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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내수부진, 플랫폼 문제?

닛산 플랫폼으로 SM7 생산…르노 기술력 부족 인정한 셈

전훈식 기자 기자  2012.01.18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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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르노삼성의 내수부진이 계속되면서 품질 경영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잦아진 르노삼성의 리콜사태 등으로 고객 신뢰도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고, 이로 인해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결함과 관련,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부분은 다름 아닌 플랫폼. 출범 이후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한 닛산 플랫폼을 르노 플랫폼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회사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수출 물량이 내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 12월까지 수출한 차량은 누적 기준 13만7738대로,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인 24만6959대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르노삼성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은 내수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단순히 수출 물량의 비율이 늘어난 측면에 기인한다. 2011년 르노삼성의 전체 판매는 전년(27만1470대)대비 9% 하락했으며, 특히 내수판매의 경우 10만9221대로 전년(15만5696대)대비 29.8% 떨어졌다. 즉, 내수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아진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전체 리콜 중 80%…플랫폼 호환 이상 의혹

사실, 출범 당시 고품질 경영 시스템을 도입한 르노삼성은 ‘품질 경영 대상’을 수상하는 등 고객 눈높이에 맞춘 고품질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면서 ‘리콜 최다 브랜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고품질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르노삼성은 지난해 상반기 전체 리콜 차량 중 80%에 육박하는 차량을 리콜해야 했다.
지난해 상반기 르노삼성 SM3와 SM5 2개 차종은 모두 15만9817대가 리콜 처리됐는데, 이는 국내 리콜 대수(21만1000대, 오토바이 포함)의 약 76%를 해당하는 수치. 오토바이(9086대)를 제외한 차량으로 따지면 전체 80%에 육박했다.

3월에는 SM3(2010년 4월 생산제품)의 시트가 쉽게 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270대가 리콜 됐으며, 4월에는 뒷 범퍼 부분에 설치된 후부반사기 반사성능이 좋지 않아 3만8000여대가 리콜 됐다. 또 운전석 에어백의 미작동 결함도 발견되면서 SM3(2009년 4월23일~2010년 8월10일 생산) 6만5157대와 SM5(2009년 8월12일~2010년 10월29일 생산) 5만5648대 총 12만여대가 리콜을 감안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리콜을 요구하고 있는 모델도 있다. 부산지역 개인택시사업자들이 ‘SM5 뉴 임프레션 LPLi’ 차량 엔진 결함을 주장하며 국토해양부가 강제리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르노삼성의 리콜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차량의 기본 장비들이 장착되는 기본 골격(하부 판)인 플랫폼에 초점이 쏠렸다. 사실 지난 2000년에 출범해 닛산 플랫폼으로 제품을 생산해온 르노삼성은 SM3(2009년) 모델부터 르노 플랫폼으로 변경했다.

당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미래 차종은 지금의 닛산 플랫폼에서 점차 르노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등 르노 기술을 더 많이 가져갈 것”이라며 이를 두고 “르노와 닛산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경된 르노 플랫폼에서 제작된 SM3을 시작으로 지난 2010년에 선보인 중형 세단 뉴SM5에도 변속기 결함이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차량 개발 때 엔진과의 튜닝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뉴SM5에 장착된 변속기는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로, 닛산 부품 계열사인 자트코에서 생산된 CVTⅡ 계열이다. 그러나 뉴SM5와 같은 변속기가 장착된 닛산 알티마2.5 등 다른 차종들에는 이 같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엔진과의 튜닝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고급세단서 닛산 플랫폼 재사용

르노플랫폼의 출시 모델의 잦은 제품 결함으로 인해 잃어가는 고객 신뢰도 및 제품 만족도를 눈뜨고 볼 수 없었던 것일까.

르노삼성은 지난해 8월 출시한 신형(2세대) SM7에 최근 몇 년간 쓴 르노 플랫폼이 아닌 르노-닛산 플랫폼을 이용했다. 지난 2004년과 2005년, 닛산 티아나(1세대)를 베이스로 SM7과 2세대 SM5를 내놓은 이후 닛산 플랫폼을 사용한 차를 내놓지 않았던 르노삼성이기에 의외의 모습이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2세대 SM7모델은 기존 모델이 사용했던 르노 플랫폼이 아닌 르노-닛산 플랫폼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르노삼성의 변화에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닛산 플랫폼에서 생산된 SM3 및 SM5는 얼라이언스 규정에 따라 닛산이 도입된 지역에 수출이 불가능하다. 지난 2009년까지 르노삼성이 수출 부분에서 약세를 보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반면, 고급 세단의 경우는 다르다. 닛산 고급브랜드 인피니트는 독자적인 E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SM7이 닛산 플랫폼을 사용한다고 해도 수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플랫폼 등 르노의 기술력이 닛산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돼 버렸다.

현재 수출을 위해서는 르노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지만 제품 완성도를 위해서는 르노의 것으로 생산해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 위에 서 있는 르노삼성. 과연 어떠한 선택이 재도약으로 가는 길로 일지 업계뿐만 아니라 그간 르노삼성을 신뢰해온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