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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노동조합에서 지상1층부터 지하1층으로 내걸린 대형 현수막. |
[프라임경제] 지난 20일, 기자는 지인과의 만남을 위해 건국대입구역을 찾았다.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맑고 청아한 노랫소리에 이끌려 건국대병원 지하1층 로비에 다달았다. 그곳에서는 ’정오의 음악회’라는 이름의 작은 음악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감미로운 음악의 달콤함도 잠시, 무대 뒤로 보이는 대형 현수막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불협화음을 이뤘다.
‘어렵게 진료로 번 돈 외부 고액 연봉자가 다 가져간다. 의사들이 환장하고 직원들은 젠장한다’
다소 거친 표현의 문구에 궁금증이 생겼다. ‘대체 무슨 일일까?’ 대형 현수막을 내건 당사자는 건국대병원 노동조합이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지상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내벽에 족히 10개는 되어 보이는 대형 현수막이 늘어져 있었다.
정오 무렵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병원의 중심 로비에 걸린 현수막 치고 내용이 꽤나 자극적이다.
‘얼씨구 돈이 남아도네’ ‘직원들 무시하는 인사 행태 피바람 각오해라’ ‘정년 지난 고액연봉자 영입으로 우리 월급 축낸다’ ‘건국경로당 만들어 경로잔치 열었구나’
결국 기자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약속시간을 미룬 채 건국대병원 노동조합 사무실로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전화벨은 연신 울렸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무작정 기다리기를 30분, 어렵사리 노동조합원을 만날 수 있었다.
기자임을 밝히고 대형 현수막을 내건 연유를 묻자 조합원은 “조직개편 때문”이라고 짧게 답한 뒤 “밖으로 설명할 일은 아닌 것 같고, 지금 너무 바쁘다”며 입을 닫았다.
밖으로 알릴 일이 아닌 농성? 당최 처음 듣고 보는 ‘조용히 하는 농성’을 접한 기자는 이 농성의 정체가 더 궁금해졌다.
시큰둥한 조합원에게 노조위원장 전화번호만 겨우 받아 나온 기자는 하루 해가 저물 때까지 통화를 시도했지만 노조위원장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통상 노사 간의 갈등이 문제가 되면 노동조합 측은 자신들이 당한 부당함과 억울함, 나아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속 시원히 털어놓곤 한다. 어떻게든 사측에 자신들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건대병원 노조는 병원 한 가운데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놓았으면서도 기자에게는 간단한 설명조차 해주려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건국대병원 홍보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오는 11월 상급병원 신청 발표가 이뤄진다”면서 “그렇게 되면 병원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조직을 키우는 작업이 이뤄질 수 있고,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노조에서 이를 막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사 문제를 두고 노조와 사측의 ‘밥 그릇 싸움’이란 표현이 흔히 쓴다. 건국대병원과 노동조합 측의 ‘밥 그릇 싸움’의 결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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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렇다 할 입장표명 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그들만의 싸움’이라면 병원의 얼굴인 병원 로비에 자극적인 문구가 난무하는 현수막을 여러 개 내걸어 몸과 마음의 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병원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줘야만 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