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기자 기자 2011.10.21 11:06:29
[프라임경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로 여야가 입장차를 드러내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은 “10월 내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으나, 야당에서는 “손해 보는 FTA는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국회가 한미FTA 문제로 입장차를 좁히고 못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수혜주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업종의 자동차, 전자는 가격 경쟁력 제고로 교역량 확대가 기대되지만, 식음료 등 국내 식품업계의 타격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업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수혜주들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드높아지고 있지만 FTA 타결 영향은 사실상 이미 주가에 반영됐거나 매출에 단기적 영향을 미비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7년 6월 합의문에 공식서명한 뒤 미 의회에 이행법안이 제출되기까지 무려 4년 넘게 걸렸다. 하지만 의회처리는 단 6일만에 이뤄졌다. 미국 민주당 의원은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로 유보적이었으나 신용등급 하락과 고공행진하는 실업률 속에서 미국은 한국과의 FTA를 돌파구로 보았다. 미국은 한미FTA 비준 절차를 사실상 완료했고 바통은 한국으로 넘어온 상태다. 한미 FTA 최종 처리가 임박하자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자동차를 수혜주로 꼽으로 ‘매수’의견을 쏟아냈다.
◆FTA 최대 수혜주는 자동차부품? 글쎄~
미 무역위원회(ITC)는 대표적인 피해업종으로 자동차와 전자를 분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자동차 분야에서 양국간 심각한 무역역조 현상을 지적하며 한미 FTA 보완 필요성을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한국업체들의 수혜가 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한국자동차 시장의 생산규모는 연간 420만대로 미국 및 유럽시장 대비 50% 수준이고, 연간 수요는 150만대다.
동부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시장규모 차이로 인해 FTA 타결은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며 “시장 규모의 차이로 한국 완성차의 미국 및 EU지역 수입은 순수출을 유지하고 있으며 연간(11 YTD) 미국과 EU지역 순수출은 각각 54억달러, 4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A 타결시 자동차 부품관세가 철폐된다는 점에서 부품사의 수혜가 산업 내에서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관세 2.5%의 관세 절감 효과가 발생하며 원가절감 능력, 재무 안정성, 품질, 경험 등 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 부품 업체의 수주 규모가 2009년 이후 크게 급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원은 “한미 FTA는 내년 초 발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발효시점부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며 “타이어에 대한 관세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되지만 관세가 4%로 높아 수혜가 기대되며, S&T대우와 만도가 한미 FTA의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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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3공장 의장라인. 위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
한편, 한미 FTA 협상 타결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모두 반영돼 있으며,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의 관세철폐 시기가 4년 후로 예정되어 있어 수혜주 찾기에 매달리는 건 의미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투자증권 양경식 연구원은 “칠레, 싱가폴, 아세안(ASEAN), EU와 FTA를 체결했지만 통계적으로만 보면 FTA 협상 타결 및 발효 이후 주가 상승 영향은 미미했다”며 “FTA체결이 경제의 장기적 기대효과라는 측면이 강하고, FTA 체결 이후 득실에 대한 손익을 단기에 확신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한미 FTA에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상태에서 비준 처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수혜주는 독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현영 연구원은 “FTA 타결시 관세 철폐 등으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실질적인 제무재표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그러나 국회에서 통과가 미뤄질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교 열위 업종은?
자동차가 대표적인 수혜주라면 상대적으로 제약업, 음식료, 금융업 등은 비교 열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제약부분의 경우 한미 FTA 발효에 따라 투자 매력 제한될 것이라 주장이 지난 17일 제기됐다.
하이투자증권 이승호 연구원은 “FTA 발효시 미국 해치 왁스먼(Hatch-Waxman)법에 해당하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도입돼 오리지널 신약 특허 연장 효과 및 제네릭 개발 지연 효과에 따라 제네릭 위주 국내 제약산업 성장이 제한될 것”이라며 “허가·특허 연계 제도 도입 이후 36개월간 특허 소송 여부와 상관없이 제네릭 허가를 진행해 제네릭 개발 지연 효과가 유예됐으나 중장기적으로 다국적 제약회사 특허 소송 남발에 따른 특허 소송 비용 증가 및 제네릭 개발 지연 효과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음식료 부분에서는 수입맥주의 매출 증가가 예측된다. 국산 맥주가 전년대비 1~2.5% 성장하는 동안 수입맥주는 45~48% 급성장했다. 할인점, 백화점 등에서 매장 면적과 취급 품목 수를 크게 늘릴 예정이어서, 수입 맥주시장 규모 확대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해외여행객, 유학생 수의 증가가 수입 맥주 시장 확대를 야기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입 맥주를 맛본 소비자층이 계속 수입 맥주를 찾고 있는 셈이다.
수입맥주 증가 추세와 더불어 FTA 타결로 국내 맥주 업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증권 양일우 연구원은 “환율하락 및 FTA로 인한 관세 하락 등 가격 인하 효과가 탄력적인 수요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 높다”며 “맥주 수입관세 30%는 7년에 걸쳐 철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주문화 변화도 수입맥주 시장이 성장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데, 기업 회식 횟수 및 회식 1회음용량이 감소함에 따라 업소용 소비 비중에 비해 가정용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주문화 변화도 수입맥주 시장이 성장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데, 업소용 소비 비중에 비해 가정용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 개별 브랜드 파워와 소비자의 선호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업의 경우 한국에서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업체 등 금융사의 소유, 설립이 완전 자유화되고 금융서비스업에도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한층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금융업의 특성상 인프라나 채널 등의 기존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며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 하에서 손쉽게 영향력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