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6개월째 박스권에 갇혔던 코스피 지수가 19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1900선을 돌파했다. 시장의 관심은 상승세의 지속 여부에 쏠리고 있다. 설 휴장을 앞두고 상당수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20일 국내 주식시장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박스권 상향 돌파 여부를 좌우할 요인으로 유로존과 중국, 미국의 매크로 이벤트와 국내 증시 수급상황 등을 꼽았다. 추천업종으로는 중국 내수 관련주와 IT업종, 저밸류, 장기휴식업종 등을 꼽았다.
◆“매수·매도 양방향 전략 모두 준비할 것”
이트레이드 증권 권규백 연구원은 “연휴 동안 긍정적인 면들이 부각되면 연휴가 끝나고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섣불리 매수 또는 매도 포지션을 선택하기 보다는 현재보유하고 있는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양 방향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편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굳이 연휴 동안 불확실성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며 “20일 증시는 전일 상승과 설 연휴에 대한 부담으로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6개월째 박스권 상단에 버티고 있는 1900선에 진입한 상황에서 급격한 추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의 뉴스 흐름과 각국의 정책적 이슈에 따라 지수도 유기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증권 박승진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주가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 높은 상황에서 당장 다음 주 설 연휴를 앞두고 있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기업실적과 미국 경기의 영향력이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힘이 많이 빠진 상태로 유럽과 중국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절 연휴 주요 체크포인트 3
박 연구원은 “최근 유럽위기에 대한 시장 반응이 과거와 달리 긍정적이지만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과 월말 유럽 정상회담 등 시장의 기대감이 맞물린 덕분”이라며 “2~4월 걸쳐 도래하는 이탈리아 대규모 국채만기와 포르투갈로의 디폴트 우려 전이 가능성 등 불확실성 남아 있어 경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정책 변화 여부도 코스피의 박스권 상향 돌파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중국은 춘절 이후 소비 진작책 내지 지준율 인하 시행 가능성이 높다. 금주 초 발표된 중국의 4분기 GDP 내용에 따르면 2009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8%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10분기 이래 최저 수준의 성장률이다.
박 연구원은 “성장 둔화 가능성이 수면위로 드러난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이 필요해진 것은 맞지만 급격한 정책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그러나 연말 이후 중국 정부의 스탠스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각에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수급주체들의 매매방향도 앞으로의 주가 흐름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매 흐름이 변하고 있다. 외국인은 작년 말부터 ‘사자’세를 한층 강화해 지난 12월 21일 이후 한 달 사이에 3조500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작년 8월 급락장 이후 매수세를 앞세워 주가 방어에 일조했던 연기금은 부쩍 힘이 빠진 모습이다. 연기금은 특수한 성격의 자금으로 주가 수준과 상관없이 매수 기조를 유지해왔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점을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하고 코스피의 박스권 상향돌파 시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코스피가 박스권 하단을 높이고 상단 돌파를 타진하는 정도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중국 정책 변화의 수혜가 예상되는 중국 내수 관련주와 견조한 실적이 기대되는 IT업종에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1월 '이벤트드리븐' 장세될 것
박스권 돌파의 열쇠는 유럽 정치권과 미국 경제의 방향성에 달렸다는 의견도 있다. KB투자증권 김수영 연구원은 “1월말까지 예정된 이벤트는 크게 유럽의 정치적 행보와 미국 경제지표로 볼 수 있다”며 “유로존 재정통합과 ESM 조기도입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이 자제된다면 최근 재정위기 완화 기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또 “미국의 경우 전망치가 과도한 수준으로 상향된 가운데 실제 지표들은 이를 하회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전월 및 전분기 대비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수준이면 양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는 1월 주식시장을 ‘이벤트드리븐(event-driven)’ 장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벤트드리븐이란 각종 이벤트로 인한 가격변동 과정에서 수익 창출의 기회를 포착하는 투자전략을 말한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의 추세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매크로 요인들의 개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구정 연휴를 맞아서 휴장하는 동안 오는 30일까지 유럽은 재무장관·정상회담, 미국은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매크로 이벤트가 집중된 만큼 1월말까지 리스크 자산은 event-driven 장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의 9거래일째 순매수 행진에 힘입어 1920선 굳히기에 나섰다. 개장과 동시에 1920선을 돌파한 코스피 지수는 오전 9시30분 현재 외국인이 1200억원대 순매수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는 IT가 1% 이상 오르고 있으며 은행과 운수창고, 기계업종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