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괄 약가인하 제도 시행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의 악재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제약업계가 신약개발 및 해외수출 확대 등의 방안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여전히 냉각상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역시 리베이트 영업 활동 위축과 약가 인하 전 재고 조정으로 인한 외형 성장 제한, 상품 매출 비중 증가, 연구개발(R&D) 투자비용 증대에 따른 수익성 제한 등으로 제약업계가 성장 모멘텀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다만 올해 내내 성장 모멘텀이 퇴색할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상당수 의견은 하반기경 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데 맞춰지고 있다.
이날 신한금융투자는 "3분기쯤에나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며 올해 제약업 주가가 '상저하고(上底下高)' 패턴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및 신약 개발 능력이 어느 해보다 중요성을 가지는 한해로 제약업종에 대한 보수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올해 제약업종 전반에 대한 실적 하향 의견을 쏟아내며 SK케미칼, 동아제약, 한미약품 등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다만 이런 와중에도 녹십자, 종근당 등 일부 제약주는 상승 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으며 목표주가가 상향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약업계 최대 난관은 실적 모멘텀 상실
올 1분기 약가 인하 전 적정 재고 유지로 외형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약가 인하 전 실적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올 4월 약가 인하 후 2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실적 모멘텀이 소실될 우려가 크다는 분석은 위기에 빠진 제약업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예상한 동아제약, 녹십자 등 상위 10대 업체의 4분기(3월 결산 법인의 경우 3분기) 합산 매출액은 1조3250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매출 부진의 이유는 4월 약가 인하를 앞두고 유통 재고 조정 등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3월 제약회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가 인하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수용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이를 수용해 약가 인하가 지연되면 실적 모멘텀이 어느 정도 살아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약가 인하를 통해 국민 부담을 줄인다는 정부의 의지와 더불어 제약업종 구조 재편이라는 명분이 어느 때보다 강한 시점이라서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실적과 관련해 비관적 전망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근시일 내는 아니지만 해외시장 개척 등의 노력에 따라 내년부터는 실적 개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다수다.
실제 국내 의약품 생산의 수출 차지 비중은 2003년 9.5%에서 2010년 12.6%까지 늘었지만 원료의약품과 비선진국 중심의 수익구조인 만큼 실속이 없다는 평을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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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종 부진 탈출 시도株는 '동아제약·녹십자'
녹십자(006280)는 정부 약가인하 등 국내 제약산업의 부정적 환경변화에 영향이 적은 백신과 혈액제제 등 바이오 의약품의 국내 최대 강자로, 견조한 신제품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기존 사업분야인 백신, 혈액제제에서 신제품개발 및 수출확대가 기대되고 항체·단백질제제가 신규 주력사업으로 선정돼 비중을 늘리고 있다. 무엇보다 복제약 사업비중이 낮아 약가인하에 따른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날 리딩투자증권 한용범 연구원은 "녹십자는 백신, 혈액제제 등 바이오 의약품으로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가지고 있다"며 "입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로 고수익 창출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승호 연구원도 "규제 영향 제한, R&D 성과 도출, 수출 기반 성장, 인수합병(M&A) 성과 도출, 혁신형 제약회사 선정 등이 기대된다"며 녹십자를 제약업종 내 최고추천종목에 올렸다.
다만 올해 녹십자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전년 동기대비 18.4%, 21.01% 증가한 9028억원, 777억원으로 예상했던 이 연구원은 계절독감 백신 수출 기대치 하회 및 태국 혈액제제 플랜트수출 수익 인식 이연, R&D 투자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기존 추정치 대비 매출액은 -3.9%, 당기순이익은 -24.9%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녹십자의 목표주가도 기존 24만원에서 21만원으로 12.5% 내려 잡았다.
때를 맞춘 호재도 있다. 홍콩과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조류독감(AI)이 발생하며 조류독감의 아시아지역 전체 확산 가능성 우려가 부각된 것도 녹십자에는 긍정 요소다.
현재 조류독감(H5N1) 백신 'MG1109'를 보유한 녹십자는 소규모 생산공정을 확립, 임상 완료 후 현재 식약청 허가시판 단계를 앞둔 상태로, 올해 100억원가량에 달하는 조류독감 백신에 대한 정부조달이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 신지원 연구원은 "조류독감이 본격 확산될 경우 즉각 백신 공급이 가능한 실질적 백신 생산업체로 주목받을 수 있다"며 녹십자에 대한 목표주가 23만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비록 이익 전망은 어둡지만 동아제약(000640)에 대한 기대도 녹십자 못지않다.
동양증권 김미현 연구원은 "동아제약을 비롯한 대형 제약사 대부분은 올해 이익 전망치가 상당히 낮다"며 "동아제약의 과거 기업회계기준(K-GAAP) 기준 2012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0% 하락한 5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업체는 R&D비용을 지난해 731억원에서 올해 922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라 부담이 되지만 신규 항생제 DA-7218가 올 상반기 항생제 시장의 75% 정도인 북미 및 유럽 판권 제휴를 기대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는 11만원으로 내리나 투자의견 '매수'를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신지원 연구원도 동아제약에 대해 올해도 건재를 과시할 종목이라며 목표주가 12만원, 매수 추천 의견을 제시했다.
신 연구원은 의약외품 약국 외 판매 시행으로 인한 박카스 달성 공장 증설 및 전략적 제휴 파트너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의 3대 제품 매출 반영 효과, 30%의 성장이 예상되는 수출 부문의 메리트에 주목했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 비전 및 목표 산출 근거자료'를 발표, 2015년까지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 가능한 13개 업체 후보군을 뽑았고 동아제약·녹십자·한올바이오파마·한미약품·LG생명과학 5곳이 '전문 제약기업'으로 발전 가능한 후보기업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