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젊은이들이 몹시 화가 나 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發 ‘무이자 학자금’ 구상안 발표는 업계와 사회적 이슈로 시작됐다. 최근 ‘금융권 탐욕’에 반발하는 월가 점령 시위가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가운데, 외환은행 노조 김기철 위원장도 21일 학자금 사업 추진 발표 기자회견의 서두에서 이러한 여론 동향을 언급하며 금융의 사회공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현재 금융권 사정과 관련, “‘메가뱅크’라는 허상은 금융권의 과다한 몸집 불리기를 가져왔다. 이러한 금융권 기조는 주주 중심 경영을 가져 왔고, 금융기관이 장기 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단기 수익을 추구하게 했고, 심각한 모럴헤저드, 글로벌 금융 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의 시선에는 불신과 부만이 팽배해 있다. 현상황을 정면 돌파하는 것만이 금융권이 생존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김 위원장은 ‘무이자 학자금 대출 필요성’을 역설했다.
◆ “더 늦기 전에…”, 그간의 공헌으로 얻은 자신감도 추진력으로
이러한 구상에는 외환은행 노조가 외환은행 매각 논의 등 어려운 중에도 ‘아름다운 점심’ 등 국민과 함께 하는 사회공헌 할동을 통해, ‘착한 은행’, ‘믿을 수 있는 은행’이 국민의 뜻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것을 확인한 경험이 반영돼 있다.
“점심을 굶어 모은 돈으로 함께 나누는 활동을 펼치자 처음 매각 반대 연차 투쟁에 나섰을 때 ‘귀족 노조’라고 질시하던 시선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매 계약이 진행되고 있어 사업 추진에 제약이 있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더 늦기 전에 사업에 착수, 대학생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과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 “학점도, 나이도 안 묻겠다” 파격적 조건 구상 중
구체적인 내용은 경영진과 협의한 뒤 나오겠지만, 일단 21일로 윤곽을 드러낸 구상만 보더라도 상당히 큰 규모에 혁신적인 운영 체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상환 기간은 졸업 1년 후 5년간 분할 상환 방식이며, 무이자 대출 사업은 1차년도에 2000억원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무이자 대출 사업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직원들의 기부와 은행 비용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기존 은행의 대학생 등록금 대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우선 대출조건 중 학점제한과 나이제한을 폐지하였고, 소득 7분위 이내로 기준을 적용하여 대출가능 대상자를 확대한다. 참고로 H재단에서 시행하는 제도와 비교하면, H재단에서 대출받는 경우 4.9% 이율을 내야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이번에 기획한 사업은 무이자로 진행된다. 또 35세 이하 연령 제한도 없어 ‘늦깍이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점도 외환은행 노조가 내놓은 안의 강점이다.
◆ 재원 마련 최종합의까지 새 경영진과 대화가 ‘숙제’
김 위원장은 “학생들이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내몰리고, 이런 상황에서 학점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다시 정상적인 구직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중추가 될 젊은이들의 미래가 꺾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꺾일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사업의 빠른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재원은 “일부는 직원 부담, 나머지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은행에서 부담하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와 경영진이 이 안에 최종 합의하지는 않은 상태라 향후 출범까지는 ‘조율’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즉, 현재 제1대주주인 론스타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협의 대상인 사측’이 어디냐는 점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각 문제 등과 관련해서 논의가 진행되는 것과 맞물려, 이 사업이 노사간에 협의를 마치는 상황의 시점과 내용은 상당 부분 매각 이후 새로 들어올 사측이 어디냐에 좌우될 수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매각 명령에 따라 6개월 내에 매각하고 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제하고 “새롭게 들어서는 사측과 (최종적으로)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100억원 가량의 (운용) 비용이 들 것인데 지나치게 크지 않느냐. 새 경영진이 받아들이겠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외환은행은(한해) 당기 순이익이 1조원대에 달한다. 매년 이 정도 규모는 사회공헌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1차연도에 비용이 100억 가량인데 40억원은 직원 부담으로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