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의도 정치권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지난 15일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대회에서 올해 총선과 대선을 이끌 새 대표로 한명숙 대표가 선출되면서 정치권 주요 정당 모두가 여성 대표 시대를 열게 된 것.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달 19일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뽑혔고, 민주통합당보다 먼저 통합을 이룬 통합진보당 역시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 체제로 여성 정치인에게 힘이 쏠리고 있다.
과거 정치권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남성 정치인들의 그림자 뒤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여성 정치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여야 중요 정당의 대표로 포진하며 여의도 정치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신임대표로 선출되면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워 향후 두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민주통합당 공식 홈페이지) |
특히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득표율 24.9%를 얻어 2위의 문성근 후보를 8%p 가까이 따돌리며 당당히 당대표로 선출됐다. 야권 진영에서 여성이 단독으로 당대표에 선출된 것은 1965년 통합야당 민중당의 당수였던 고 박순천 여사 이래 처음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크다.
한 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눈에 띄는 행보를 통해 국민들에게 인지도를 확실히 했다. 친노세력의 대표자로 꼽히면서 ‘화합과 통합’ ‘사람사는 세상’ 등을 내세우며 온화한 이미지로 기억됐다.
하지만 뇌물수수 사건 등으로 2년여 동안 검찰과의 싸움을 이어가면서 ‘철의 여인’이라 불릴 정도로 투사적 이미지도 갖추게 됐다.
그래서 일까. 한 대표는 심임대표로 선출됨과 동시에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립각을 확실히 했다. 공공연한 자리에서 “박 위원장에 맞서 선명한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온 것.
그렇다고 박 위원장이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쇄신파와 친이, 친박 간의 갈등으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긴급 투입된 박 위원장은 추락 위기에 선 한나라당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대권 행보의 첫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4월 총선 불출마를 고민하면서까지 당 정비와 총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것. 특히 박 위원장은 야당 정치인들의 공세에 신경 쓰기보다 먼저 집안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복안으로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다만 박 위원장은 한 대표는 물론 이정희, 심상정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연합전선에도 맞서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한 대표와 이·정 공동대표는 우호적인 관계로 보이지만 두 정당의 여성 대표들이 박 위원장과의 대립에서 그를 제압 할 만큼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통합진보당 측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총선 과정에서의 야권 후보단일화가 쉽지 않은 이유에서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우호적인 관계인것처럼 보이지만 총선 과정에서 야권후보단일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격돌할 수 있는 상황도 배재할 수 없다. (사진=민주통합당 공식 홈페이지) |
실제 민주통합당 측은 통합진보당과의 통합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반면, 통합진보당은 통합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후보단일화를 위한 민주통합당과의 연대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혼란 정국을 걷고 있는 정치권을 보고 있노라면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기대하는 눈빛과 우려의 눈길이 공존하고 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의 치열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는 이유에서다. 여성 특유의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으로 총선과 대선을 치러 낸다면 정치권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한편, 여성 정치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4월 총선 공천에서 여성 공천비율을 최대 30%까지 확대하는 파격 쇄신안을 내놨고, 민주통합당 역시 여성공천 15% 할당을 구체화 하고 있다.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여야 모두 여성 대표가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여성 정치인의 저변 확대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