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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아타이거즈, 선동열·이순철과 함께 비상(?)

김형환 칼럼리스트 기자  2011.10.19 14: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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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경제] 기아타이거즈는 올 시즌을 마무리하며 전임 조범현감독의 자진사퇴의사를 받아들이며 신임 선동열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를 선임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조건이 밝혀진 바는 아니지만 기아의 발표는 특별한 변수가 발생되지 않는 한 계약 성사의 확신에 바탕을 두었을 것이다.

전임 조범현 감독은 기아타이거즈 선수와 팬의 오랜 갈망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지만 매년, 매경기 팬들로부터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단순한 전술, 한 박자 늦거나 오히려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 경기의 승패를 떠나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조범현 감독을 기억하는 많은 팬들은 감독 시절 가장 잘했던 두 가지를 뽑으라면 첫 번째는 기아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일 것이고 두 번째는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감독직에서 사의한 것일 것이다.

물론 경기의 승패는 감독만의 전적인 책임은 아니다.

발이 빠른 선수는 출루하고 도루해서 득점권에 진루해있고 타율이 좋은 선수는 필요할 때 안타를 쳐주고 거포는 언제든 홈런 한방 터뜨려주는 공격력. 상대방의 힘있는 타자는 스윙폼이 크다는 허점을 파고들어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위기 때는 병살 혹은 범타로 마무리할 수 있는 투수력.

이러한 야구를 한다면 어느 누가 감독으로 선임되더라도 모든 경기를 이길 수 밖에 없고 한편으로 야구라는 경기자체가 지금 만큼의 매력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결국 야구는 모든 투수가 윤석민 같을 수 없고 모든 타자가 이대호나 이용규 같을 수 없다. 따라서 각각 다른 선수들을 각각 다른 활용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재미있는 야구, 이기는 야구가 될 것이며 이것이 감독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가 선동열 감독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동열 감독은 2005년 감독으로서 부임하자마자 우승한 바 있다.

당시 10승대 투수는 배영수(11승)와 도미니카출생의 마틴 바티스타 바르가스(10승)등 2명에 불과했지만 권오준, 안지만, 박석진, 임창용등과 함께 오승환이라는 걸출한 마무리가 있어 가능했다.

결국 선동열 감독의 야구는 점수를 뽑을 수 있을 때 착실히 뽑아 철저히 지키는 야구로 승수를 착실히 더해가는 소위 ‘스몰야구’로서 우승했던 것이다.

올 시즌 부임한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선동열식의 야구에서 탈바꿈해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었다.

이러한 이유로 무늬만 거포 가코를 영입했으나 7월에 퇴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선동열식 야구로 포스트시즌 우승을 일궈냈다.

2010시즌과 올 시즌의 기아타이거즈를 돌이켜보면 뒷문, 확실한 마무리의 부재로 말미암아 이기고 있어도 질 것 같은, 지고 있으면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했다.

지금 선동열 감독의 선임과 함께 많은 기아타이거즈 팬들은 이기는 경기는 반드시 이기고 지고 있는 경기는 역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만들어 주기를 염원한다.

여기에 프로야구 선수단이 뽑은 최고의 해설가 이순철 수석코치의 선임은 경기에 대한 분석, 선수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바탕으로 매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가 선동열 감독, 이순철 수석코치가 과거 화려했던 해태타이거즈의 명성과 끈기를 이어 우승권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지만 당장 2012년에 우승해야 한다는 당위를 강제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습, 근성부족, 패배감,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된 부상, 타자와 투수·투수와 타자와의 수싸움 부족, 투수교체 타이밍의 실기 등 수 많은 잘못을 한번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역대 최고의 투수 선동열감독이 부임했다고 올시즌 2할8푼2리의 득점권 피안타율, 진루했던 주자로 인한 실점율이 54.3%에 이르며 14번의 만루상황에서 등판해 절반인 7번이나 안타를 맞아 실점했던 유동훈이 역대 한시즌 최다세이브(47세이브)를 두 번이나 달성한 오승환이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다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경기, 이길 수 있다는 경기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2012년 살아 날뛰는 타이거즈 본래의 모습을 기대한다.