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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사 노사 협상 결렬

최봉석 기자 기자  2005.12.10 22: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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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대 속에 시작됐던 대한항공 노사간의 자율교섭은 또 '결렬'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은 한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노동부 비상대책반이 직접 현장에 파견돼 이 시간(오후 10시) 현재 중재에 나서고 있음에 따라, 11일 또다시 노사 대표들이 만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동부는 최대한 자율교섭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총파업 국면 속에서 노사간 임금협상 교섭이 난항을 겪음에 따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낮아진 인상안을 들고 또다시 협상에 임했으나 사측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회의장을 그대로 빠져나가 협상은 결렬됐다.

노사는 10일 4차례에 걸쳐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오후 9시10분께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노사 양측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2층에서 제15차 교섭을 벌였지만 노조측이 총액 대비 4.5% 인상안을 3.5%로 수정해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기존입장 번복으로 대화는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사측이 제시한 조건부 상여금 50%P 인상안을 수용하면서 성과급 지급 기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측 상여금은 750%에서 800%로 인상될 전망이다.

협상에는 14차 교섭과 마찬가지로 노조측은 서용수 정책실장을, 사측은 서용원 인재개발관리본부장(전무)을 각각 대표교섭위원으로 양측이 5명씩 참가했다.

협상이 이처럼 진통을 겪음에 따라 인천 영종도 연수원에서 파업을 전개하던 조합원 900여(노조 1000명 추산) 명은 협상 결렬에 따른 향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노사협상은 당초 3시에 재협상이 예정돼있었으나 노조측이 수정안을 내부적으로 조율하는 등 전향적인 수정안을 내놓기 위해 사측에 연기를 요청, 협상시각이 1시간씩 2차례 연기돼 5시에 시작됐다.

노조측은 협상을 앞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노사 자율교섭의 원칙 속에서 또다시 양보해 기존안을 수정했다고 노조측 현상훈 부대변인은 밝혔다.

이와 함께 노조측은 최종 협상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민간기업의 임금협상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것을 부당하다”며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만을 기다리며 대화에 소극적”이라고 비난하며 사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사측은 그러나 대한항공 이종희 사장 명의로 ‘파업참가 조종사 여러분께’라는 호소문을 통해 “노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해달라”고 촉구하는 등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재협상은 양측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경고 속에서 열린 교섭이었기 때문에 노사 양측이 타결을 이뤄내지 못함에 따라,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노동부는 노사 교섭을 통한 사태해결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발동 절차를 개시하는 시점이라고 밝혀왔기 때문에, 긴급조정권을 언제 발동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그 즉시 30일 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만약 노조가 파업행위를 지속할 경우 이는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파업참가자들은 불법파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곧바로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노사 양측은 앞서 제14차 협상에서 노조측이 기존 수정안을 철회하고 기본급ㆍ비행수당 각 4.5% 인상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중앙노동위안인 파업 철회와 기본급 2.5% 인상안을 고수해 결렬됐다.

현상훈 대한항공 부대변인은 “파업 이후 회사는 정부와 언론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고임금 노동자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긴급조정을 믿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조정권 발동이 가시화되고 있자,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정부 수립 뒤 긴급조정권은 지난 8월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을 포함해 단 3차례 발동됐을 정도로 이례적인 조치임에도 노무현 정부는 벌써 두 번째”라며 “긴급조정권은 노동3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기 때문에 사문화된 상황이었는데 참여정부가 지금 부활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한항공측은 파업으로 인해 화물처리 지연과 운임 상승, 제주도 관광 수요 감소 등으로 하루에 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11일에는 전체 395편 가운데 266편이 결항할 예정이어서 60%의 결항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을 최대 2천여 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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