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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복귀신공'의 달인, 오장풍 교사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1.09 15: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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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변하지 않아 반가운 것이 있는 반면 썩어빠진 구태로 여겨져 몸서리치게 하는 사실들이 있다. 이런 동전의 양면 같은 기억을 가장 잘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시간터널은 바로 '학창시절로의 회귀'다.

잠시 눈을 감고 돌이켜본 학창시절 급우들과의 아련한 옛 추억은 매일의 일상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게 하는 잠깐의 원기회복제로 작용하지만 일부 교사들의 도를 넘은 만행은 그 시절을 무던히 견뎌낸 내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정도의 쓰라진 기억으로 남아있다.

'극히 일부 선생니미'(아, 급히 타이핑을 하다 보니 오타가 발생했다.) '극히 일부 선생님이' 저지른 실수로 국내 교단의 수많은 교편지휘자들이 욕을 먹는 세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논란이 된 동작구 한 초등학교의 오모 교사는 이래저래 타 선생님들에게 귀감이 된다.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수련을 게을리 않고 장풍을 집중적으로 연마한 후 그의 무공을 간파한 세인들에게 잠시 고초를 겪은 이후에는 더욱 의연해진 모습으로 강호에 복귀, 다시 수련의 길을 택했다.  

소스라치게 놀라운 일들이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대한민국이라는 무림에서 그의 복귀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 고수들은 바로 '법조派(파)'다.

서울행정법원은 동작구 한 초등학생에서 제자를 수차례 체벌한 이유로 지난 2010년 9월 해임된 일명 '오장풍' 오모 교사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해임을 취소했다.

당시 오 교사는 혈우병을 앓고 있는 학생까지 상습적으로 폭행해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졌고 서울시교육청은 오 교사를 즉각 해임했다. 그러나 오 교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해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오 교사의 손을 들었다.

절차상 하자를 만든 서울시교육청의 판정패다. 교육공무원 징계령에 따르면 '징계권자인 기관장은 징계위원회에 중징계와 경징계를 택해 의결을 요구할 수 있을 뿐 해임을 특정해서 요구할 순 없다'는 것이 법원의 논리다.

즉 서울시교육감이 규정을 벗어나 해임을 특정한  징계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징계위원회 의결과정에서도 징계권자의 해임만을 논의해 파면, 강등 등 다른 징계양정 절차를 훼손했다는 것.

절차를 어긴 서울시교육청의 잘못이 큰 만큼 오장풍 교사의 복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법적 절차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일반적인 사회상규에 앞서 존재하는 도덕적 규범일까?

   
 
물론 법원의 결정에 불만이 있지만 절차상 하자라는 오류가 있었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 측은 "징계요구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시교육청이 절차상 하자를 보완해 다시 징계를 하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고 그리도 너그럽게 부연했기 때문이다.

'일단 한 번 세상으로 내보낸 후 다시 고통을 받기까지 숙고의 시간을 가지라는 법원의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