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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과 전통을 사랑하는 SC은행으로 '르네상스'

한국 시장에서의 영속적 성장 약속…갈등도 봉합 심기일전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1.11 14: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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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SC제일은행이 이제 행명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바뀐다. 과거 기업금융의 명문이었던 제일은행이 영국계 글로벌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터드로 인수돼 한국SC제일은행으로 불려왔지만 이번에 제일을 내리고 모그룹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 널리 사업을 펼치고 있는 그룹 공통 브랜드인 'SC'를 은행에 단일하게 적용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SC은행은 새 간판으로의 교체를 선언하면서도, '전통'과 '약속'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SC은행은 11일 서울 본점에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의 행명 변경'을 공식 선포했다. 리차드 힐 행장은 환영사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으로 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함으로써 금융의 변화를 이끄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고 배경을 설명랬다.

힐 행장은 "우리의 비전은 국제적인 DNA를 극대화하고 한국에서의 약속을 지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SC은행은 행명변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전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 걸쳐 있는 SC그룹의 네트워크와 한국의 기업금융 및 소매금융 고객 연결을 꼽았다.

약속과 전통 강조
   
이번 행명 변경에서 SC은행은 역사와 전통, 뿌리를 강조하면서 제일의 상징성은 여전히 계승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특히 역사적 의미가 깊은 제일지점을 거액을 들여 리노베이션한 점 등을 크게 언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제일지점 관련 소개를 하는 SC 직원.

아울러 힐 행장은 SC그룹과 한국과의 약속을 고객·직원·지역사회에 대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설명했다. 이날 힐 행장은 무선이어마이크를 착용한 채 한국어로 환영사를 해 행사 참석자들에게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였다. 힐 행장은 평소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론에 우리말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써 온 인물이기도 하다.

힐 행장은 특히 옛 건물인 제일지점을 500만달러를 들여 리노베이션한 점을 강조하면서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은행으로서는 역사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는 '뿌리'라는 개념이 누차 강조됐다.

제일, 간판에서 사라지지만 서비스·상품명에 남는다

한편 SC은행의 간판교체는 이미 구랍 중순부터 시작된 바 있다. 이달 중으로 변경을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힐 행장은 새로운 행명이 적용되더라도 제일이라는 이름은 향후 서비스나 상품명에 남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 노조와 잘 해보고 싶지만…고배당 갈등은 잠복

한국SC지주 팀 밀러 이사회 의장도 힐 행장 못지 않게 은행의 향후 전망에 열의를 갖고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밀러 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간의 노사 갈등을 의식한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새로운 노조가 1월말 들어서는 만큼 유대 관계를 잘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해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심기일전을 고위층들이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대규모 명예퇴직과 관련 "이를 정기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고용 불안감이 발생할 여지를 차단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SC은행 리처드 힐 행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힐 행장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인해 국제 금융 감각이 풍부한 데다, K-POP 등 한국 문화와 우리말에도 적잖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렇게 새 행명 도입과 더불어 한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심으려는 노력이 100점을 받을 것으로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힐 행장은 고액 배당과 관련, "성장에 대한 여력을 제외하고 배당하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라고 풀이하면서 고배당 자제에 대한 주문은 "장기적 성장에 관한 방안을 새우라는 것인데 이는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힐 행장은 "우리는 시중은행들과 비교할 때 순부출대출 비율이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이러한 설명을 종합하면, 지금 배당 성향은 (일부 비판을 하는 측도 있으나) 이미 당국이 원하는 적정한 것으로 SC측으로서는 판단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이번 SC은행 행명 변경은 향후 지속적, 영구적인 한국 시장과의 동반 성장 노력을 새롭게 확인하고 넘어가는 계기이며 분위기 일신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전통과 약속이라는 개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노동 문제 등 많은 부분을 해소하고 고객 서비스 개선을 하려는 노력이 특히 눈에 띈다. 당국과의 조율이 다소 원활치 않은 외국계은행의 특색 역시 앞으로 어떻게 조율돼 나갈지, SC은행의 화룡점정 완성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