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심층분석] 서울시 잠실야구장 ‘광고사용권 경쟁입찰’ 걱정되는 이유

프로야구시장위축·구단간갈등·지역감정조장 등 곳곳에 우려 투성이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1.12 14:39:5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난 10일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잠실야구장 내 ‘상업광고사용권’ 입찰공고를 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잠실야구장은 LG트윈스, 두산베어스와의 위수탁계약으로 구장운영과 관련한 일체의 사항을 운영본부(LG, 두산)에 일임해왔고, 광고사용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운영본부의 광고사용권은 서울시가 가져왔다. 이와 관련 급작스러운 운영체계 변화와 함께 진행된 서울시의 잠실야구장 광고사용권 일반경쟁입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LG와 두산이 한지붕 두 가족으로 사용하고 있는 잠실구장의 위수탁계약 조건이 달라졌다.

지난해 말 LG·두산 구단과 서울시 측의 잠실구장 사용 재계약에서 당초 구단이 구장 사용과 구장 광고권을 모두 가졌던 방식을 벗어나 구장 사용료와 광고권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된 것.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잠실구장 광고권에 대한 관련 업계의 관심이 급증함에 따라 서울시가 직접 광고권을 갖고 공개입찰을 하려는 복안이다.

실제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지난 10일 잠실야구장 내 ‘상업광고사용권’ 입찰공고를 냈다. 예정가격은 30억6100만원. 일반경쟁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정가격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 가격으로 볼 수 있다.

입찰서 제출 및 입찰보증금 납부는 13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고 오는 20일 개찰, 이어 25일부터 31일까지 계약이 진행된다. 지난해 말 LG·두산 구단과 재계약을 맺은 것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한 달 만에 광고권 입찰이 마무리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잠실구장 광고사용권 경쟁입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광고업계에서도 갑작스러운 변화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광고료 인상 불보듯 뻔한 일”

광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야구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처럼 구단 자체수입만으로는 자생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모기업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잠실야구장 내 상업광고사용권 경쟁입찰을 두고 광고업계는 물론, 야구업계,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잠실구장에서 야구경기를 보고 응원하고 있는 관객들 모습. (사진=LG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게다가 잠실구장은 LG와 두산이 홈구장으로 공동 운영하는 장소로 양 구단의 모기업은 매년 100억원을 훌쩍 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의 볼거리 제공은 물론 국민체육진흥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광고업계 관계자 A씨는 “타 구장에 비해 광고효과가 좋은 잠실구장 광고권을 최고가 경쟁으로 입찰시키면 낙찰 받은 광고대행사는 고액의 사용료를 부담하게 되고, 회사이익 등을 고려한 광고료 인상은 불 보듯 뻔한일”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과 야구 구단이 갖고 있는 체육 특수성을 바탕에 두고 생각했을 때, 국민들이 보고 즐기는 야구와 야구경기가 진행되는 구장의 광고권 경쟁은 최고가 경쟁입찰보다 보다 다양한 이벤트와 고심한 노력이 엿보이는 제안입찰을 통해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시가 원하는 수익추구와 구단이 원하는 광고, 대행사가 원하는 사용료 등 삼박자가 어우러져 서로 윈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송두석 소장은 “지금까지 LG와 두산 양 구단 관리본부에 광고권까지 일임했지만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정해 한 업체가 10년 동안 광고를 해왔다”면서 “10년간 한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송 소장은 이어 “2009년 광고료는 약 23억원, 2010~2011년의 경우는 약 24억원으로 최근 야구 관람객 증가 대비 광고료 인상폭이 너무 정체되어 있어 광고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의회의 지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동종 업계의 공개경쟁 개방 여론은 물론 ‘5기 민간위탁 체육시설 수탁자 선정심의위원회’에서도 잠실야구장 광고부문은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광고대행사를 선정하는 것으로 결정해 광고대행사 선정은 서울시가 주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김정회 팀장은 “2000년대 초반에도 광고수익은 20억대였는데 지난해 수익이 24억이었다. 구단이 광고 전문가들이 아니다보니 적정한 광고료를 받지 못해 반발이 있었고, 광고수익은 무시할 수 없는 사안으로 제대로 된 가격 책정이 되지 않아 공개입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연고제 본래 취지 퇴색 우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야구업계 관계자 B씨는 반기를 들었다. 프로야구의 근간이 되는 지역연고제의 본래 취지를 퇴색시킬 뿐 아니라 LG와 두산 입장에서는 홈구장이라는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B씨는 “과거 광고사용권 공개입찰을 시행하다 실패해 본 적 있는 서울시가 이후 위수탁계약으로 돌리더니 프로야구가 흥하고 인기가 높아지자 돈벌이 수단으로 다시 공개입찰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LG·두산 구단과 서울시의 재계약 소식과 함께 광고사용권 공개입찰 소식이 전해지자 대형 광고대행업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또 B씨는 LG·두산 구단에서 광고권을 행사할 당시 한 업체와만 수의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 “2000년부터 한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관중이 떨어져 광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에도 업체는 매년 책정된 금액을 아무 말 없이 납부해왔다. 야구가 인기를 얻으면서 해당 업체가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2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광고를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인지 야구를 위해 광고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구단 측에서는 구장이 나가야 할 발전 방향을 잡고 수의계약을 원하는 업체들의 제안과 투자 정도를 살펴 구장 시설 관리와 함께 야구팬들을 위한 마케팅 등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돼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광고사용권 입찰공고는 구단 노력 무시한 처사”

서울시의 급작스런 노선 변경에 구단 측은 물론 야구업계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박성준 경기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야구시장의 특수성을 무시한 서울시의 이 같은 행정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잠실구장은 LG와 두산의 홈구장으로써 운영주체가 분명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광고사용권 입찰공고는 구단의 노력을 무시한 처사다.

재작년부터 프로야구 관중이 적다는 자성의 목소리 때문에 이벤트를 늘리는 등 각 구단별로 피나는 노력을 통해 관객이 늘어났는데 홈구장의 이점을 가지고 유지해온 LG나 두산의 입장에서 경쟁입찰은 억울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야구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프로야구는 지역연고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운영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울시는 수익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경쟁입찰을 실시했고, 이는 야구 운영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은 물론 무지함에서 온 부당한 처사다.

광고사용권 경쟁입찰은 야구시장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구단 간의 갈등을 초래하는 등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관중들도 떠날 것이라면서 순기능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한 광고대행사가 낙찰을 통해 광고사용권을 선점하면 광고시장은 포커판처럼 돈 놀이가 시작될 수 있다”면서 “전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가 비지니스화 되면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이는 관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비즈니스는 아직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에서 매년 100억원대 출혈을 하면서도 야구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이는 비단 LG와 두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모든 야구 구단의 공통된 고민으로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제서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야구장의 광고단가가 높아지면 모기업들 간에 광고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지역연고제 특성이 강한 프로야구 시장에서 광고전쟁이 시작되면 광고에서 밀린 구단의 경우 선수들의 사기저하가 예상되고, 나아가 구단 간의 갈등은 물론 지역감정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광고대행사가 최고가 입찰로 낙찰을 받았다고 해서 핑크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만도 아니다. 실제 과거 프로농구의 인기가 최고였을 당시 KBL은 농구경기 중계권을 모 케이블방송사에 판 적이 있다. 고액을 지불하고 중계권을 가진 케이블방송사는 수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방송사들에게 높은 중계료를 요구했고, 공중파 방송사들은 턱없이 높은 중계료를 내는 대신 중계를 포기했다. 결국 농구의 인기는 점점 사그러들었다. 

광고주들에게 최고 인기였던 지하철 2호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쟁입찰로 광고료가 오르다보니 광고주들의 참여가 줄어들면서 지하철 광고도 많이 줄었다.

과거 이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최고가로 낙찰 받은 광고대행사가 광고단가를 터무니없이 올린다면 공중파 방송이 농구 중계를 포기했듯이 기업에서 광고를 포기해 버릴 수도 있고, 지하철 2호선의 경우처럼 몇몇 광고만 경기장을 채울 수도 있다.

텅빈 휀스와 아무것도 없는 전광판, 깜깜한 조명타워를 배경으로 야구경기를 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