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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B지점 뒷마당은 A카드사 직원용 재떨이?

박지영 기자 기자  2011.10.20 08: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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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때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인간(개념 없는 인간)’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 있었다. 지구에서 250만 광년 떨어진 머나 먼 안드로메다에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상식을 두고 왔단 뜻이다. 

우리 주변에 ‘개념 미탑재’ 사례는 수없이 많다. 예를 들어 공중목욕탕에서 물장구치기나 식당에서 뛰는 애 그냥두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예는 재계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례로 여의도에 위치한 신용카드기업 A사는 남의 집 뒷마당을 제집 재떨이마냥 쓰고 있다. A사와 B금융사 모 지점은 주차장 입구 하나만 두고 붙어사는 이웃사촌이다. A사 사옥 주소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1번지고, B사 지점은 ○○-22번지다.

   

옛말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고 했다. 하지만 B사 입장에선 꼭 그렇지 만도 않아 보인다. A사 직원들이 시시때때로 찾아와 B사 건물 뒤편 화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가기 때문이다.

물론, 남의 집 뒷마당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꼬투리를 잡는 게 아니다. 그곳 자체도 흡연구역이었다. 다만, 문제는 다 태운 담배꽁초를 버젓이 남의 집 뒷마당에 버리고 갔다는 데 있다.

담배꽁초만 투척하는 게 아니다. 다 마신 음료수 캔에서부터 빈 담배 곽 등 일일이 나열하기 조차 힘들 정도다. 심지어 A사 로고가 찍힌 일회용 종이컵도 보였다.    

해도 너무 한 A사 직원들의 상식 밖 행동에 대해 B사 측도 나름의 예를 갖춰 제재를 가했다. B사는 기존 흡연구역이라고 적힌 푯말에 A4용지를 덧대어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정중히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다시 찾은 그곳은 여전히 담배꽁초와 갖가지 쓰레기들로 볼품없었다.

이 부근 직장인 조 모씨는 기자에게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이러는 건 아니죠. 같이 담배 피는 입장에서 (화단에 담배꽁초를 두고 그냥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민망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회사원 김 모씨도 “한 마디로 자기 집 쓰레기를 남의 집에 밀어넣은 것인데, 흡연하는 것 까지 뭐라고 할 순 없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그런 행위는 정서상 좋아보이진 않고, 또 아무리 브 랜드 관리에 철저한 ○○○○(A사)라도 이런 작은 일이 쌓여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음을 유념했으면 좋겠다”고 일렀다.
   
박지영 기자

A사는 발상의 전환, 기발한 마케팅 등으로 건전한 이미지를 갖춘 기업이다. 하지만 남의 집 마당을 재떨이마냥 쓰는 이런 저질매너는 당최 이 회사 이미지와 안 어울린다. 기자가 보기에, A사 CEO 말 한 마디면 해결될 일일 것 같은데, CEO가 좀 나서서 담배꽁초에 찌든 이 구린 구석을 깨끗하게 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