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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깬 현대중공업의 특별한 ‘위기관리 DNA’

[현대중공업 ‘현장’ⓛ] 핵심은 사업다각화, 불황일 때마다 견인차

이진이 기자 기자  2012.01.11 0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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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계 톱클래스 종합중공업회사로 성장을 거듭한 현대중공업의 위기관리 능력이 놀랍다. 빠른 판단력과 강력한 추진력, 동반성장이 체질화 된 결과로 풀이된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올해 조선경기가 불황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를 또다시 뛰어넘을 현대중공업이 기대되고 있다. 기업의 ‘생존’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현대중공업의 발자취와 거기에 묻어난 노하우를 좇았다.
 
세계 경제악화에 투자가 위축되면서 조선시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올해 더 힘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무너진 기업이 있는가 하면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조선·중공업 기업들도 줄을 잇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선업계에 위기는 늘 있어왔고, 이런 가운데서도 맷집을 키운 조선업체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지난 1970년대 조선소 건설 당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내 조선업계 1위로 우뚝 선 현대중공업(009540)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외 조선업계에서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이러한 성장가도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험이 주효했다. 
 
◆그들에게 위기는 늘 기회였다
 
위기는 현대중공업 설립 당시부터 있었다. 지난 1972년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를 건설할 때만해도 누구도 조선사업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선박건조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조선소를 건설하는 것은 상식을 뒤엎은 일로 여겨졌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26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해 선박을 건조하지만, 선주 측이 2척 가운데 1척에 대한 인도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한다.
 
현대중공업은 남은 선박을 두고 고심한 끝에 해운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바로 아시아상선(현 현대상선)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의 발판을 만든 셈이다.
 
이후 1978년 말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조선업이 벼랑으로 내몰렸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미 엔진, 플랜트 등 사업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였고, 인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지역의 해양설비 시장을 공략하면서 조선의 불황을 이겨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특히, 1990년대 중반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결정적인 사건도 있었다. 조선 산업은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서 선가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선박수주가 연간 10척에 그칠 정도로 비상사태였다.
 
당시 정주영 회장은 느닷없이 초대형원유운반선 전용 야드를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전문가와 연구기관에서는 조선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등 가장 어려운 시기에 1조원 가량이 투입되는 조선소를 건설하는 것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초대형원유운반선 전용도크 2개를 만들고 난 1995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초대형원유운반선 발주가 이어졌다. 수년째 이어진 조선불황에 일본, 유럽 등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은 최신형 설비를 갖추며 비교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다들 어렵다는데, 그들은 ‘승승장구’ 왜? 
 
조선업계는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리먼사태,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더욱이 올해 수주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업계가 더욱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 조선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산업분야인데다 설비투자 등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중국 조선업체들이 한국 조선을 바짝 뒤쫓고 있는 모양새다.
 
차별화된 경쟁력만이 위기를 타개하는 돌파구로 불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특성화 시키고, 비조선부문의 비중을 늘려왔다. 5년 전 50%에 달하던 조선부문 을 20%대로 낮추고, 전기전자, 플랜트, 해양설비 등 비조선 부문 비중을 높여나갔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건설장비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지역을 비롯해 브릭스 (BRICs)지역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굴삭기의 모습.
특히, 현대중공업은 올해 건설장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동남아지역을 비롯해 브릭스(BRICs)지역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또, 해외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중국시장에서는 이미 두산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산둥성 타이안시에 휠로더 공장을 준공하고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다. 타이안공장을 기반으로 중국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굴삭기에 이어 제2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은 같은 기간 중남미 건설장비 시장 확대를 위해 브라질에 건설장비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오는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을 앞두고 개발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대규모 고압차단기 공장을 기공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러시아 정부의 전력시스템 현대화 정책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 시장 선점과 함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한다는 취지다.
 
◆협력사 기술 ‘일류 아니면 안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사업을 시작할 때만해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한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조선소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조선소’란 타이틀은 현대중공업만의 노력과 기술력을 담보로 얻은 결과는 아니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3000여개에 달하는 사내외 협력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모든 경쟁력이 하나로 결집된 사업이 조선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대중공업의 위상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협력사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사와 상생을 위해 300억원 규모의 민관 공동 기술개발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7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이 현대중공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현대중공업은 부산, 김해 등에 거점을 마련했다. 전국의 협력사들이 현대중공업까지 오지 않고, 거점을 활용한 물품의 원스톱 시스템화를 이뤘다.
 
현대중공업은 이밖에도 교육지원, 자재비 전액 현금 지원, 기계 산업 동반성장 진흥재단 설립, 상생 IT 협업시스템 구축 등의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2012년 현대중공업의 이런 행보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