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김해공항에 내려 차로 40분쯤 달렸을까.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를 지나자, 머지않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다다랐다. 가지런히 자리 잡은 140만평의 ‘ㄷ’자형 야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최근 조선불황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이곳 조선소엔 훈풍이 불고 있다. 친환경선박, 해양플랜트의 수주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잠수함 수출 성사로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또 한번의 기적을 겨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갔다.
눈앞에 나타난 옥포조선소는 잘 정돈된 느낌이다. 지난 1970년대 조선소를 지을 당시 흐름이 연결되도록 프로세스를 맞춰놓은 뛰어난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공수를 줄일 수 있어 다른 조선소들이 벤치마킹 할 정도라고 하니 대내외 평가는 굳이 안 해도 된다.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눠진 야드에는 선박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상선을 건조하는 1구역, 군함, 잠수함, 특수선을 건조하는 2구역,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3구역이 그것. 특히, 3구역은 산을 깎아 부지를 확장하면서 해양플랜트의 수요증가를 짐작하게 한다.
대내외적 영향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심해, 하쉬(harsh) 지역의 유전개발이 화두가 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러한 기조에 맞춰 해양 및 플랜트 비중을 점차 높여 간다는 방침이다.
◆원스톱 선박건조 시스템…컨테이너선 건조 ‘세계신기록 경신중’
옥포조선소에 와보니 잘 정돈됐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초입은 리조트를 연상케 할 정도로 너무 깔끔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속살을 들춰보니 사정은 달랐다. 철강 강제가 들어오고부터 선박으로 완성되기까지 절단공장, 선행조립공장, 도장공장 등에서 이뤄지는 작업 하나하나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다.
보통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척을 만들 때 8000개의 철 조각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중국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로부터 바지선을 통해 블록을 이곳 옥포조선소로 가지고 온 뒤 조립을 통해 선박을 완성하고 있다.
야드 왼쪽에 위치한 1구역에는 2개의 드라이도크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1도크는 길이 531미터, 폭 131미터, 높이 14.5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이곳에서는 VLCC,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4척의 선박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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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
총 4척의 배 가운데 2척은 풀사이즈, 2척은 하프사이즈로 건조 중이다. 건조가 완료되면, 5주에 한 번씩 진수를 한다. 진수는 도크에 바닷물을 채워 선박을 바다로 내보내는 작업이다.
하프사이즈 선박은 다시 도크로 와서 5주 동안 풀사이즈가 된다. 따라서 1척당 10주가량 이곳에 머무는 것으로 보면 된다. 2도크에는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건조하고 있다. 이곳의 배들은 6주에 한번 진수한다.
특히, 2도크에서 건조중인 컨테이너선의 위용이 대단하다. 이 선박은 덴마크의 머스크사로부터 수주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인데, 건조가 완료되면 규모면에서 신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현재까지는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바다에는 플로팅도크와 3600톤급 플로팅크레인(해상크레인)가 솟아있다. 이 플로팅크레인은 3000톤 이상의 슈퍼블록과 해양플랜트 모듈을 인양한다. 지난해 4월 천안함사건 당시 인양작업을 돕기도 했다.
◆심해서 답을 찾다
최근 심해분야의 성장성이 주목되고 있다. 해양산업은 오는 201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70억달러, 2030년까지 44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양플랜트를 짓고 있는 3구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조선소 끝자락이라 그런지 바닷바람이 거세다. 이곳에는 반잠수식 시추선 2기가 마주보고 있다. 이 설비는 가혹한 기후에 강해 파도가 심한 심해지역에 고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시추할 수 있다.
반잠수식 시추선은 네 개의 칼럼(기둥)이 지지하고 있는 중간에 시추설비가 탑재돼 있는 모습이다. 수심을 제외하고 1만미터까지 뚫을 수 있으며, 이는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인 8800미터보다 깊이 뚫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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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잠수식 시추선의 모습. |
반잠수식 시추선이 시추하면,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가 해저에 매장된 원유를 뽑아 올려 정제하고, 저장한다. 요즘처럼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선주 입장에서도 고가의 시추선을 발주할 만 하다는 게 직원의 전언이다.
유전개발프로세스를 보면 드릴십-FPSO-탱커선의 발주로 이어진다는 설명. 드릴십이 발주돼 시추에 투입되면, 뚫린 구멍을 통해 원유를 뽑아 올릴 FPSO가 발주된다. 또, FPSO 발주가 있으면, 그에 필요한 탱커선의 발주도 뒤따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의 드릴십 수주가 활발하게 이뤄짐에 따라 향후 2~3년 안에 FPSO 수주를 기대해 볼만하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파즈플로 FPSO를 건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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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포조선소 1도크 야경. |
게다가 조기건조에 성공, 인도기한을 1개월 앞당기면서 선주사로부터 500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이 선박은 대우조선해양이 현재까지 수주 받은 선박 가운데 가장 비싼 프로젝트였다.
향후 심해분야가 해양부문의 60~70%를 차지할 것으로 보여 가장 경쟁력 있는 선박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이러한 트렌드는 미래 성장동력인 동시에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격차를 벌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에너지사업부문에서 11조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조선, 해양, 플랜트, 에너지 4개 사업부문에서 4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