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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특수영양성분? 비싸니까 ‘프리미엄분유’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1.11 13: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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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도 어김없이 ‘프리미엄 분유’ 가격 논란이 일었다. 발단은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용역을 받은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국내 프리미엄 분유 가격∙품질에 관한 비교정보’ 공개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이 자료를 통해 프리미엄 분유가 일반 분유와 성분 등에 별반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비싸다고 지적했다.

‘국내 프리미엄 분유 가격∙품질에 관한 비교정보’는 시중에 판매되는 프리미엄 분유 11종(국내 제품 8종, 해외 제품 3종)을 대상으로 조사된 것이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생후 0~6개월 영아들의 지방 권장섭취량에 미달한 제품이 만족한 제품에 비해 최대 1.36배 비싸고 △같은 회사가 제조한 제품 간에도 일부 영양성분이 빠지거나 함량이 적음에도 가격은 최대 1.31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분유가격이 비쌀수록 특수 영양성분 종류나 함량이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골자다.

이처럼 프리미엄 분유의 ‘비싼’ 가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0년 11월에도 프리미엄 분유 가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소비자시민모임의 ‘24개국 주요도시 국제 물가조사’ 발표를 통해 수입 분유와 국산 분유의 높은 가격이 지적된 바 있다. 기자는 당시에도 프리미엄 분유 기준의 필요성을 한 차례 역설한 바 있다(본지 2010년 11월12일자 프리미엄분유와 일반분유 ‘구분 잣대 없다’ 기사 참조).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 2008년 6월에는 녹색소비자연대가 프리미엄 분유 가격 거품이 심하다며, 특히 이를 가격인상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 했었다.

이 같이 반복되는 프리미엄 분유 가격 논란은 기준 잣대 없이 이름만 ‘프리미엄’이라고 붙여놓고선 일반 분유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데서 비롯됐다. 근본 해결책인 프리미엄 분유 기준 마련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다람쥐쳇바퀴 돌듯 설전만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프리미엄 분유 조사 결과 발표로 분유업체와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조사결과 발표 이후 유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유가공협회(이하 유가공협회)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조사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유가공협회 주장의 요지는 “프리미엄 분유는 일반 분유와 영양성분에 있어 차이가 분명 있으며 그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일반 분유와 프리미엄 분유 가격 차이는 3배정도지만 영양성분 95%가 차이가 없다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발표에 근본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5%의 주요 기능성분(면역, 성장성분)이라고 반박했다.

또 기능성분도 미량으로 프리미엄 분유와 일반 분유의 차이가 없다는데 대해서는 함량을 가지고 차이를 규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비교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뿐 아니라 특정성분(L-트립토판, 칼륨, 비타민C 등)이 오히려 프리미엄 분유에 적거나 없다는 조사결과에 대해 유가공협회는 일반 분유에 있는 성분이 프리미엄 분유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에 그쳤다. 어떤 기준에 의해 프리미엄 분유가 결정되며 가격이 책정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잊혀질 때쯤 또 반복되는 설전이 지겹지도 않을까. 이를 보며 유가공협회가 프리미엄 분유 가격 논란을 으레 연례행사나 해프닝 정도로 가벼이 치부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가격 논란이 일 때마다 당장 눈앞의 불 끄기식 대응이 이미 만성이 돼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물론 입장을 해명하고 반박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당장의 위기상황 모면으로는 더 큰 화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재작년 이미 문제시 된 논란이 또 일었다는 것은 분명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유가공협회가 프리미엄 분유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거나 법적 기준 마련(물론 적합한 기준 설정을 위해 영양성분 등에 연구∙조사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을 촉구하는 것이 논란을 잠재울 묘수가 아닐까한다.

만일 이번에도 프리미엄 분유 가격 논란을 급한 불 끄기식으로 어물쩡 넘긴다면 지겨운(?) 논란은 또 반
   
복될 것이다.

우선, 프리미엄 분유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데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프리미엄 분유의 가격은 비싸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프리미엄 분유라고 당당히 말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분유에 프리미엄이라는 ‘이름표’ 대신 프리미엄이 될 수 있는 ‘자질’이 녹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