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큰며느리 서씨(58세 여)는 설을 앞두고 친지들의 방문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장보기를 시작으로 김치 담그기, 밑반찬준비, 집안청소까지 일이 끝이 없었다. 명절에도 허리 펼 틈 없이 상을 차리고 치우기를 반복하던 서씨. 설 전날부터 팔꿈치가 저리고 통증이 느껴졌지만 쉴 수가 없었다. 명절이 끝날 즈음에는 통증으로 냄비를 들기도 힘들 정도였다. 병원을 찾은 서씨의 병명은 테니스엘보로 팔꿈치를 무리하게 반복적으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질환이었다.
설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은 가족 친지가 모이는 기분 좋은 날이지만 자칫 관절건강을 해치기 쉬운 시기이다. 특히 가사노동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주부에게 명절은 마냥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명절증후군 없는 건강한 명절을 보내기 위한 기본은 일을 할 때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짬짬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다.
우선 명절 음식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준비하기 때문에 장바구니가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장바구니는 손으로 잡지 말고 끈을 팔꿈치 안쪽으로 걸쳐서 들어야 팔꿈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청소 시 걸래질을 할 때에도 쪼그리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무릎에 몸무게의 5~7배에 달하는 하중이 실려 부담이 많이 간다. 이럴 때는 걸래봉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료를 손질하거나 전을 붙이는 등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자세는 척추에 자기 체중의 2~3배 이상의 하중을 주기 때문에 디스크 압박이 심해진다. 식탁이나 낮은 탁자를 사용하여 허리와 무릎을 세운 자세로 하되, 바닥에 앉아야만 하는 경우에는 보조의자에 앉아 무릎 관절이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한다. 또한 무릎에 무리가 가는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을 최소화하고 1시간에 한 번은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자.
많은 사람이 먹고 마시다보니 설거지양도 만만치 않다. 설거지를 할 때에 몸을 구부정하게 숙이거나 옆으로 삐딱하게 서 있는 것은 금물이다. 되도록 몸과 싱크대는 밀착하고, 옆에서 봤을 때 발목, 허리, 복숭아뼈가 일직선이 되도록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높이 10~15Cm 정도의 발 받침대를 사용해 발을 번갈아 올리면 허리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명절증후군은 주부에게만 한하지 않는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들의 허리도 위험하다. 운전은 어깨나 허리, 발목 근육 등만 지속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고, 피로해진 근육은 긴장성 근육통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앉아 있을 때는 누워 있을 때 보다 2∼3배의 체중이 허리에 가해져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등받이를 뒤로 너무 젖히면 허리를 받쳐주지 못해 요통이 생길 수 있으니 엉덩이와 허리는 좌석 깊숙이 밀착해서 앉으며, 쉴 때마다 허리ㆍ어깨 돌리기 등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관절의 긴장을 풀어주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명절 후 관절통이 심하다면 아픈 부위에 온찜질을, 통증 부위에 열이 나면 냉찜질을 권한다. 온찜질은 50도 이하, 냉찜질은 6~7도 정도가 적당하다. 만약 1~2주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전문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관절통증 중 근육 긴장과 같은 일시적인 원인인 경우 충분한 휴식과 함께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쉽게 호전되지만, 지속적인 통증을 무심코 넘기는 경우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 테니스엘보나 허리염좌 등의 질환은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및 체외충격파치료 같은 비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다가오는 설, 관절에 무리가 덜한 바른 자세로 건강한 명절을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은평 힘찬병원 송철 과장(정형외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