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금융그룹 측이 카드사 분사 의지를 재차 불태우고 나서는 등 신용카드 시장이 2012년에도 극심한 경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업여신사(일명 전업계카드)와 은행계 카드 모두 성장이 정체된 카드 시장에서 고객 끌어당기기라는 ‘제로섬 게임’에 내몰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외양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시장에서는 여전히 고객이 약자인 ‘을’인 경우가 많다. 최근 카드 수수료 논쟁이 사회이슈화 되면서 카드사들의 경제적 부담이 생기자 각종 포인트 혜택 등을 축소해 사실상 손실보전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카드사와 고객간 ‘정보 비대칭’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어떤 사정에 의해 어떤 혜택이나 배려 조치를 받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뭔가 날 우대해 준다’는 느낌으로 우쭐하기 쉽다.
◆‘사용등록’ 안 해도, 교통결제 된다? 귀찮아질까 봐 미리 등록시켜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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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업계는 시장이 레드오션 상황이라고 푸념이지만, 막상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적잖은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기거나 사실상 고객 권리를 시혜적으로 마음대로 주거나 안 줄 수 있는 상황으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당일 저녁 사무실에 복귀해 잔무를 마친 김씨는 새 카드(후불교통결제 기능을 부가신청한 카드)로 교통비를 내고 수도권 집으로 퇴근했다.
그런데 며칠 후 백화점에서 이 카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은 김씨. 그는 다시 다른 A은행 지점(이번에는 여의도)에 들러 카드 사용등록에 뭔가 에러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사용등록을 다시 마친다.
이 이야기에서 이상한 점은 어느 부분일까?
카드를 수령하는 경우, 자기 카드사 지점 내지 카드사와 같은 금융그룹에 속하는 은행 지점 등을 통해 받는 경우 외에는 사용등록이 바로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등록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상식으로 돼 있다. 따라서 절차상 일부 문제가 있어 등록처리가 되지 않았다면, 백화점에서 사용이 불가능했던 것처럼 교통카드 후불기능도 가동이 되지 않아야 논리상으로는 맞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교통카드가 온전히 사용이 됐고, 이런 이유로 며칠간 김씨 ‘아무 문제가 없는 카드려니’ 생각하고 집과 직장을 오간 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고 카드만 가볍게 갖고 다니는 현세태에서 큰 낭패를 불러올 수도 있었던 일인데, 이 경우 소비자인 김씨는 그냥 운을 탓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A카드의 이 같은 상황은 그러면 이 업체에만 국한된 것일까?
이는 신용카드에 후불교통결제 기능을 더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괴리’인 것으로 파악됐다.
B사의 경우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돼 있는데, 이 곳 설명으로는 “신용카드의 등록 전에 교통카드의 기능은 사용이 안 되는 것이 맞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예를 들어 서울교통카드와 카드회사 간에 업무의 연락 절차상, 불가피하게 2~3일간 틈이 생길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카드를 분실 신고를 했다가 이 신고를 푸는(해지하는) 경우 “교통카드 기능은 며칠 후부터 사용하실 수 있다”는 안내를 카드사 직원으로부터 받는데, 이런 조치상 시간차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알려주지 않는 것은 배송 절차상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치는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한 가운데 악용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데다, 오히려 사리에 맞지 않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수령등록 직후부터 바로 교통카드의 기능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까지는 서비스 차원에서 이해한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수령했다는 등록을 하기 전에 사용이 누군가에 의해 돼 있을 수도 있다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것과 까맣게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후불교통카드의 미세한 내역이나 시각, 날짜까지 모두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모호한 정도로 교통카드후불 기능이 사용된 상태에서 배송을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어떤 형태로든 제도 개선은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정지와 배려 사이의 차이
신용카드 고객이 잘 모르면서 넘어가는 경우는 또 있다.
이른바 우수고객에 대한 결제 배려 부분인데, 이는 잔액 부족으로 인해 카드 사용대금 결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다.
# 2. A카드를 한동안 사용하던 김씨. 이번에는 동창생 부탁으로 외국계 은행의 C카드도 만들어 쓰게 된다. 어느 날, 김씨는 C사 신용카드를 가지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정지된 카드라는 통보를 받아 간신히 지갑에 있던 비상금을 털어 계산을 하고 들어 왔다. 조회를 해 보니, 하루 연체가 됐다고 하며, 연체이자가 바로 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C은행의 조치가 야속하다고 생각하는 김씨.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이건 야속한 정도가 아니라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 게 아니라 A카드를 쓸 때에는 하루나 이틀 정도 잔고가 부족한 경우에도 문자가 오고 안내원이 전화를 걸어 **일까지 입금이 되지 않으면 연체로 처리를 할 것이고, **일부터는 금융권에 정보가 공유된다는 안내를 해 줬기 때문이다.
물어 보니 김씨 옆자리의 박 과장, 정 차장이 쓰고 있는 D카드, E카드의 경우에도 전화가 오거나 문자 통지가 된다고 한다. 이 사례에서 이상한 부분은 무엇인가? 또한 이상한 부분이 없다면, 여러 업체가 형성하고 있는 관행과 달리 C카드가 조치하고 있는 점은 문제가 없는가?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연체이자의 부분보다 연체로 인한 사용의 정지라는 조치를 곧바로 조치하는 게 옳은가의 해석이 될 것이다. 연체이자는 양편넣기식으로 고객에게 과중하게 부담시키는 점에 금융 당국이 규제를 가해 한편넣기식으로 계산하도록 행정지도를 했기 때문에, 이 사항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현재 별로 없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사소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느냐보다는, 지금 이 카드는 사용이 불가능한 걸 모르고, 혹은 다른 곳에서는 2~3일은 여유를 줬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카드를 들고 나갔다 곤란에 처하는 경우다.
업계 수위권인 어느 카드사에 문의를 해 보니, 이 문제에 있어서는 카드 사용대금을 연체한 경우 즉시 사용을 정지시키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사용을 바로 정지시키지 않고 안내 등을 통해 여유를 주고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카드사가 우수고객 등 여러 조건에 따라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례형 문제에 등장한 C카드 쪽에서도 정지 조치를 하는 것이 원론적인 조치라고 한다.
다만 D카드, E카드 등 실상 바로 정지 처리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쪽으로 일반적으로 인식돼 있다는 점인데, 이는 ‘상관습’으로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시 고객의 거래실적 등 조건 조합에 대해 이러한 조치를 유예하는 일반론에는 관습법이 형성돼 있되 그 법칙상 구체적 혜택의 기간이 업체마다, 고객마다 심지어 한 고객에 있어서도 그 적용이 매번 조금씩 다르다는 점은 막상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절차상 판단 기준을 카드사들이 공개하기 꺼린다는 데 있다. 이른바 ‘영업기밀’이라는 것인데, “실상 이 부분이 공개되면 (제재가 별로 없는 일부 기간은 연체를 고의로 하는) 악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 속에는 업계의 고민이 녹아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관행적으로 권리가 돼 있는 혜택을 일일이 그때그때 증정품 받듯이 시혜적이고 수동적으로 무엇보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받으라는 결과가 돼 극히 불합리하다.
매번 같거나 유사한 조건으로 카드 거래를 하고 실적을 쌓아 왔어도, 고객은 일정한 상황에서 복수의 여신사로부터 전혀 다른 대접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고, 이런 경우에 새삼 설명은커녕 원칙은 그렇다거나, 다른 금융기관과 곧바로 비교하면 곤란하다는 설명을 듣는 것은 정보 비대칭의 전형적 사례로 못 볼 바가 아니다.
더욱이, 카드 시장은 소소한 물품 구매와 이로 인한 크지 않은 연체 가능성만 부주의로 생기는 시장이 이제 아닐 가능성이 무척 크다. 즉, 자동차 할부 구매에 있어 이른바 캡티브 시장(Captive 시장)이 개척됨으로써 이를 통한 거래도 많이 수요가 있고, 이런 경우 거래의 매달 금액이 커지고 반사적으로 일부 연체 등 경우의 수도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터에 언제까지고 우수고객이니 혜택을 드리는 것이고, 그 내역은 다만 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은 극히 모순된 영업 양태를 허용하는 부분이다. 즉, 연체된 문제의 고객에 여전히 과거와 같은 질주를 (단 며칠이라 해도) 허용하는 것이 되어 잠재적 부실 발생을 감수하고 영업을 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실행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정보 비대칭을 업계가 즐기는 것으로, 당장 명확히 계산하거나 특정할 손해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시정의 여지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두 번째 문제는 이미 상관습법상 굳어진 권리(기한의 이익)을 고의로 확실히 드러내지 않고 그 세부 사항에 다툼의 여지를 조성해 마치 이 문제가 사실인 관습의 영역에 머물게 있는 듯 보이게 하려는 시도로도 읽히므로, 업계의 자정이 없을 경우에는 강제로라도 명확화 조치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