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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민 죽어나도 대형마트 유통마진 ‘늘 높은 자리’

전지현 기자 기자  2012.01.12 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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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설을 10일여 앞두고 서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수용품에 들어가는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우값 폭락으로 축산농가가 자식 같은 소를 굶어 죽이는 상황 등을 보노라면 과연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제 가격이 어디서 책정되는 것인지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한국제분협회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메일을 기자들에게 보내왔다.

그들에 따르면, 일부 언론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치솟은 물가 내용의 기사 보도 시 유독 ‘밀가루 가격이 올라 가계 생활이 힘들다’는 등의 과장된 기사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것.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기사 내용 중 “올해 밀가루 값이 많이 올라 예전처럼 전을 부치기 힘들다”, “밀가루 값이 최근 3배나 뛰어 밀가루를 살 때마다 손이 떨린다” 등의 표현을 일반 주부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인용문을 통해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상 밀가루 값만 고려하면, 이는 근거 없는 것으로 밀가루가 대표적인 물가상승 품목으로 소개되는 점이 협회 입장에서는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제공하는 ‘생필품가격정보 티프라이스(T-Price)’ 기준으로 올해 1월 첫째 주 밀가루 1kg 평균가격(소비자가격)은 1341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 1170원과 비교했을 때 15.3%(170원) 정도 상승된 가격이었다.

하지만 실제 제분업계는 지난해와 비교해 8.6%만 가격을 인상했다. 제분협회는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지난해 4월 밀가루 값을 8.6% 인상했지만 이후 현재까지 밀가루 값을 인상한 바 없다.

그렇다면 나머지 6.7% 인상분은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국내 유통과정은 복잡하다. 공장에서 출하하는 상품은 도매상, 대리점, 소매점까지 최소 4~7단계를 거치고, 이 과정에서 각자가 지닌 유통마진을 챙기기 위해 단계를 거칠수록 제품가는 조금씩 상승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이 유통과정을 줄여 소비자가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대형마트들이 유통과정을 줄이는 노력을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그들이 챙겨야할 유통마진은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는 과자, 밀가루, 설탕 등 14개 품목에 대해 대형마트의 유통마진과 대형마트와 제조업체의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율 추세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의 영업이익율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꾸준히 상승했다고 밝혔다.

업체 규모별 유통마진율에서는 대형마트가 23.8%, SSM이 24.1%로 백화점(29.4%) 보다는 낮았지만, 중소형 슈퍼마켓(23.3%)이나 전통시장(22.0%)보다 높았다. 또 조사품목별 유통업체 유통마진율에서도 두부, 식용유, 화장지, 오렌지주스, 아이스크림, 커피 등 6개 품목에서 대형마트와 SSM의 유통마진율이 가장 높았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의 영업이익율은 2001년 5.4%에서 2010년 7.8%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율은 2001년 9.5%에서 2010년 6.0%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유통 산업의 거대화로 제조 산업의 물류 판도가 특정 유통 업체들로 한정돼 제조업체와 대형 유통업체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조사된 내용은 대상과 수치부분에서 객관성이 떨어져 사실과 다르다”며 “실제 유통마진은 배송비 및 물류비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말에도 이 단체는 ‘대형마트의 유통마진, 적정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통해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생필품의 유통마진과 영업이익률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형마트는 제조사로부터 532원에 납품받은 50m짜리 포장용 랩의 경우  4074원에 판매, 유통마진율이 무려 86.9%에 이르렀고, 두루마리 화장지 24롤 1팩(59.3%), 밀가루 1㎏(43.7%), 설탕 1㎏(36.7%) 등의 유통마진율도 30%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또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을 적용한 결과 우유 1팩당 총 215원의 영업이익이 생겼고, 이 같은 영업이익은 다시 대형마트가 72%인 154원, 제조업체는 28%인 61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고도 덧붙였다.

   
 
정부가 소비자물가 안정정책을 펴고 있는데도 대형마트의 유통마진율은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영업이익도 제조업체보다 많이 챙기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만봐도 유통업체 종사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긴 어렵다.

국내의 복잡한 유통 구조를 운운하며 구조를 줄이겠다는 ‘보여주기 쇼’ 는 줄이고, 높은 판매마진으로 실질적인 가격 인하 혜택을 못 보는 소비자들이 경건해야 할 ‘조상에게 드리는 정성의 날’을 걱정하지 않게 유통업체들이 앞장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