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달 26일 한국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2대 회장 선출을 앞두고 노동조합이 특정후보에 대한 사실상 ‘낙선운동’에 돌입했다. 금투협 노조는 11일 오전 현대증권 노조, 우리투자증권 노조 등과 함께 금투협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조는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전(前) 사장, LIG투자증권 유흥수 사장 등 이른바 ‘3수’를 부적격 후보로 규정하고 다른 회원사 노조와 연계해 후보 사퇴 압박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금투협 후보추천위원회는 전일 오후 6시 후보 접수를 마감했으며 현재 6명이 서류 접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이 가운데 절반을 물갈이 대상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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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노조가 차기 금투협회장 부적격 후보로 꼽은 '3수'. 왼쪽부터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전 사장, LIG투자증권 유흥수 사장. |
◆표면적 이유는 ‘노사갈등’
현대증권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 금투협 회장선출 과정을 지켜보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업계 경력이 전무하면서 소송 당사자가 돼 있는 인사, 자기 회사 조직원들로부터도 불신임을 받은 인사, 노사관계를 파행적으로 이끌면서 내부조직을 장기투쟁사업장으로 만든 인사, 특정지역 또는 특정학교 출신만을 등용해 라인조직을 형성해 조직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한 인사 등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이재진 노조위원장도 “우리 노조들은 특정후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재 출마하는 일부 인사들은 우리 노동자들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는 후보자로 여겨진다”며 “개인의 일신영달을 위하여 금융투자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금융투자업계 노동자의 가슴에 절망을 안기는 출마자는 지금이라도 사퇴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노조들은 이들의 선출 저지를 위해 연대집회, 회원사 방문 및 서신 발송을 통해 위 주장을 관철시키도록 총력 대응할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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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금투협 1층 로비에서 금투협 이연임 노조위원장과 현대증권 민경윤 노조위원장, 우리투자증권 이재진 노조위원장이 차기 금투협회장 후보 관련 입장 표명 성명을 발표했다. |
민경윤 위원장은 “최경수 사장이 현대증권에 부임한 이후 200억원대 대한해운 부실채권 판매사건, 회사 내부자금 유용의혹, 사내 성희롱 논란 등등 바람 잘 날 없었다”며 “업계 상위권이던 현대증권의 위상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한 것도 모자라 1년 전 노조 선거에 개입해 조직을 와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인물이 업계를 대표하는 금투협 회장에 출마했다는 것 자체가 금투협이 썩은 조직이라는 얘기”라며 “최경수 사장이 후보직을 사퇴할 때까지 저지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2007년 박종수 사장 재직 당시 전직원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박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7%의 직원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연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85%가 반대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LG투자증권과 합병을 통해 엄청난 시너지를 살릴 수 있었음에도 박종수 사장은 임기 내내 노사파행의 원인이었다”며 “본인이 몸담은 회사에서도 불신임당한 사람이 업계대표로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사내 노조가 없는 LIG투자증권 유흥수 사장은 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걸까. LIG건설 부실 CP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도덕성 논란을 포함해 문제는 또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금투협 이연임 노조위원장은 유 사장이 과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로 재직했을 당시 평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유흥수 사장이) 금감원 재직 시절 ‘특정지역’ 인사를 중용해 라인조직을 세웠다”며 “내부 팀원들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지 못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3수’로 압축된 인사들이 현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비전문가이며 업계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으므로 자진 사퇴 혹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추천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경수 사장은 행정고시 14회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이며 박종수 전 사장은 반금융기관 CEO를 지냈다. 금감원 고위직을 거친 유흥수 사장 역시 친정부 인사로 볼 수 있다. 결국 ‘3수 불가론’의 이면은 MB정권에 대한 반감과 불신으로 풀이된다.
◆협회장 선거 ‘확전’ 또는 ‘냉전’
10일 후보 접수를 마감한 금투협 후보추천위원회는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추천후보를 결정한다. 차기 협회장은 오는 26일 금투협 총회에서 회원사 투표를 통해 추천후보 가운데 선출된다.
원칙적으로 26일 총회 전까지 후보추천위원회와 협회장 후보 명단은 비밀에 부쳐진다. 부정선거와 로비를 막기 위함이지만 일각에서는 ‘밀실 선출’이라는 비난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 인사는 가나다순으로 대우증권 김성태 전 사장과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전 사장, LIG투자증권 유흥수 사장, 동양증권 전상일 부회장,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정의동 전 회장,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 등이다.
노조의 선전포고로 차기 협회장 선거는 시작부터 어수선해졌다. 금투협 측은 “노조의 일방적인 입장 발표일 뿐 협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선거의 중립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반면 노조는 “부적격자 선출 저지를 위해 연대집회, 회원사 서신발송 등 집단 대응은 물론 노조에 반하는 회원사의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 배제, 계약 해지, 불매운동 등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른바 ‘3수’로 낙인찍힌 후보들의 대응 수위에 따라 차기 협회장 선출을 둘러싼 난투극이 확전될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은 후보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최 사장 측 관계자는 “오랜 관료 경험과 금융 CEO 노하우를 살려 봉사하겠다는 신념으로 이틀 전 협회장 출마 의사를 회사에 공개하고 공식적으로 선거 활동에 나선 것이 맞다”며 “그런데 이렇게까지 협회장 선거가 과열되고 혼탁하다는 것을 뒤늦게 아시고 조금 당황하신 듯 하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후보접수를 한 이상 중도사퇴는 없을 것”이라며 “노조 주장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