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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노사화합 “정말?”

GS칼텍스-해고자 갈등 여전

최봉석 기자 기자  2005.12.12 08: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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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역사회 환원기금 조성, 비정규직 차별철폐, 신규인원 충원을 통한 주5일제 실시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GS칼텍스 노조가 파업을 벌인 뒤 극심하게 대립했던 노사가 최근 ‘무분규사업장’을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9일 전남 여수공장에서 허동수 회장과 박주암 노조위원장 등 임직원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화합 선언식’을 갖고 이 자리에서 노조는 ‘무분규 선언’을 하고 사측은 “인위적인 고용 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일부 보수 언론과 경제지 등을 통해 ‘강성 노조의 대변신’이라는 제목 등으로 크게 부각됐다.

그럼, 정말 ‘강성 노조’가 자발적으로 ‘대변신’을 이룬 것일까.

GS칼텍스 노조의 지난해 파업은 당시 언론을 통해 노조의 ‘실제’ 요구사항(3대 요구사항)은 철저히 외면당한 채 연봉 5천만 원 이상의 귀족 노조들의 임금인상 투쟁이라는 사실만 부각돼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고 사실상 노조측의 굴복으로 17일만에 마무리됐다.

GS칼텍스 노조의 3대 요구안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파업 직전,  경영권의 문제일 뿐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거론했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당시 중노위의 이런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임금인상안과 관련해, 중노위가 직권중재를 통해 4.5%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집행부는 임금 동결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었다고 당시 노조측 관계자는 전했다. 물론 이 같은 사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 않았다.

결국, 당시 파업을 이끌던 당시 김정권 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 전원이 구속되고 이후 새로 구성된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탈퇴를 쥐도 새로 모르게 결정했으며, 사측은 노조 간부 23명 해고를 포함해 647명의 대량 징계 과정을 거쳤다.

노조가 현장 복귀를 선언한 뒤, 사측은 노조원들의 월급을 가압류하고 복귀 과정에 부당한 서약서와 경위서 작성을 강요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통한 노조탄압이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내외적으로 제기됐지만 사측은 그럴 때마다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해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 3월, 이 회사 노사는 ‘2005년도 단체협약 갱신교섭 조인식’을 열었다. 노조는 임금 결정권을 회사에 일괄 위임하고 그동안 노사갈등 유발의 요소였던 조합 활동의 일부 조항을 개선해버렸다.

당시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는 △노조전임자 4명 → 3명 △노조집행부 회의 월 1회 → 연간 8회로 축소하는데 합의했다. 또 △인력 보충 요구권 폐지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 전환배치시 노조와 사전협의 의무 삭제 △회사의 경영실적 공개의무 조항 삭제 등 인사와 경영에 관한 노조의 권한을 대부분 없앴다.

결국 새 노조 집행부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됐으며 사실상 노조의 역할과 권한을 포기한 셈이됐다. 말 그대로 사측에 ‘백기투항’을 한 것이다. 물론, 사측은 노조의 복지후생항목을 강화해줬다.

이런 가운데 GS칼텍스노조 파업 당시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회부결정 과정에 위법 소지가 있었다며 지난 5월 사실상 GS칼텍스 노조의 쟁의행위는 ‘무죄’라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졌다. 구 노조측은 희망을 보았다. 새로운 노조 집행부과 손을 잡고 투쟁을 전개하면 원직복직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현 노조 집행부와 구 노조 집행부간에는 이미 그 어떠한 연결고리조차 없는 상황이돼 버렸다.

새 노조 지도부는 구 노조 집행부(해고자)들에게 초창기 경제적 지원을 해줬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지원은 끊어졌다고 해고자들은 전하고 있다.

해고자들은 이 때문에 현 노조 지도부를 시쳇말로 ‘어용노조’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용’이 되고 싶진 않지만 파업 뒤 사측의 노조탄압이 무서웠고 혹 구 노조 집행부 관계자들과 연락이라도 할 경우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있다는 것이 현 노조원들을 잘 알고 있다는 구 노조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지난 9일 GS칼텍스 노사는 무분규 사업장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노사관계 구축과 화합을 다짐하는 협약에 조인한 뒤 “회사의 발전이 곧 구성원들의 발전이라는 공동 운명체 의식을 바탕으로 노사는 상호 실체를 존중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해 무분규 사업장을 이룩하자”고 밝혔다.

노조의 실체를 존중하고 노사간의 협력적인 관계를 GS칼텍스는 정말 바라고 있을까?

같은 시간, 구 노조 지도부들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원직복직'을 외치며 1인 시위와 천막 농성을 전개했다. GS칼텍스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은 해고자들은 결국 성명서를 냈다.

12일 이들은 성명을 통해 “GS칼텍스는 해고 노동자들에 대해 조직적 진술서 작성, 양심에 반하는 반성문과 경위서 작성, 구속자 면회금지, 출소한 해고자와 사내 외에서 악수한 조합원 징계 및 감봉처리, 사측에 찍힌 조합원 현장에서 왕따하기 등 GS칼텍스 현장은 인권탄압의 백화점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GS칼텍스가 과연 노사화합을 선언하기에 앞서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자행한 수많은 인권유린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거나 사죄한일이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이밖에 “2004년 말 매출액 13조, 자본금 3조 5000억의 거대 회사로 양적팽창을 하기까지 지역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GS칼텍스가 지역에 끼친 해악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최근 환경부가 여수지역이 대기오염으로 주민 1만 명 가운데 23명 꼴로 암에 걸릴 위험이 상존하고 있고 전국에서 암 발생 가능성 1위라는 사실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처럼 발암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GS칼텍스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GS칼텍스 노사는 지난 9일 노사화합을 외치며 더 이상의 분규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반면, 징계자들은 △노동탄압 인권유린 중단 △노조활동 보장 △생태계 복원 △어민에게 보상실시 △해고자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이 같은 요구를 무시할 경우 “책임질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외견상 GS칼텍스 노사는 화합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사간의 화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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