장 끝은 보이지 않았다. 담장이 도대체 어떤 건물을 에워싸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내 최대 규모의 CJ프레시웨이 이천 물류센터가 위용을 드러냈다.

◆7000평 건물 한눈에 담기도 벅차

밝은 회색의 CJ프레시웨이 이천물류센터(이하 이천물류센터) 건물은 점점 더 다가갈수록 사람을 왜소하게 만들 정도로 7000평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를 뽐내고 있었다.

사실 이천 물류센터가 자리 잡은 2만5712평에 달하는 부지는 CJ제일제당으로부터 임차 받은 땅이라고 한다. 원래는 CJ제일제당의 제약공장이 있었지만 제약공장은 오송으로 이전했다. 제약연구소와 직원기숙사가 남아있지만 부지의 실제 주인은 이천물류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CJ프레시웨이 이천물류센터 전경.
그도 그럴 것이 부지로 들어서는 입구 바로 왼편에 자리 잡고 있는데다 규모마저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제약연구소와 직원기숙사는 이천 물류센터 뒤편과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오히려 부수적인 건물로 비춰지고 있었다.  

이 같은 3층 규모의 큐브 형태의 이천 물류센터를 지면에서는 한 눈에 담을 수 없었다. 몇  백미터 거리를 두고 바라봤지만 겨우 사(四)면 중 한 면을 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주변에 고층 빌딩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사면을 돌아보기로 했다. 고층에 올라가지 않고서 이천물류센터 사면을 볼 수 있는 방법은 그뿐이다.

이천물류센터 사면을 둘러보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치 경기장의 매표소처럼 만들어진 도크다. 도크는 차량을 물류센터 가까이 댈 수 있도록 만든 공간으로, 식자재를 싣거나 내리는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도크는 이천 물류센터 사면에 총 91개가 있다. 그중 85개 도크에는 1~85까지 숫자가 매겨져 있고 나머지 6개 도크는 A부터 F까지 알파벳으로 구분한다. 숫자가 매겨진 도크는 물류 출고차량이, 알파벳이 쓰인 도크는 입고차량이 각각 식자재를 출고, 입고하는데 사용된다. 85개 도크를 통해 하루에만 150~160대의 차량이 전국에 식자재를 배송하고 있다고 한다.

◆상온∙저온창고 모두 한곳에…‘동선 최소화’

이천물류센터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류센터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손 소독기가 설치돼있었다. 식품 등을 제조하는 제조공장은 아니지만 식자재를 다루는 만큼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손 소독을 마친 후 안으로 통하는 문을 열자마자 서늘한 기운이 밀려왔다.

그제서야 외관을 둘러보며 물류센터 관계자가 한 말이 생각났다. “저온물류센터라 내부가 춥습니다. 한여름에도 겨울옷을 입고 있어야할 정도로, 추위가 직원들의 애로사항입니다”. 그러고 보니 물류센터 직원들은 모두 잿빛의 두꺼운 파카를 입고 있었다.

상온창고와 저온(냉장)창고, 냉동창고 설비를 모두 갖춘 이천 물류센터 내 최저 온도는 -18.5℃, 최고 온도는 10℃ 정도다. 이천물류센터를 저온물류센터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또한 식자재 저장과 운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선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이천물류센터 분류피킹장. 지게차로 식자재를 각 배송지별로 구분된 롤테이너로 옮기는 모습.
총 3층 높이의 물류센터를 1층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1층은 중앙부분에 냉동창고가 위치해있고 그 주위를 분류피킹장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650평 규모의 냉동창고 온도는 -18.5℃로 관리되는데 맨손이 아리고 몸이 떨릴 정도였다. 냉동창고 규모는 현재 크기보다 더 크게 지을 수도 있었지만 온도를 낮추기 위한 전기세 등 에너지 효율을 생각해 적정 크기를 유지했다고…

냉동창고는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를 위해 두꺼운 철문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문 앞쪽 천장에 위치한 줄을 잡아당기면 문이 열리는데, 그 안쪽에는 또 에어커튼과 비닐 재질의 커튼이 이중 문 효과를 내고 있었다.

냉동창고를 등지니 눈앞에 2000여개의 롤테이너(운반카트)들이 줄지어 있었다. 지게차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롤테이너에 식자재들을 옮기고 있었다. 바로 분류피킹장이다. 분류피킹장 천정에는 식자재가 배송될 지역 물류센터나 업체명 등이 표기돼 있어 이에 따라 구분돼 각각의 롤테이너에 담겨진다. 롤테이너에 실린 식자재는 도크를 통해 물류센터에 근접한 배송차량에 상차돼 배송된다.

물류센터는 주로 야간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주간에는 한산한 편이다. 주간에 식자재가 입고되고(일일배송 식자재의 경우 저녁 6~10시경 입고) 오후 11~새벽 2시경 출고된다. 이 시간대에는 물류센터 직원과 배송차량 기사 등 200~300명이 동시작업을 진행한다. 그래서일까. 분류피킹장 천장에 지역 물류센터나 업체명이 표기돼있지만 워낙 넓고 복잡하다보니 간혹 가다 식자재를 옮기는 과정에서 길을 잃어 전화로 식자재를 찾는 해프닝도 벌어진다고 한다.

또 1층 한 켠에는 식자재를 입고하는 입고장도 위치해있다. 조금 전 밖에서 봤던 A~F 도크와 연결된 곳이다. 이 도크를 통해 입고된 식자재는 수직반송기를 통해 2층 저장실로 옮겨진다. 지게차가 수직반송기에 식자재를 올려두면 수직반송기가 이를 자동으로 2층으로 올려 보내는 시스템이다. 1층에서는 2층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볼 수 있게 돼있다.

◆식자재 특성 따라 별도창고에…1만2000여개 품목 다뤄

1층으로 입고된 식자재들이 2층 저장실에 어떻게 저장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지게차가 이용하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봤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1층에서 2층으로 식자재를 올려 보내거나 2층에서 1층으로 내려 보내는 수직반송기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2층에도 1층에서 본 냉동창고와 5℃ 정도로 온도가 유지되는 냉장창고를 찾을 수 있었다. 

냉장창고에는 소스와 떡류 등 일반가공품이 저장되고 있다. 박스로 포장된 대량 제품들은 4층 높이의 프레임에 차곡차곡 쌓여져 있었고 소포장 제품들은 비교적 낮은 높이의 슬라이딩랙에 보관돼 필요한 만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저장하고 있었다.

냉장창고를 둘러보며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냉장창고 규모는 350평으로, 실제로 다른 창고에 비해 작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냉장보관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짧아 저장하는 양이 많지 않고 대부분 일배(일일배송)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란다. 

2층을 더 둘러보던 중 자물쇠로 잠긴 창고 하나가 눈에 띄었다. 창고이름을 보니 냉장축육 보관창고다. 1++ 등급의 한우 등 축육을 보관하는 곳으로, 다른 식자재와 비교해 값이 많이 나가다보니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분실사고를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2층에 위치한 상온창고. 1900여개 품목들이 회전율이 높은 순서대로 앞쪽에서부터 뒤쪽으로 저장·보관된다.
창고와 또 다른 창고로 이동하는 통로에는 지게차들이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다. 지게차 전기충전 설비가 마련된 곳에서 충전중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통로를 따라 물류센터 2층에서 가장 큰 면적(1300평)을 차지하는 상온창고로 들어가 봤다.

상온창고에는 규모만큼이나 많은, 1900여개 품목들이 저장돼있었다. 상온제품들은 냉장, 냉동 제품에 비해 유통기한이 길기 때문에 회전일을 7일(7일 안에 소진)로 두고 있어 저장량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상온제품 분류는 많이 나가는 제품일수록 앞쪽에 놓여진다. 하루 동안 가장 많이 나가는 제품은 식용유(B2B)와 라면, 장류, 미곡, 설탕, 밀가루 등이라고 했다.  

상온창고에서도 역시 소포장 제품들은 슬라이딩랙에 저장하고 있었다. 상온창고 슬라이딩랙에는 직원들이 제품을 옮길 때마다 하나하나 체크해야하는 수작업대신 조금 더 빠르게 제품을 피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DPS(Digital Picking System, 거래처별 제품 분류피킹 시스템) 시스템이 적용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쟁사는 “그걸 왜 만드느냐” 비웃었지만…

물류센터 3층으로 올라가는 내내 물류센터 관계자는 국내 유일이자 이천물류센터의 자랑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대체 어떤 창고이길래 이렇게 자부하는 것일까 궁금함이 더해졌다. 3층에 다다라 미곡창고라고 쓰여진 창고 앞에 섰다. 창고 앞 온도계는 8℃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 미곡전용창고가 CJ프레시웨이 이천 물류센터의 최고 자랑거리 중 하나다. 국내 물류센터 중 유일하게 CJ프레시웨이만이 갖고 있다. 쌀 도정 시 온도인 7~8℃로 유지하는 미곡창고에서 보관함으로써 품질이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곡이 수분을 머금거나 신선도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습기를 제거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때문에 미곡창고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CJ프레시웨이는 미곡의 신선도를 위해 미곡창고 운영을 고집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 이천물류센터가 국내 유일하게 운영하는 미곡전용창고. 쌀 도정 시 온도와 같은 7~8℃로 저장해 미곡의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본래 미곡은 상온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물류센터의 경우 상온에서 보관한다. CJ프레시웨이 이천물류센터처럼 비용을 들여 미곡전용창고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천물류센터의 미곡창고 건립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굳이 비용을 들여 투자할 필요가 있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CJ프레시웨이 임직원들이 모두들 자랑거리 중 하나로 꼽는 명소(?)가 됐다. 또한 쌀 품질에 대한 소비자 컨플레인(불만)이 거의 없는 것도 까다로운 미곡창고 운영의 중요한 효과 중 하나다.   

미곡창고를 옆에는 식품안전센터가 보였다. 물류센터를 통해 입∙출고되는 식자재를 안심하고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위생 및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는 곳이다. 식품안전센터는 품질보증팀과 식품위생연구실, 위생안전팀, 고객만족팀 등 크게 4분류로 나눠져 운영되고 있다.

특히, 식품위생연구실에는 석∙박사 전문인력과 분석전문가들이 최신 기기 등 장비를 갖춘 연구실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위생기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식품 위해물질과 위해사고에 대비해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처럼 규모뿐 아니라 위생∙안전까지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이천 물류센터. CJ프레시웨이가 국내 경쟁사들이 부러워하는 ‘식자재유통 1위 기업’이라는 현재 위치에 안주하지 말고 향후 이곳 이천물류센터를 기반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뻗어나가 글로벌 식자재유통시장을 리딩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