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저축은행 문제는 여전히 금융권의 화두로 남아 있다. 많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고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으며, 이 와중에 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적기시정조치 유예 대상 저축은행들이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도 새삼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 쪽에서 상시 구조조정 관련 발언이 나오는 등 변혁 바람이 새해에도 거셀 것이라는 풀이다.
김 위원장은 “이제 모든 것은 수면 위로 올려놓은 것이다. 시장에서 상시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만 1년 상황의 중간정산’이기도 하지만 향후 ‘추가 구조조정이 그야말로 상시 단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시장과 관계(및 관련 기구)의 반응은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9일 “(금융)위원장 말씀은 원론적인 것을 확인하신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동산PF 등 저축은행이 부실화 우려가 큰 자산을 갖고 있는 업계 상황과 그 정리 문제를 어떻게 추진하는가를 장기적인 호흡에서 상시적으로 들여다 보지 않겠느냐는 해석론이 가능하다.
◆호언장담 못 미더워하는 금융위원장의 ‘상시조정 카드’에 시장 불안
하지만 상황이 크게 소용돌이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저축은행 경영진단 후에는 회생 가능성이 있는 5개 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부실 우려 금융회사의 정상화 조치)를 유예했다. 최근 금감원은 이들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상황에서 추가로 강력한 제재조치가 이뤄질 경우 시장에 줄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권 말이기는 하지만, 모든 걸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여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달말 내달초쯤 자구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저축은행들에 대해 구조조정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업계의 호언장담을 특히 못 미더워하는 대책반장인 데도 일정 부분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성격은 “(시중)은행들 믿지 마라. 세 번이나 속았다”는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오랫동안 대책반장역을 해 오면서 위기관리 경험을 쌓은 김 위원장은 시중은행이 보여온 그간의 위기관리 대응능력과 방어벽도 눈에 안 차 하고 있는데, 저축은행권의 대응은 더 말할 여지가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소용돌이의 고강도를 예상할 때 단순히 당국자의 스타일 문제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저축은행 쪽에서 내놓은 자구노력이 앞으로 더 버텨내고 국제경제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에 부족할 것이라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기업회계기준, 향후 많이 언급되며 ‘상식’ 될 수도
이는 ‘진정성 있는 자구노력’과 ‘눈 가리고 아웅’을 가려내는 문제에 있어 앞으로 당국과 업계 사이에 적잖은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으로도 귀결된다.
적기시정조치 유예 문제로 시선을 끄는 저축은행들 외에도, 많은 저축은행들이 향후 수시로 체력관리를 체크 받는 과정에서 이슈가 될 항목은 △대손충당금 환입이나 대손충당금 설정 기준 △자산매각의 진정성(진성 매각 여부)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충당금 환입을 개별 사안별로 세세히 뜯어보면서, 관련 조정 여부에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유상증자도 포함) 이것의 진정성 문제, 즉 ‘True Sale(진성 매각 혹은 진정 매각)’에 해당하는가 여부도 상당한 논쟁을 예비하고 있는 지적이다.
우선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손충당금 환입과 관련해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는 쪽으로 당국이 주장하는 경우에 이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진성매각 여부가 의심되는 매각 건에 대해 또 유상증자의 자금출처 등이 불명확한 부분을 파헤치는 경우에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해당 저축은행으로서는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진정 매각 여부는 회계에서 논의되는 문제로, 매각시 조건을 달 경우에 매각이 아니라 소유(명의)주만 바꾼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계법인이나 회계기준원 등 통해 기업회계기준 잣대로 숙고 필요성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회계기준을 일종의 기본 상식으로 갖추고 저축은행 관련 이슈를 챙길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회계기준은 재무제표의 실질적 내용이 되는 회계처리에 필요한 사항, 즉 회계측정기준과 재무제표의 형식상의 논리 등 재무보고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회계원칙인데, 주식회사의 계산에 관하여는 상법에 대해서 특별법적인 지위에 있으므로 상법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데다, 주식회사가 아닌 경우라도 기업회계와 심사의 통일성과 객관성을 부여할 목적에서 제정한 회계원칙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즉, 기업회계기준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근거하여 이 법률의 적용을 받는 주식회사에 필요한 회계처리기준으로 작성되었지만, 외감 대상회사 이외의 기업의 회계처리에도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 권위가 확장된 바 있다.
진정매각 여부는 후순위채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여지가 있다. 자기자본이 줄어들게 되면, 일부 자본으로 인정되던 후순위채권에도 영향을 준다(후순위채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따라서 진정매각 인정 여부에 따라 자기자본이 줄면 그만큼 자본으로 인정되던 후순위채 규모에도 영향이 부득이하다.
한편, 진정매각과 관련한 각종 논의에 관련해 해당 사항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의가 있는 경우) 회계법인을 통해 들여다 보거나, 회계기준원 등이 점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IMF 관리 체제 돌입 이후 대우그룹 정리 논란 등 여러 국면에서 자산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아 왔는데, 이번 저축은행계에 대한 상시적인 조정의 시대가 개막하면서, 이와 관련한 논의 수준 역시 양과 질에 있어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부득이한 감이 있지만, 업계 자정과 투명성 제고에 적잖은 기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