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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vs 이란' 자존심 싸움에 국내경기 된서리 맞나?

전문가들 "국제유가 상승 따른 경기침체 우려 배제 못해"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1.09 14: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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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갈등 여파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유가 상승세와 맞물려 경기침체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관측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9일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시 현재 서울지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2001.8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일에 비해 0.09원 오른 것으로, 올해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7일 2001.09원이 처음이다. 특히 ℓ당 2000.42원을 기록한 지난 12월15일 이후 24일만이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지난 5일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10달러선을 2개월여 만에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올 들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고유가 문제에 앞서 국제유가도 꾸준히 오를 것으로 관측함에 따라 기름 값과 관련한 우려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 동양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이란 원유 금수조치 자체가 큰 부담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심리적 쇼크로 국제 유가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이 경제적 난관에 부딪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는 않겠지만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 제재가 결정될 이달 말까지 국제 유가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것.

이럴 경우 무엇보다 전적으로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국제유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미국과 이란의 갈등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솔로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수입은 전체 수입 19%에 달하는 990억달러 규모다. 작년 11월까지 원유수입량은 8억5000만배럴로 이 가운데 이란에서 수입은 9.6%인 8200만배럴을 차지한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연구원은 "우리가 미국의 이란 제재법 적용대상을 유예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악영향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지속돼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무역수지 악화, 국내 물가 상승 등으로 국내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 우리나라 물가는 0.2% 포인트 오르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0.2% 포인트 하락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할 경우 국제유가가 현재보다 50% 가량 급등한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게 되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정부전망치 3.7%에서 2.7%로 곤두박질하고 물가상승률은 3.3%에서 4.3%로 수직상승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5일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의 경기 종합평가에서 "원유가격 상승 우려 등으로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란발 중동 불안이 국내 경기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이 반드시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에 충격을 주려면 단기간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아야 하는데 이는 글로벌 경제 둔화 압력을 감안할 경우 현실성이 낮은 편"이라며 "지나친 우려는 피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