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중구에 사는 윤모(30)씨는 결혼을 앞두고 목돈 마련을 위해 작심하고 마련한 펀드를 일부 내다팔아야 하지만 고민이 많다. 올해로 입사 3년차인 윤씨는 당시 인기가 높은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 펀드에 투자했으나 수익률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해 시름만 깊어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브릭스의 성장 가능성을 설명하며 투자를 권유했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이어지고 있다.
윤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투자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G2(주요 2개국)로 급부상한 중국의 영향력과 함께 높은 성장률에 대한 기대로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2년이 지난 현재 평균 중국본토 펀드와 중국(홍콩H)펀드 수익률 모두 반 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해 투자자들은 발만 구르는 실정이다.
◆“중국펀드 장기전으로 접근해야”
금융투자업계는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 중국펀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그러나 펀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중국펀드에 투자 중인 민(37)씨는 “중국펀드 전망이 밝다고 계속 말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형편없다”며 “왜 투자자들을 혼란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단기적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지만 유럽발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다시 부각되는 상태인 만큼 쉽게 단언하기는 힘든 상태다. 또 대내적으로는 긴축 후유증으로 예상외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중국 본토 펀드 수익률은 지난 1년간 16.98%, 2년간 17.79%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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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국가별 평균 수익률(2012년 1월13일 기준) (자료-에프앤가이드 제공) |
이날 하이투자증권 박진하 연구원은 중국 펀드 침체에 대해 “과거 고성장 국면에서는 글로벌 전체 증시와 비교해 많게는 100%에서 적게는 20%까지의 높은 프리미엄을 받았지만, 2011년 들어서 이러한 추세가 반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당국의 계속된 긴축정책에 경기 둔화가 이어졌고, 수입 증가율과 통화증가율 모두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고 부연했다.
또 박 연구원은 “결국 경제성장률이 7% 아래로까지 떨어지는 경착륙 상황에 대한 우려 강해지면서 밸류에이션은 글로벌 증시 대비 디스카운트 받는 국면까지 진입했다“고 덧붙였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최근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하향 조정으로 중국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하다”며 “이번 주 발표된 주요 실물지표 역시 둔화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1분기 지표 역시 대외 수요 둔화와 기저효과가 맞물리면서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기에 대한 우려감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중국 펀드 선호경향이 단기적 전망이 아닌 중장기적 전망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당장 써야할 목돈을 집어넣고 이러지도 저러지는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유동원 연구원은 “지급준비율을 지난 12월 50bps(베이시스포인트) 인하한 바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번 춘절을 전후로 더욱 적극적인 지준율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다.
다만 유 연구원은 “이번 12월 수치만 보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하락이 크지 않았으며 이는 식품 CPI 증가율이 다시 상승(11월 8.8%에서 12월 9.1%로 상승)한 것이 주요 요인이다”라며 아직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올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지속해서 하락을 예상한다”며 “주식시장 또한 만약 춘절 전후로 지준율 인하 폭이 미흡하거나 일어나지 않을 경우 다시 한 번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두둑한 목돈이 있다면 투자가치 충분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단기적 전망은 미지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시장 성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장기적 전망을 보고 투자할 수 있다면 중국펀드가 좋은 투자처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박진하 연구원은 “내년과 2014년 중기 전망을 보면, 기본적으로 성장속도가 다소 둔화되면서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 프리미엄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익 성장치 자체는 경제성장에 따라 10% 수준 고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 평균지수는 2950과 2014년 평균지수 3200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택 연구원은 “춘절 연휴를 앞둔 지준율 인하와 이에 대한 정책 기대감이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에 대한 완충 역할을 다소 해줄 순 있겠지만 금융시장의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아직 중국정부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럼에도 정책기조 변화에 따른 유동성 환경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실물경기에 긍정적임을 고려하면 최근 중국 경기 비관론에 대한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고 첨언했다.
증시가 2분기부터 상승장에 접어들 수 있는 요소에 초점을 맞춰야하지만 당분간 단기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 이보다는 주식 매도시기를 조정하라고 조언도 있다.
유동원 연구원은 “여기서 중요한 점은 증시 조정을 예상하고 지금 주식을 팔기보다는 조정 시 매수하는 전략이 적절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발표되는 지표를 볼 때 중국 경제성장과 기업이익이 2분기부터 돌아서면서 상승모멘텀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현재는 조정 때 매수 전략이 적절하지만 점차적으로 매수 강도를 높이면서 2분기에는 적극적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진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