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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금감원 감사…신뢰 회복이냐, 추락이냐?

‘최후의 보루’ 역량 확인하거나 허울만 ‘정책평가감사’ 기구 전락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1.09 09: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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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감사원이 9일부터 19일까지 금융감독원에 대한 예비조사를 실시하면서 저축은행 부실 대출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번 예비조사를 실시한 뒤, 오는 30일부터 2월24일까지 본감사에 나서는데, 이번 본감사가 △저축은행 비리 문제를 심도깊게 다룰지 눈길을 끌고 있는 동시에 △론스타 외환은행(004940) 매각 과정을 집중적으로 감사할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이참에 금융위원회도 도마에 같이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여러 중대 사안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바로 감사원이 이번 일을 계기로 정권 말 위상을 어떻게 확보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감사원은 저축은행 문제 뿐 아니라 금융감독 시스템 전반을 이번 기회에 점검해 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조직과 인사 등 총괄 △은행·보험·여신(카드업)·상호금융 문제점은 물론 △증권과 공시 등도 다룰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감사원으로서는 금감원에서 이미 실사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문제는 칼을 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외환은행 매각 건을 비껴가는 경우, 문제는 더욱 명확해진다. 저축은행 건이 보다 선명하게 이슈로 부각되면서, 저축은행 사태 속에서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된 금감원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에 칼을 드는 명목이 무엇인가는 상관 없이 이미 오래 전부터 감사원이 전문적이고 정치적으로 중립이며, 정책평가감사를 지향해야 하는 조직이라는 기대 사항에 부합하는가와 연결된다. ‘최후의 보루’를 맡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지 못하면, 일명 ‘사정 국면에 전가의 보도’ 정도로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말 위험이 이미 이번 정권 들어 여러 번 노정된 바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정책평가감사의 역량과 비전, 이미 오래 전부터 갖춰

흔히 감사원을 공공기관 및 이에 준하는 기관의 회계검사를 하는 곳이나, 공직자 비리 감찰을 하는 곳으로 보지만, 이미 감사원은 건국 직후 심계원에서부터 비롯해 한국 공직사 전체와 궤를 같이 해 오며 전문성을 쌓아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감사원은 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인 1998년 4월11일 외환위기 관련 정책 진단을 내놓아 눈길을 끈 바 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이 본 외화위기의 원인은 정부 기업 가계의 총체적인 대응 부족으로 요약된다. 더욱이 감사원은 외환위기 처방책 중에서 당시 정부(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려는 금융구조 개혁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즉, 정책평가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금융의 구조 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국식의 ‘빅뱅’으로 과감히 진행되어야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는 등 과감한 조언을 내놓으면서 단순한 감사전문기관 이상의 역량을 지향한 것이다. 특히 가능한 많은 금융기관을 살리려는 정책보다는 건전한 금융기관만 살아남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이 구상이 그대로 실현되었다면 전적으로 금융시장 성장으로 인한 영국식 중흥(현정권이 추진하는 금융중심지 이상으로)이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어서 고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 정책감사기관으로서의 무게추 이동이 활발히 검토된 바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이러한 소신을 갖춘 고려대 윤성식 교수를 감사원장으로 내정하기도 했다(정치적 이유로 임명은 받지 못함).

전문가를 원장으로 최종낙점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고민의 흔적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사원의 첫 정책감사라는 평을 들은 바 있는 옛 금융감독위원회 개편 대상 감사와 카드 문제 특별감사의 경우 전윤철 당시 감사원장이 재경관료 출신으로서 어쩔 수 없이 추상적인 정책 관련 감사라는 카드를 택한 게 아니냐는 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당시 금감위의 조직상 문제를 되돌아보고, 카드 문제에 있어 처벌보다 지향점을 보여준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감사원은 공직 기강 확립과 수호의 최후 보루로 기능해 왔으나 근래 이미지가 예전만 못한 게 아니냐는 시험에 여러 번 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감사원 본청.
1998년 4월11일 당시 감사원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 응한 기록을 보면 “세부사항을 감사원에서 내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단기적으로 풀어야 할 것은 각 기관에 보내고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가 감사원의 몫(하복동 당시 재정금융감사국장)”이라고 하는 등 정책적인 면에 눈길을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좋은 예는 또 있다. 2007년 7월 감사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을 대상으로 기관운영 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기반으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검사와 실태 파악이 미흡하며, 자본시장에 대한 감독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를 제기했다.

MB정부 들어 면죄부 발급기관 변질? 저축은행 건 설욕 급한 사정도

하지만 감사원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제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저축은행 문제가 이번 정권 들어 다시 부각된 와중에도 문제 전반을 감독하러 나서기 보다는 특정 저축은행 감사에 만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지난 2011년 4월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감사원이 지난 2010년 저축은행 감독 분야를 감사하면서 저축은행 감독 주무부서인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직원을 파견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감사원 감사가 ‘저축은행 감독’이 아닌 ‘개별 저축은행’ 위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아니냐는 게 박 의원의 문제의식이다.

심지어 박 의원은 금감원이 감사원 감사 이후에도 감사원의 정보 사항에 따라 저축은행에 대해 추가 검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제 10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어울리지 않게 감사원 관계자가 배석한 것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가 시스템통합(SI) 대기업의 공공 SI시장 참여를 제한하고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를 신설하는 등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내용을 다뤘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 제품을 발주했다가 책임 소재에 시달리지나 않을지 공무원들이 우려할 것으로 예상,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감사원 사무총장도 내부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공무원들에게 가장 무서운 기관 중 하나인 감사원을 이 정책 추진에 있어서 ‘종이호랑이’로 만든 셈이다. 즉 이 대통령은 이 SI 정책 검토의 파트너로서는 물론, 문제 발생시 사후적 감독의 책임자로서의 역할조차도 묶어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정책평가감사는 커녕, 부정단속도 불가능한 기구로 전락한 셈이다.

이제는 사립 연세대에게도 물리는 감사원

이런 이번 정권 기간 동안의 묘한 위치 변화 흐름을 공직 사회는 물론 일반인들도 모를 리 없다. 최근 감사원이 증권사 임직원들의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증권맨들이 감사원의 행보에 불편함을 드러낼 수 있는 정도로 이완된 작금의 여의도 기류를 잘 드러낸다는 평가다.

심지어 지난 가을 무렵에는 등록금 문제로 일선 대학들에 칼을 빼들자, 연세대 등 세칭 명문 사학에서는 월권 논란을 제기하면서 헌법소원 운운하는 등 강수를 두고 나서기도 했다.

이렇게 위상이 전만 못한 감사원으로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위상 제고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적어도 9일부터 기왕 뽑는 칼을 어중간하게 넣어서야 되겠느냐는 풀이는 그래서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가 이번 감사를 저축은행 건만이 아니라 론스타 확대 건으로 확전시키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런 여러 배경 때문에라도 이미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감사로서 떠오를 여지가 많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