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축산농민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이 언제쯤 마를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소값 폭락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나섰지만 이들은 실효성에 벌써부터 고개를 젓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한 TV에서 다큐멘터리 ‘울지마, 한우’를 방영했다. 소값 폭락을 주제로 이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카메라 앵글에 담은 것이다. 강원도 홍천군 좌운리의 한 마을. 이 마을 한우농가들은 모두 50두 미만을 키우는 영세 축산농가로, 최근 소값 폭락에 한숨이다.
소값이 폭락해 시장에 내다팔면 손해 볼 것은 불보듯 뻔하지만 이들 축산농가는 치솟은 사료값을 부담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우시장에 송아지와 소를 내다팔고 있었다. 일부 농가들은 가족처럼 혹은 자식들 교육비 등 재산처럼 여기며 애지중지 키운 소를 사료값이 없어 내다판다는 생각에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축산농가의 어려움에 정부가 나섰다. 소값 안정화 대책을 내놨지만 축산농가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값 폭락 대응방안 3가지를 발표했지만 실효성을 두고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이날 농식품부가 내놓은 대응방안은 △쇠고기 소비 확대 △사육두수 감축 △유통구조 개선(유통단계 단축) 등 3가지다.
그 중에서도 정부는 패커(도축∙가공∙판매 과정을 일관화하는 것) 육성을 통한 유통구조 개선에 중점을 뒀다. 이를 통해 늘어난 사육두수를 줄이고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문제는 이 3가지 대응책 모두 현재 늘어난 소 사육두수를 감축하기 위한 방안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존폐 기로에 선 축산농가들의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만드는 이유다.
축산농가들이 실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료값을 포함한 생산비인데도 정부는 이는 뒷전이고, 눈으로 보이는 소값 안정화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소값 안정화도 중요하지만 사료값을 감당할 수 없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소를 시장에 내놓는 축산농가에 있어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농식품부는 사료값 안정을 위해 조사료(풀사료)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배합사료 할당관세 확대 및 영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해결책이 빠른 시일 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료값 부담 해소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정부는 소값 폭락 등 소와 관련한 현안들이 영세농가가 많은 것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어 문제는 깊어진다. 영세농가가 줄어들면 소도 닭과 돼지처럼 규모화가 이뤄져 소값 안정과 유통단계 축소가 자연히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니 축산농가의 한숨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노릇인 셈이다.
지난 간담회 자리에서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한육우 농가는 50두 미만을 키우는 영세농가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규모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농촌 인구는 65세 이상이 3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다. 그러나 이들(고령화된 영세농가)을 이을 2세가 없어 이들이 은퇴하게 되면 축산도 규모화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빠른 시간 내 축산 규모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대비해 정부도 규모화를 위한 시설 지원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고령화된 영세농가들을 그대로 두고, 때가 되면 자연히 사라지게 되므로 지원이나 대책 등 손을 쓰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우 사육농가 16만호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영세농가가 망하는 것(이는 현재의 축산농가 전멸과도 같다)이 해결책이라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문제 해결책을 규모화에서 찾으면서 그때까지 근시안적인 방안으로 당장의 비난을 피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보기에 그럴듯한 대응책을 내세워 축산농가들을 조삼모사로 속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